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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시절 박근혜 대통령이 내세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 적대정책과는 다를 것이란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취임 5개월동안 현재까지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어왔고 어떤 정치적 파고에도 끄떡없던 개성공단은 사실상 폐쇄상태다. '남북 간 신뢰를 만들겠다'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정책효용성이 있는 건지, 오히려 불신의 골을 깊게 하는 건 아닌지 짚어볼 때가 됐다. 박근혜 정부가, 또 김정은 정권이 서로에게 취한 조치들을 짚어보면서 '한반도 불신 프로세스'의 원인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편집자말]
원칙을 고수하며 북한에 타협의 여지를 주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 접근법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대통령이 '북한은 믿을 수 없다'고 전제하고 있고, 북한에 강경하게 나올 때마다 국내 여론이 지지가 보태지는 상황이라 정책 전환의 필요성을 못 느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정부 대북정책에 대해 '잘하고 있다'가 59.6%, '못하고 있다'가 12.2%로 '잘 하고 있다'가 5배 정도 높게 나왔다(서울신문·에이스리서치, 7월 12~15일 전국 2030명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2.18%P).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57%인 가운데, 지지 이유로는 '대북정책을 잘한다'가 1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7월 22~25일 전국 1228명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8%P).

군사 긴장에 개성공단 끌어들여 전쟁 불안감 조성 주력

개성공단을 멈춰 세운 뒤에도 북한의 전쟁 위협은 계속됐다. 이런 '매일 전쟁 위협' 행태가 남북간 긴장이 완화된 이후에도 남북 관계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사진은 지난 4월 9일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남북출입사무소 차량 출입구 앞 모습이다.
 개성공단을 멈춰 세운 뒤에도 북한의 전쟁 위협은 계속됐다. 이런 '매일 전쟁 위협' 행태가 남북간 긴장이 완화된 이후에도 남북 관계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사진은 지난 4월 9일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남북출입사무소 차량 출입구 앞 모습이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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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해 12월 장거리로켓 은하3호 발사와 올해 2월 3차 핵실험을 통해 핵능력을 과시했고, 이런 사실이 남한 사회의 '북핵 공포'를 한층 더 높여놨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여기에 더해 지난 3·4월 군사 긴장 고조 국면에서 북측은 남측을 향해 온갖 비난과 욕설을 퍼부었다. 실제 전쟁을 일으키기라도 할 것 같은 언사를 이어가며 남측 사회의 불안감을 높이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 남측 시민들로 하여금 자신들에 대한 염증을 느끼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지난 3월 한미 연합군의 독수리훈련·키리졸브훈련이 개시되고 UN 안보리 대북제재결의안이 통과된 상황에서 북한은 '정전협정 무효화' '남북 불가침 합의 전면 폐기' 등을 선언하면서 판문점과 서해지구 등의 북-UN사령부, 남북 군 통신선을 차단했다. 한미 연합군이 한반도에서 B-52·B-2 등 핵공격이 가능한 전략 폭격기로 실제 폭격 훈련을 실시한 것에  대해 북한은 크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북한은 이런 상황에서 개성공단을 끌어들였다. 3월 30일 북한은 "남북관계가 전시상황에 돌입했다"며 "개성공단 폐쇄도 가능하다"고 으름장을 놨다. 개성공단이 남북 간 긴장 고조에 영향을 받지 않는 이유를 '북한의 외화 창구이기 때문'이라고 한 남한의 몇몇 언론보도와 남한 정부에서 나오는 '개성공단 억류 시 구출작전' 언급 등을 문제삼았다. 그러나 이같은 얘기는 2010년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 같은 때에도 나왔고, 당시 북한이 이를 문제삼진 않았다.

평소 즐겨 쓰는 '우리는 빈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을 입증이라도 하려는 듯 북한 당국은 4월 3일 남한에서 인원과 물자가 개성공단으로 들어가는 걸 막아버렸다. 닷새 뒤엔 개성공단에서 일하던 북측 근로자를 전원 철수시키고 공단 사업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정경 분리'의 원칙을 깨고 개성공단을 전쟁위협의 수단으로 동원한 것이다.

