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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 3~4월에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키는 강경조치를 취하였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7월 10일, 한국 국민들은 북한의 태도 변화 없이는 북한과 협력할 의사가 없다는 박근혜정부의 태도를 지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박근혜정부는 취임초 인사파행으로 지지율이 추락했으나 7월 현재 60% 정도로 지지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 보도와 같이 박근혜정부의 지지율이 다시 오른 것은 대북정책 덕택이라는 여론조사가 있다. 국정원 선거부정과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등 현안에서 꼭꼭 숨는 몸 감추기도 지지율 상승에 한몫 했을 것이다. 국민들의 정치권에 대한 일반적인 비판의식 때문에 몸감추기로 반사이익을 챙겼다고 할 수 있다.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과 국내정치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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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이 지지율 회복에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다. 박근혜정부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표방하면서 지난 정부와 차별성을 가지려고 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건 어느 정부나 마찬가지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정부와 차별성을 가지기 위해서 지금과 같이 융통성 없는 신경전만을 능사로 삼아서는 안 된다. 남북회담에 나가서 북한을 비판하고 돌아오면 국내 정치적으로 지지층이 결집하는 효과를 거둔다는 점에 매료되어서는 안 된다.

북한과 웃으면서 협상했다고 회담대표를 갈아치우니, 후임 회담대표는 악수도 하지 않고 회담을 시작한다. 이런 패턴이 '박근혜식 대북정책'으로 굳어져서도 안 될 것이다. 남북대화의 목적은 지난 정부와 차별성이나 국내지지율 상승에 있는 것이 아니다. 한반도 평화정착과 통일기반 조성이 남북대화의 목적이다.

남북관계가 지금처럼 복잡하게 왜곡되고 국민들이 북한에 대해 불신을 가지게 된 데는 <뉴욕타임스>의 지적과 같이 올 상반기에 조성된 한반도의 위기가 큰 역할을 하였다. 작년 12월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자 지난 1월 22일 유엔 안보리가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결의안 2087'을 채택했다. 북한이 이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한반도 위기가 시작되었다.

북한은 각종 성명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미국정부와 한국정부를 향해서 일전불사의 발언을 쏟아냈다. 언론은 북한의 연속적인 위협발언을 '말폭탄'이라고 불렀다. 이런 말폭탄이 남한 국민들에게 그들의 호전적인 모습을 강하게 심어주었다. 이것이 국민들 가슴 속에 자리잡은 북한 이미지가 되었다. 이에 당당하게 맞서서 북한을 변화시켜 주기를 바라는 정서가 국민들 사이에 확산되었다.

말폭탄을 퍼붓던 북한도 변하기 시작했다. 지난 4월 12일 존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한중일 3국을 순방하면서 6자회담과 양자회담 등 대화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부터 북한도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남북대화를 비롯하여 미국, 중국, 일본과 대화를 시도했던 것이다.

오비이락, 미숙한 회담전략과 국민들의 지지

그 일환으로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은 6월 6일 남북대화를 제기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이를 수락했다. 하지만 정작 남북당국회담을 위한 실무회담에서 수석대표의 '격' 때문에 남북장관급회담은 무산되고 말았다.

정부는 남북당국회담 실무회담에서 회담수석대표를 합의하지도 않은 채 당국회담을 약속하는 미숙한 회담전략을 보여주었다. 그러다보니 남북은 수석대표의 격을 다르게 발표했다. 애초 장관급회담으로 제안된 남북당국회담을 수석대표로 우리는 차관을 내세웠는데 북한은 조평통 국장을 내세웠다. 그동안 조평통 국장은 북한에서 장관급이었는데 우리 정부의 '국장급'이라고 말하는 언론도 있었다. 그렇다면 CIA 국장도 '국장급'이냐는 조소도 있었다. 결국 이른 바 '격'의 논란으로 남북당국회담은 무산되었다.

이러한 정부의 미숙한 회담전략에 국민들은 뜻밖에도 지지를 보내주었다. 올 상반기에 보여준 북한의 호전적인 태도를 기억했던 국민들은 남북이 '격'을 가지고 다투는 것을 박근혜정부의 북한 버릇고치기로 받아들였다. 인과관계가 전혀 맞지 않는 이런 결과가 발생한 데에는 당연히 호전적인 언사를 남발한 북한의 책임이 크다.

어쨌든 박근혜 정부의 미숙한 회담전략에서 비롯된 '격' 논쟁은 '오비이락'이 되어서 북한에게 일침을 가하는 모습으로 비춰졌다. 이것이 박근혜 정부의 지지율 반등의 추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아이러니 하지만 역사의 한 모습으로 흔히 보아왔던 장면이다. 하지만 역사는 여기서 멈추지 않기 때문에 '역사'인 것이다.

