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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종로5길 국세청 본청.
 서울 종로구 종로5길 국세청 본청.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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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에선) 그동안 보수적으로 기업들 상대로 (세무)조사를 해왔는데, 언론들이 워낙 강하게 쓰니까... 이제 '세금 폭탄'이니 그런 말좀 (언론에서) 쓰지 말아줬으면..."


25일 김영기 국세청 조사국장의 말이다. 김 국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업 세무조사를 둘러싼 세간의 논란 등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내비쳤다. 그는 특히 이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비롯해 건설, 조선 등 경기여건이 어려운 일부 업종의 대기업 세무조사를 축소하겠다고 말했다. 세무조사를 총지휘하는 국세청 조사국장의 이례적인 발언이었다.

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국세청은 올해 초 전국에 걸쳐 조사인력 400명을 보강하는 등 세무조사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올해 초부터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로 떠오른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이른바 '탈세와 전쟁'을 진행해 왔다. 대기업을 비롯해 대자산가와 고소득자영업자, 민생침해사범과 역외탈세자 등에 대한 조사를 4대 중점과제로 선정하기도 했다.

탈세와 전쟁 선포하던 국세청, 경기악화에 슬그머니 조사 축소?

이후 국세청의 본격적인 조사와 맞물려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 검찰의 대기업 총수 비리 사건 등이 이어지면서 재계의 반발도 본격화됐다. 한마디로 현 정부의 기업 옥죄기가 심하다는 볼멘소리였다.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투자와 고용 축소 등의 조직적인 반발 분위기도 이어졌다. 게다가 국세청이 프랜차이즈 업종 등 자영업자와 중소상인 등으로까지 조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 국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상반기 세무조사 상황 등을 설명하면서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최근 들어 언론을 중심으로 세금 광풍, 세금 폭탄 등의 자극적인 표현으로 인해 심적 고통이 컸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렇다고 상반기에 세무조사를 많이 해서 세금을 더 걷지도 않았고, 모든 조사는 신중하게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실제 국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세무조사 건수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600여 건 줄었다. 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에 대한 조사가 줄었다. 이어 최근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과 조선, 해운 등의 일부 업종의 대기업을 상대로 조사를 줄였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지난 4월을 넘어서면서 경기상황이 좋지 않다는 여론이 많아 (세무)조사 축소를 검토했었다"면서 "매출규모로 500억 원 이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일부 상황이 좋지않은 대기업 업종을 중심으로 조사를 줄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원래 우리가 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비율 등을 보면 여전히 선진국 수준에 비해 크게 낮다"면서 "올해 초 대기업 등에 대한 조사 비율 등을 작년보다 높게 잡고 진행하려 했지만 경기상황 등을 감안해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 세무조사 축소...대기업도 계획보다 줄여

이에 따라 국세청의 올해 기업과 개인 등에 대한 전체 세무조사 건수는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1000여 건 줄어들 전망이다. 국세청은 올해 연간 1만9000여 건의 세무조사를 진행할 방침이었다. 이 가운데 매출액기준으로 500억 원 이상 대기업의 세무조사도 1200여 개에서 1100여 개로 100건 정도 줄어들게 된다.

대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비율은 연간 조사법인 비율 대비 15.9%였다. 국세청은 올해 초 대기업의 이같은 조사비율을 20%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었다. 김 국장은 "현재 추세대로라면 20%까지는 어렵고, 18% 정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신 계열사가 많은 대기업들의 경우 여러개 기업이 상시적으로 세무조사를 받는 '순환조사' 원칙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국세청의 기업 세무조사가 일정 목표를 두고 진행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김 국장은 적극 해명했다. 그는 "세무조사 과정에서 추징 세액 등이 나오지 않으면 깨끗하게 물러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이유없는 과세는 결국 이의신청이나 행정소송 등으로 불복절차가 진행되면서 과세를 할수가 없게 된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기업 등에 대한 세무조사 기간도 예전에 비해 크게 줄이고 있으며, 조사 연장도 최소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경기 상황이 좋지 않아 납세자의 부담을 덜어드리는 차원에서 세무조사를 일부 줄이긴 하지만, 역외탈세나 고소득 자영업자 등 지하경제 양성화관련 분야는 엄정하게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태그:#국세청, #세무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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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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