개성공단을 멈춰 세운 뒤에도 북한의 전쟁 위협은 계속돼 4월 9일에는 '남한에 있는 외국인들은 전쟁에 대비해 대피계획을 세우라'는 담화를 내는 등 온갖 형태로 전쟁 불안감 조성을 시도했다. 김정은 체제가 들어서기 전 북한이 보인 행태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북한의 이런 '매일 전쟁 위협' 행태가 남북간 긴장이 완화된 이후에도 남북 관계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리라는 건  당시에도 충분히 예상된 일이었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지난 4월 10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이번 위기가 과거와 다른 점은 북한이 계속적으로 일종의 '벼랑 끝 전술'을 장기적으로 반복적으로 하다 보니 북한의 말들에 대한 피로감이 워싱턴(미국 행정부 및 정가)에도, 국내적으로도 쌓이고 있는 것 같다"며 "이후에 대화국면이 조성돼도 여론이 (남북 대화와 협력에 대해)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관련 기사 : "'김정은식 매일 위협', 북한에도 도움 안돼").

북, 대화 제의 피하며 '남남 갈등' 유도... "북한에 반감 쌓여"

북한은 남북 간 대화에는 응하지 않은 채 '개성공단 체류인원이 걱정되면 전원 철수하라'고 남측 비난에 열심이었고, 박근혜 대통령은 '개성공단 완전귀환'을 결심했다. 사진은 지난 4월 26일 류길재 통일부장관이 "우리 국민 보호를 위해 개성공단 잔류인원 전원을 귀환시키는 결정을 내렸다"는 내용의 '대한민국 정부 성명'을 발표한 뒤 회견장을 떠나고 있는 모습이다.
 북한은 남북 간 대화에는 응하지 않은 채 '개성공단 체류인원이 걱정되면 전원 철수하라'고 남측 비난에 열심이었고, 박근혜 대통령은 '개성공단 완전귀환'을 결심했다. 사진은 지난 4월 26일 류길재 통일부장관이 "우리 국민 보호를 위해 개성공단 잔류인원 전원을 귀환시키는 결정을 내렸다"는 내용의 '대한민국 정부 성명'을 발표한 뒤 회견장을 떠나고 있는 모습이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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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1일 정부는 류길재 통일부장관이 발표한 성명을 통해 북한에 대화로 문제를 풀 것을 제의했지만, 북한이 여기에 공식적으로 응한 건 57일이나 지나서였다. 당국 간 대화를 어떻게든 피하려는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그 사이, 북한은 당국 간 대화에는 응하지 않은 채 '개성공단 체류인원이 걱정되면 전원 철수하라'고 남측 비난에 열심이었고, 박근혜 대통령은 '개성공단 완전귀환'을 결심했다. 북한은 정부와의 대화에 나서는 대신 남한의 시민단체 등에 '중국에서 만나자'고 한다든지, 공단 방문 및 점검을 원하는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게 '방북을 허용할 테니 오라'는 등 남한 정부를 대화 상대에서 배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북한의 행동은 남한 시민들에게 남남 갈등을 유도하는 행동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후 북한이 당국 간 대화에 나선 뒤 남북당국회담이 '격' 문제로 무산됐고,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당국 실무회담이 6차에 걸쳐 열렸지만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개성공단 중단 사태 재발방지에 대한 조항에서 정부가 '북측의 책임 인정, 북측의 재발방지 약속'을 내세워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는 상황에 대해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지만, 여론은 박근혜 정부의 비타협적 태도에 높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그동안의 북한이 보인 행태, 특히 3차 핵실험 뒤 북한 당국의 대남 강경발언, 군사적인 위협이 이어지면서 국민들이 강한 반감을 형성한 것 같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원칙론을 고수하며 북한에 강경하게 나가자 여론이 동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대북정책에 대한 높은 지지도에 포박당한 현재의 흐름이 쉽게 바뀌진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정부가 '무대응이 대응'이라는 식으로 계속 가고 개성공단 정상화와 같은 현안과 이산가족 상봉과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전혀 진척이 없다면, 여기에 대해서도 국민들의 피로감이 쌓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태그:#북한, #반감, #불신, #신뢰 프로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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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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