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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나폴리라 불리우는 통영의 야경, 이렇게 휴가의 첫날이 시작되었다.
▲ 통영 야경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우는 통영의 야경, 이렇게 휴가의 첫날이 시작되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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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에 한 번, 길지 않은 여행이라도 큰 맘을 먹어야만 출발할 수 있다. 2박 3일의 짧은 일정으로 남해의 작은 섬을 여행하기로 했다. 섬에 일찍 들어가기 위해 통영에서 하룻밤을 자고 출발하기로 했다.

밤 9시가 조금 넘었는데 밤 10시면 문을 닫는다며 손님 받기를 꺼린다. 그러다 혼자가 아니라 일행이 더 많음을 확인하고는 "들어오시라"고 권한다. 이미 늦었다. 아무리 맛난 음식점이라도 그러고 싶지는 않다.

통영항에서 남해로 들어가는 배를 타기 전에 잠시 동피랑 마을도 방문했다.
▲ 동피랑 마을 통영항에서 남해로 들어가는 배를 타기 전에 잠시 동피랑 마을도 방문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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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동피랑 벽화마을을 찾았다. 뱃시간이 여유가 있어 들른 마을, 그곳은 평온해 보였다. 왁자지껄한 여행객들이 현지인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았다. 다소 불편해도 그렇게라도 마을에 몇몇 가게들이 생기고, 그로 인해 소득을 얻으니 좋은 것일까?

드디어 남해의 어느 작은 섬으로 출발, 하늘이 좋은 날이었다.
▲ 여행 드디어 남해의 어느 작은 섬으로 출발, 하늘이 좋은 날이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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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통영항에서 배를 타고 목적지로 향한다. 나에게 남해의 섬은 몇몇 곳을 제외하고는 미지의 땅이다. 오늘 들어가는 섬 역시도 그렇다.

통영항에서 1시간 30분을 가야 도착하는 작은 섬. 그 섬에 대한 정보들을 하나둘 정리하고 입력하면서 하늘이 맑기를 바랐다. 그 바람대로 하늘은 맑고, 뭉게구름까지 덤으로 주어졌다. 바닷바람은 시원할 만큼만 불어 파도도 잔잔하다.

남해의 섬, 언덕 산책길에 바라본 남해의 작은 섬들과 바람에 흔들리는 풀들이 섬에 있음을 실감나게 한다.
▲ 남해 남해의 섬, 언덕 산책길에 바라본 남해의 작은 섬들과 바람에 흔들리는 풀들이 섬에 있음을 실감나게 한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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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풀이 흔들린다. 바다도 보이고 섬도 보이고 하늘의 구름을 맑다. 완벽하다.

등대섬에서 바라본 풍광, 적조가 아니었더라면 더 푸른 남해의 바다를 만났을 것 같은 아쉬움도 있다.
▲ 등대섬 등대섬에서 바라본 풍광, 적조가 아니었더라면 더 푸른 남해의 바다를 만났을 것 같은 아쉬움도 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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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날씨를 뒤로하고 걷고 또 걸었다. 작은 섬이라고 우습게 보았더라면 큰 코를 다칠 뻔했다. 그러나 제법 험한 길임에도 불구하고 천천히 섬을 한 바퀴 돌 수 있었다.

걷다 감탄하고, 앉아 쉬고, 사진을 담고, 벗들과 담소를 나누는 걷기 여행은 숨가쁘지 않았다. 섬 곳곳에서 자라는 동백이 불게 피어날 즈음이면 더 아름다울 것 같다.

섬과 섬 사이가 열린 사이 그 길을 걸어가는 여행자
▲ 여행자 섬과 섬 사이가 열린 사이 그 길을 걸어가는 여행자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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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마냥 천천히만 걸을 수 없는 것은, 저 길에 다시 물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영겁의 세월 동안 닳고 닳은 돌멩이들은 부드럽다.

사람도, 파도 같은 시련을 겪은 사람도 저렇게 부드럽겠거니 생각해본다. 그랬으면 좋겠다. 독해지는 것이 아니라 부드러워졌으면 좋겠다. 누구나.

낚시를 하는 여행자들
▲ 선상낚시 낚시를 하는 여행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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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숙소 앞 포구로 왔다. 노을빛이 머지않아 찾아올 것이다.

일몰의 빛이 황홀하다. 오랫만에 보븐 빛이다.
▲ 일몰 일몰의 빛이 황홀하다. 오랫만에 보븐 빛이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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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아름답기를 원했지만, 이 정도에 감사하지 않으면 욕심이다. 이런 날을 단 한 번 와서 볼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그 빛은 아주 오랫동안 곁에 있을 것 같더니만 이내 사라져버린다.

빛이 바다로 들어가니 잠시 바다는 푸른 빛을 낼 것이다.

선착장과 배를 연결해 주덤 작은 다리로 올라갔다. 비로소 섬은 완벽하게 단절되었다.
▲ 선착장 선착장과 배를 연결해 주덤 작은 다리로 올라갔다. 비로소 섬은 완벽하게 단절되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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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빛일까? 이제 오늘 이 섬으로 들어올 배는 모두 들어왔는가 보다. 섬과 배와 선착장을 이어주던 다리를 들어올린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었는데 밤새 태풍이라도 오면 저 철제다리가 버틸 수 없을 것 같다.

허물어져 가는 민가만큼이나 작은 섬의 공동체도 무너져 내렸음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 섬의 민가 허물어져 가는 민가만큼이나 작은 섬의 공동체도 무너져 내렸음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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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섬의 민가들을 담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숙소를 나섰다. 이때까지도 나는 이 섬에서 만난 모든 것들이 아름답게 각인되었으며, 꼭 다시 오고 싶은 곳으로 마음 한 켠에 담아두고 있었다.

그러나 몇 컷 찍고 내려왔을 때, 현지인이 다가왔다. 사진을 찍지 말란다. 집 마당에 들어간 것도 아닌데 왜 그러시냐고 하자 이웃간에 분쟁이 심하단다. 소송건도 몇십 건이 있단다. 묻지도 않은 주민간의 송사건에 대해 고주알미주알 가타부타 설명한다.

사진을 보여달란다. 검열을 당하는 기분이라 보여줄 수 없다고 하면서, 당신이 운영하는 숙소에 머무는 손님이라고 하자 그제서야 머쓱한듯 "그럼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섬에서 더 사진을 담을 필요가 없었다. 그 작은 섬, 그 공동체가 어떻게 무너졌는지, 그 작은 공동체가 어떻게 자본의 노예가 되었는지 파노라마처럼 스쳐갔기 때문이다.

지혜로운 누군가가 있었다면, 그 작은 섬마을 공동체가 건강하게 공존할 수 있을 터인데 그게 없는 듯하다. 사람을 만날 수 없었던 여행은 허무했다. 그 사람을 만나기 전에는 계절마다 들르고 싶다는 생각에 벅찼는데, 그를 만난 후에는 다시는 오고 싶지 않은 섬이 되었다.


태그:#통영, #남해,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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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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