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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상반기 북한의 행보는 3차 핵실험과 경제·핵 병진노선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핵 무장력을 강화한 바탕 위에서 경제건설에 매진하고 이를 위해 우호적인 대외환경을 조성하려는 자세를 취했다.

3차 핵실험으로 체제 안보 자신

지난해 4월 1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김일성 주석 생일기념 열병식에서 김정은과 그를 옆자리서 보좌하고 있는 최룡해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
 지난해 4월 1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김일성 주석 생일기념 열병식에서 김정은과 그를 옆자리서 보좌하고 있는 최룡해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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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 2월 12일 3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바로 그날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핵실험의 주된 목적이 미국의 적대정책에 맞서 "나라의 자주권을 끝까지 지키려는 선군조선의 의지와 능력을 과시하는 데 있다"고 주장하고, "핵실험이 어떤 국제법에도 저촉되지 않는 정정당당한 자위적 조치"라고 주장하였다.

북한은 세 차례 핵실험은 물론 선군정치, 한반도 군사적 긴장 등 모든 문제를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 원인을 두고 있다. 여기에 밀로셰비치, 후세인, 카다피 정권 등 미국과 대결해온 정치세력들이 군사공격으로 제거된 점을 의식해왔다.

"핵억제력을 못가진 나라들은 제도 전복을 노린 적대세력들의 군사적 간섭책동에 속수무책인 것이 현세기의 엄연한 현실"이라는 북한의 인식이 그것이다. 이에 대응하여 북한은 "조선(한)반도에서 제2의 한국전쟁 혹은 핵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자신의 핵억제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강변하며 핵실험을 정당화 하고 있다.

북한의 3차 핵실험은 그보다 1개월 앞서 단행된 장거리 로켓발사와 한 쌍을 이룬다. 장거리 로켓발사는 우주개발과 탄도미사일 개발, 양 측면의 성격을 갖고 있다. 이 두 사건에 대해 미국 주도의 유엔 안보리는 대북 제재 결의 2087호와 2094호를 채택하였다. 북한에 대한 상업, 금융제재가 더욱 강화되었는데, 결의는 두 사건 관련 인물과 기관에 대한 제재는 물론 북한 선박에 대한 강제 해상검색도 포함하고 있다.

이를 예상한 것처럼 북한은 핵무장 능력에 대한 비타협적 태도를 천명하였다. 즉 북한은 "핵무기가 미국이 자신의 무장해제를 노리는 대화마당과 협상탁자 위에 올려놓고 논의할 정치적 흥정물이나 경제적 거래물이 아니다"고 말하였다. 3차 핵실험을 전후로 북한이 제시한 핵협상 정책은 "미국의 적대시정책이 조금도 변하지 않은 조건에서 세계의 비핵화가 실현되기 전에는 조선반도 비핵화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북한은 "앞으로 우리와 미국 사이에 군축을 위한 회담은 있어도 비핵화와 관련된 회담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2013.4.18. 국방위원회 정책국 성명). 말하자면 북한은 강화된 핵 능력을 버팀목 삼아 미국과 새로운 협상, 즉 평화체제 협상을 추구하고 있다.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북한은 미국의 적대시정책을 명분삼아 핵무장을 정당화할 수 있다. 나아가 3차 핵실험은 북한에게 안전보장에 대한 자신감을 높여 경제건설에 집중할 기회를 제공하는 측면도 있다.

'경제발전-핵무력 건설 병진' 노선의 가능성

북한은 지난해 12월 12일 발사한 인공위성 로켓, 즉 광명성3호 2호기를 군사적 목적이 아니라 과학기술사업으로 규정하고, 관련 국제규범을 준수하며 추진하도록 세심한 노력을 들였다. 또 미국을 포함한 해외 전문가들을 초청하며 공개적으로 진행하였다(미국인 불참). 2012년 신년사에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광명성3호 2호기의 발사를 북한의 우주과학기술과 종합적 국력을 과시한 것이라고 평가하였다, 이어 북한 외무성은 그것이 김정일의 유훈이며 경제건설과 인민생활향상을 위한 과학기술발전계획에 따르는 평화적인 사업이라고 규정하였다.

인공위성 로켓 발사와 핵실험을 연이어 단행한 데 이어 북한은 3월 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경제발전-핵무력 건설 병진' 전략노선을 채택하였다. '경제개혁' 조치를 단행한 경험이 있는 박봉주를 다시 한번 내각 총리에 임명하는 조치가 동반되었다.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을 병진시킬 데 대한 전략적 로선은 자위적핵무력을 강화발전시켜 나라의 방위력을 철벽으로 다지면서 경제건설에 더 큰 힘을 넣어 사회주의강성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가장 혁명적이며 인민적인 로선이다"고 규정했다.

아울러 "새로운 병진로선의 참다운 우월성은 국방비를 추가적으로 늘이지 않고도 전쟁억제력과 방위력의 효과를 결정적으로 높임으로써 경제건설과 인민생활향상에 힘을 집중할 수 있게 한다는 데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경제·핵 병진노선을 전개할 대외 환경은 극히 곤란하였다. 유엔 안보리의 촘촘한 대북 제재가 가동되고 있었고 거기에 중국까지 동참하는 양상이었다. 그 연장선상에서 북한은 남한, 미국과 대화의 계기를 찾지 못하였다.