위기 지속은 국민피로감을 증대시켜

지난 달 6일 오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서호 남북협력지구 지원 단장(좌)을 비롯한 대표단과  박철수 북한 중앙특구 개발지도 총국 부총국장(우) 등으로 이뤄진 북측대표단이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간 실무회담을 하고 있다.
 지난 달 6일 오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서호 남북협력지구 지원 단장(좌)을 비롯한 대표단과 박철수 북한 중앙특구 개발지도 총국 부총국장(우) 등으로 이뤄진 북측대표단이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간 실무회담을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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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사이에 긴장고조가 만성화된다면 그것이 바로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이다. 우리의 자산이 저평가 되는 것이다. 올 상반기에 북한이 내던진 말폭탄 때문에 국민들은 북한에 대한 단호한 자세를 원했다는 점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민들은 남북대결과 긴장이 반복되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발생하는 것을 원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느끼는 위기에 대한 피로감에 편승해서 대북강경정책을 펼치고 그것이 '원칙 있는 대북정책'이라고 생각하면 우리는 중동 사람들처럼 같은 긴장과 위기가 반복되는 피곤한 삶을 살아야하는 것이다. 이것은 국민행복이 아니다.

보통 협상방법은 '부드러운 협상'과 '강경한 협상'으로 구분된다. 부드러운 협상은 충돌을 피하고 우호적인 해결을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부드러운 협상 방법을 택하는 사람은 대개 '저자세'라는 비판을 받는다. 반대로 강경한 협상은 극단적인 입장을 취하고 오래 버텨서 승리를 목적으로 한다. 융통성 없는 협상법이다. 이런 융통성 없는 강경책은 상대의 강경대응을 유도해서 자신의 재원을 소진시키고 상대방과의 관계를 악화시키게 된다.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에서 박근혜정부는 이런 융통성 없는 강경협상을 시도하고 있다. 강경한 협상법의 대표적인 경우는 허브코헨이 자신의 저서 <협상의 법칙>에서 분류한 '소비에트 스타일'이다. 소비에트 스타일은 다른 사람들의 필요와 승인에 신경을 쓰는 대신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칼을 휘두르는 전사들의 협상법을 뜻한다.

만약 협상하는 양쪽이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한다면 이런 협상의 결과는 당사자들 미래의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남북한이 지속적으로 대화를 해야할 사이인데도 이러한 칼을 휘두르는 전사들의 협상법을 지속적으로 구사할 경우 한반도의 미래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소비에트 스타일'은 ▲항상 상대의 기대치를 무너뜨릴 만한 심한 요구나 어처구니없는 요구로 협상을 시작하고 ▲협상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권한이 거의 없으며 ▲협상에서 얼굴이 벌개져서 목소리를 높이며 분노한 듯 행동을 하고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상대가 물러나 무엇인가를 양보한다 해도 이를 상대의 약함의 표시로 이해한다.

융통성 없는 대북정책

'소비에트 스타일'에 개성공단 재개 실무협상에 임하는 한국의 태도를 대입시켜 보면 한국정부의 협상태도가 얼마나 융통성 없는 것인지 금방 알 수 있다. ▲한국정부는 협상을 시작할 때 재발방지를 북한만의 책임으로 내세웠고 ▲한국정부의 협상대표단은 사실상 아무런 권한이 없으며 ▲협상에서 부드러운 태도를 취하면 협상대표가 교체되었고 ▲북한이 남측에 요구해왔던 '정치적 언동과 군사적 행위 중단'을 수정해도 이를 북한이 약한 모습을 표시하는 것으로만 받아들였다.

박근혜정부의 융통성 없는 대북정책은 북한이 상반기에 자행한 말폭탄 공세 때문에 북한에 단호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국민들의 정서와 우연히 일치했을 뿐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협상이 목적이 아닌 융통성 없는 강경책으로 북한 길들이기를 하려는 것이 박근혜식 대북정책으로 고착되는 것을 바라지도 않을 것이다. 그것은 한반도의 불안만을 가속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는 국민들의 이런 요구를 정확하게 읽어야 한다. '대화는 평화의 알파요 오메가'이다. 상반기에 있었던 위기국면을 대화국면으로 부드럽게 전환시키는 것이 지금 박근혜 정부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융통성 없는 강경책은 그 전환의 방법이 아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창수님은 한반도평화포럼 기획운영위원장이고 통일맞이 정책실장입니다.



태그:#말폭탄, #한반도 위기, #신뢰프로세스, #박근혜 대북정책, #박근혜 지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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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는 서로 어울리는 것입니다.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어울릴 때 우리는 평화를 발견합니다. 남과 북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과정이 평화이고 통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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