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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열람위원인 민주당 우윤근 전해철 박범계 박남춘 박민수 의원이 23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 모여, 국회에 도착한 정상회담 관련 사전·사후 회의 문서 열람을 통해 'NLL 포기' 발언 여부를 우선 확인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운영위원장인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은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아 자리가 비어 있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열람위원인 민주당 우윤근 전해철 박범계 박남춘 박민수 의원이 23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 모여, 국회에 도착한 정상회담 관련 사전·사후 회의 문서 열람을 통해 'NLL 포기' 발언 여부를 우선 확인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운영위원장인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은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아 자리가 비어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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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남북정상회담 사전 준비·사후 이행 문건이 보관된 국회 운영위원회 소회의실 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민주당 열람위원들은 소회의실 보안해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새누리당 소속 최경환 운영위원장에게 열람 요구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최경환 위원장은 '여야 협의'를 강조하며 열람 요구를 거부했다.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최 위원장의 답변을 기다리던 민주당 열람위원들은 "최경환 위원장의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열람위원들 사이에서는 "하루를 기다린 뒤 24일 강창희 국회의장에게 항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박범계 의원은 "24일부터 국정원 국정조사가 시작된다"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결국 민주당 열람위원들은 40여 분을 기다리다 성과 없이 운영위원장실을 나왔다. 이날 오전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진실 규명과 소모적 논란 해소를 위해 오늘부터 국회에 제출된 대통령기록물 열람을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새누리당 반대에 부딪혀 체면을 구겨야 했다. 열람위원들은 후속 대책을 원내지도부와 상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상황은 민주당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꼽힌다. 민주당은 22일 국가기록원에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수세에 몰렸다. 참여정부 청와대가 회의록을 국가기록원에 넘기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검찰 수사까지 강조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출구전략에 힘을 쏟고 있지만, 문은 열리지 않고 있다.

민주, 마땅한 국면 전환 카드 찾지 못해 고심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와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와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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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첫 번째 출구전략은 국가기록원의 관리 부실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민주당은 22일 회의록 실종을 인정하면서도 "대통령기록관에 심각한 부실이 확인됐고, 그 결과 해당 목록이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되지 않았다는 것을 단정할 수 없다(우윤근 열람단장)"는 입장을 밝혔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23일 "치명적인 부실과 결함이 확인된 국가기록원의 기록물 인수관리시스템에 대해 추가적인 조사가 불가피하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회의록을 폐기했다는 새누리당의 공세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김재원 새누리당 전략기획본부장은 23일 CBS 라디오에 나와 이날 <동아일보> 보도를 인용해 "노 전 대통령이 회의록을 국정원에 보관하고 청와대 (문서관리시스템) 이지원에서 삭제를 지시해서, 조명균 당시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이 삭제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국가기록원은 민주당의 관리부실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박경국 기록원장은 22일 기자들과 만나 "국가기록원에서는 국회 열람위원들의 요구에 따라서 제목과 내용 확인 등 다양한 방법으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찾는 데 최선의 노력을 해왔지만,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은 없었다"고 맞받았다.

그는 또한 관리 책임과 관련해 "이지원은 수정과 삭제가 가능하다, 기록물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수정·삭제가 불가능한 장기보존포맷 프로그램으로 암호화해 외장하드로 저장한 뒤 기록원으로 이관한다"면서 "그때부터 기록원의 관리가 시작된다, 그전은 우리 관할 범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 사전 준비·사후 이행 문건 열람 역시 국면 전환용 카드다. '사초 실종'이라는 불리한 국면에서 벗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이 없다는 사실을 부각시키자는 것이다. 민주당 내 한 중진 의원은 "사전·사후 자료에는 NLL을 기준으로 공동어로수역을 만들자는 논의가 있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문재인 의원도 23일 "정상회담 전후의 기록들만으로도 진실을 규명하기에 충분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증명하는) 기록들은 여야 열람위원들의 검색에 의해 즉각 열람할 수 있도록 확보돼 있다, 논란을 끝내자"고 거들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사초 실종에 대한 진상규명이 먼저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윤호중 의원 등이 23일 오후 새누리당 정문헌·서상기 의원에 대한 징계요구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
 민주당 윤호중 의원 등이 23일 오후 새누리당 정문헌·서상기 의원에 대한 징계요구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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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을 주장한 정문헌·서상기 의원 징계안 제출도 국면 전환을 위한 민주당의 고민을 보여준다. 윤호중 의원 등 민주당 의원 48명은 "정문헌·서상기 의원은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여 국가기밀을 누설했고, 회담 결과를 왜곡하여 허위사실을 유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를 훼손하는 등 국회의원으로서의 품위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친노 겨냥한 검찰 수사 으름장... 민주당 고민 깊어져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공세에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문재인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내 친노 세력을 겨냥해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문 의원은 노무현 정부 당시 마지막 대통령 비서실장이자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이었다, 회의록의 작성·보관·이관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그 과정을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분"이라며 "하지만 회의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 마당에 아무런 말이 없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와 김기현 정책위의장이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와 김기현 정책위의장이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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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일각에서는 '사초 실종' 논란으로 당이 수세에 몰리게 된 것은 문재인 의원의 정상회담 회의록 열람 공개 주장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새누리당의 공세는 민주당 분열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지원 의원은 "(당내에) 친노 책임론을 벌써 들고나오는 것은 거대정권에 맞서는 민주당의 자세가 아니다, 본질이 실종되고 대화록 유무 논쟁에 우리가 말려든 전략적 미스가 있었더라도 지금은 본질, 즉 국정조사에 당력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의 검찰 수사 주장 역시 연장선상에 있다. 검찰 수사가 이뤄지면 참여정부 청와대 출신 친노 인사들이 수사 대상에 오를 수밖에 없다. 김관영 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검찰 수사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는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풀어가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검찰수사에 넘기려는 것은 대화록이 없다는 사실을 부각시켜서 대화록 실종의 책임공방으로 국면을 전환하여 국정원의 정치개입과 대선개입 문제를 흐지부지 하려는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특검 수사에 맡기자"(홍영표 의원)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친노 인사가 수사 대상에 오를 수밖에 없다. 김한길 대표는 16일 인터넷 기자단과 만나 "새 지도부가 들어선 이후 계파중심으로 움직이거나 사안이 결정되지 않는다"며 계파 갈등 해소를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사초 실종 수렁에서 빠져나기기 위한 출구전략을 찾는 것과 동시에 당내 분열을 막아야 하는 민주당 지도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논란 장기화에 따른 여론의 역풍이 가장 큰 부담이다. 김영환 민주당 의원은 22일 "정치가 국익과 민생의 궤도에서 이탈한 지 참으로 오래 되었다"며 "이를 조장, 촉발한 국정원장과 정권 담당자들의 천박한 역사의식도 문제려니와 불보듯 뻔한 일에 목을 단두대에 들이민 우리 야당 또한 한심하다, 당장 이 정쟁의 굿판을 집어 치우라"고 강조했다.


태그:#민주당의 출구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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