통상적이라 하기에는 공격적 태도가 뚜렷하게 드러난 3~4월 한미 간의 키리졸브 및 독수리 훈련이 북한의 막말 공세를 연출하였다. 유례가 없는 미군의 핵군사력 시위는 동아시아 핵도미노 차단용이란 의미가 있었지만, 북한에게는 핵무장 정당화 논리를 강화시키는 한편 경제·핵 병진노선을 제약하는 요소로 다가갔다.

대북 제재와 남한, 미국의 대북 압박을 조건으로 경제·핵 병진노선이 이륙하기에는 어렵다. 북한 스스로 유효수요를 창출하거나 공급정책을 전개할 자체 투자 요인이 극히 제한된 상태에서 대외환경 개선은 필수적인 과제이다.

4월 최고조로 올라간 군사적 긴장이 내려가 진정 국면을 거치면서 대화의 물결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북한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우방국의 지지와 공감대 형성을 바탕으로 적대세력과의 대화 분위기 조성이 그 움직임의 실체였다.

우호적 대외환경 조성을 위한 노력

지난 5월 7일(현지시각) 오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지난 5월 7일(현지시각) 오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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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2일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김정은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해 경제발전을 위한 대외환경 개선 의사를 피력하고 중국의 지지를 요청하였다.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최룡해 국장은 "조선은 정말로 경제를 발전시키고 민생을 개선하고 싶다, 조선은 평화적인 외부환경을 조성하고 싶다, 조선은 관련 각국과 공동으로 노력하고, 6자회담 등 다양한 형식의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타당하게 풀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반도 비핵화와 역내 평화·안정,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이, 중국이 견지해온 한반도정책 기본방침인 점을 감안하면 북한의 도발 중단을 전제로 중국이 북한의 행보를 지지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어 북한은 남한, 미국에 대화를 제의한다. 6월 6일 남북 당국회담(조평통 대변인 특별담화문), 6월 16일 북미 고위급 회담(국방위 대변인 중대담화)을 각각 제안하며 대화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남북회담 제안은 미중 정상회담 하루 전이었는데, 회담 의제로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6·15공동선언, 7·4공동성명 공동 기념, 적십자 직통전화 재개통 등이었다. 의제와 회담의 격, 제안 시점 등을 감안할 때 매우 적극적인 대화 의지를 보여준 것이었다. 또 북한은 북미 고위급 회담을 제안하며 의제로 군사적 긴장 상태 완화, 평화체제 수립, '핵 없는 세계 건설'을 제시하였다.

북한의 남북대화 제의는 장관급회담 준비회담으로 이어졌지만 회담 대표의 격 문제로 결렬되고, 대신 개성공단 회담이 진행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적극적인 회담 제의에 박근혜 정부가 충분한 대응전략이 마련되지 않아서, 혹은 북한의 제의에 의심이 많아 지연전술로 대응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북미 고위급 회담 제안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6월 17일 오바마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대화를 위한 대화는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에 시간만 벌어줄 뿐"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같은 날 미 국무부 대변인 역시 "관건은 구체적인 비핵화를 위해 북한이 신뢰할만한 행동을 (먼저) 하는 것이"라며 유보적 태도를 나타냈다. 그보다 앞선 5월7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했지만 6자회담 등 구체적인 대화 방안에 대한 언급은 없이 북한의 '위기외교'를 경고할 뿐이었다.

이러한 한국과 미국의 반응은 중국의 입장과 차이를 보였다. 6월7~8일 캘리포니아 미중 정상회담, 6월 27일 베이징 한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6자대화 재개, (북핵만이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한 반면, 한국과 미국 정상은 북핵 불용을 강조하며 북한과의 대화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은 여러 번, 오바마 대통령도 간접적으로 북한의 경제·핵 병진노선을 비판하였다.

대외관계 개선 없는 병진노선의 한계

북한의 경제·핵 병진노선에 대한 한미 양국의 비판은 북한의 핵무장력 강화에 기반을 둔 경제발전정책을 동의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에 도움을 줄 어떤 조치도 하지 않을 뜻을 포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현 대북 제재 조치를 유지하고, 중국까지 포함시킨 대북 압박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경제·핵 병진노선을 전개함에 있어 한국, 미국, 일본의 지지를 구하기 힘들 것이다. 그렇지만 연초 높은 군사적 긴장을 지나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에 나서려고 하고 있다는 인상을 남한과 미국에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중국의 지지를 받고 있어 남한이 추진하려는 한미중 3자 전략대화의 효과를 사전 차단하는 의미가 있고, 유럽과 동남아 등 국제사회의 투자 유치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제경제기구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과의 관계개선 없이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대북 투자는 어렵다.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해서는 남한과의 관계개선이 선행되어야, 최소한 병행해야 한다. 북한이 최근 보이는 남한, 미국과의 대화 분위기 조성 노력이 주목받는 이유이다. 물론 남한과 미국이 북한과 대화에 나설 의지도 관찰 대목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코리아연구원 홈페이지(knsi.org)에 함께 실릴 예정입니다. 이 글을 쓴 서보혁님은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이면서 코리아연구원 연구기획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핵경제 병진노선, #북중관계, #북한 핵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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