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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충주 A초에 근무하는 발령 1년차도 안 된 여교사 B(24)씨는 화생방 가스체험 등을 해야 하는 군부대 병영캠프에 지난 19일 마감일을 앞두고 참가신청서를 내야했다. "신청자가 없으니 참여해 달라"고 사정하는 교감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같은 지역 C초와 D초 교감은 군대를 갓 제대한 남자 교사들에게 병영캠프 참가를 지시했다.

발령 1년차 여교사는 왜 화생방 가스를 마셔야 하나?

육군 3사관학교가 지난 2011년 10월 18일부터 21일까지 대구·경북지역의 남녀 대학생 35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관캠프'. 캠프에 참가한 여대생이 화생방훈련에서 방독면을 쓰고 있다.
 육군 3사관학교가 지난 2011년 10월 18일부터 21일까지 대구·경북지역의 남녀 대학생 35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관캠프'. 캠프에 참가한 여대생이 화생방훈련에서 방독면을 쓰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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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교사들은 지난 18일 인근지역인 태안 앞바다에서 해병대캠프 참가 학생들이 참사를 당했는데도 자신들은 병영캠프 참가를 취소할 수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처럼 이 지역 학교들이 앳된 교사들을 병영캠프에 이른바 '차출'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충주교육지원청이 병영캠프 참가 교직원 숫자를 학교에 할당했기 때문이다.

21일 이 교육지원청이 각 학교에 보낸 공문 '충주지역 교직원 나라사랑캠프 알림'(7월 16일자)에 따르면 충주교육지원청은 '국가안보관 확립과 친공군화를 도모'하기 위해 공군부대(제19전투비행단) 일원에서 유초중등 교직원 60명을 뽑아 캠프를 연다. 이 교육지원청은 6학급 이하는 1명, 7학급 이상과 21학급 이상은 각각 2, 3명씩 학교별로 참가 인원을 배정했다.

오는 8월 8일부터 1박2일로 여는 이 병영캠프 참가 교원들은 화생방 가스체험을 비롯하여 야간경계근무, 아침 구보 등의 병영생활을 해야 한다. 이밖에도 항공기와 비행대대를 견학하는 일정도 있다.

김재훈 전교조 충주초등지회장은 "지시와 명령으로 인권을 탄압하는 해병대 캠프 때문에 학생들이 죽어가는 현실에서 교사들에게도 '화생방', '야간경계근무' 등의 병영체험을 시킨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면서 "국가관과 안보관을 기른답시고 이런 식으로 반강제로 교사들을 동원하는 행위는 부작용만 더 크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병영캠프에서 지시와 강압을 배운 교사들이 학생들을 해병대 캠프 등에 다시 보내게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충주교육지원청 "교육적 활동 중심... 가스도 약하게 넣을 것"

최근 충주교육지원청이 이 지역 유초중고에 보낸 공문.
 최근 충주교육지원청이 이 지역 유초중고에 보낸 공문.
ⓒ 충주교육지원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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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충주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이번 캠프는 해병대 캠프처럼 강압적인 훈련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적 활동과 견학 프로그램 중심으로 진행된다"면서 "화생방 체험도 가스 자체를 약하게 집어넣고 야간경계근무도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옆에서 경험하는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유초중고 교직원들이 골고루 참여하도록 권장하기 위해 인원수를 적어놓았을 뿐 반강제로 참가 인원을 할당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캠프는 지난 19일까지 참여자를 마감한 결과 당초 예상인원 60명보다 미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태그:#화생방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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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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