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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째 물폭탄을 맞은 중부지방은 곳곳이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중략) 논과 밭이 온통 물에 잠겨, 어디가 강이고, 어디가 뭍인지 알 수 없습니다. 흙탕물이 쉴 새 없이 흘러가는 한강... (중략) 이틀간 최대 400밀리미터의 폭우가 내린 중부 지방은 곳곳이 물바다로 변했습니다." - 15일 MBC <뉴스데스크> '한강 유역 흙탕물 바다....중부 쓸어버린 장맛비'

중부지방에선 며칠째 폭우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벌써 인명피해도 발생했고, 이재민도 생겼습니다. 더 이상 피해가 없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중부지방은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폭우가 쏟아지고 있지만, 남부지방에는 며칠째 '폭염특보'가 내려져 무더위와 씨름하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경남 진주는 지난 7일 72.5mm가 내린 후, 2mm, 0,1mm, 0.4mm가 내린 적이 있지만 비 다운 비는 아직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사람은 참 간사합니다. 중부지방이 엄청난 비 피해를 입고 있는데도 '비 좀 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더위에 지쳐 허우적거리고 있습니다. 특히 저희 집은 40년이 다 된 2층 슬레이트 집입니다. 옥상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벽도 바깥벽이 다입니다. 주위에 높은 건물이 없어 하루 종일 해님이 햇빛을 친절하게 내리쬡니다.

오전 10시, 실내온도가 32도...

지난 일요일(14일) 오전 10시쯤 오전 예배를 드리기 위해 에어컨을 켰더니 실내온도가 32도더군요. 에어컨 바람을 강풍으로 돌렸더니 2분쯤 지나 31도로 내려갔습니다. 아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돌리는 에어컨 앞에서 시원하다고 좋아합니다. 특히 더위에 약한 막둥이는 이참에 하루 종일 에어켠을 켜자고 합니다.

지난 일요일(14일) 10시 에어컨을 켰더니 실내온도가 32도였는 데 강풍을 돌려 2분쯤 지나니 31도로 내려갔습니다.
 지난 일요일(14일) 10시 에어컨을 켰더니 실내온도가 32도였는 데 강풍을 돌려 2분쯤 지나니 31도로 내려갔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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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이제 조금 살 것 같아요."
"학교에서 에어컨 켜잖아."
"요즘은 학교도 에어컨 잘 안 돌려요. 그리고 우리집은 덥잖아요."

"아빠도 시원하니까 좋다."
"그럼 에어컨 자주 돌려요."
"전기요금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주일예배 드릴 때만 켜도 몇 만 원은 나온다."
"그럼 저녁에 잠잘 때 조금 켜면 안 돼요?"
"에어컨은 마약과 같아서 한 번 켜기 시작하면 계속 켜야 한다. 더워도 참아. 샤워하고 선풍기 돌리면 시원해."

사실 저도 에어켠 켜고 싶습니다. 잠자기 전에 잠깐만이라도 켜고 싶습니다. 하지만 한 번 맛들인 에어켠 바람에선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14년을 참아왔습니다. 올여름도 에어컨은 예배드릴 때만 잠깐 켤 뿐, 우리 가족과 동무가 될 수 없습니다.

에어컨은 우리집 동무가 될 수 없어요

오전 10시 실내기온이 32도입니다. 오후 4시쯤 되면 35-6도까지 올라갑니다. 방안에서는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어 다들 교회에서 잡니다.
 오전 10시 실내기온이 32도입니다. 오후 4시쯤 되면 35-6도까지 올라갑니다. 방안에서는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어 다들 교회에서 잡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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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실내기온이 32도입니다. 오후 4시쯤 되면 35~6도까지 올라갑니다. 방안에서는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13년 동안 살면서 교회가 방보다 2~3도는 낮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여름(6월 중순부터 8월 말까지)엔 온 가족이 교회에서 잠을 청합니다. 교회에서 자면 여러가지가 좋습니다. 우선 공간이 넓어 온 가족이 함께 잘 수 있습니다. 이렇게 두 달을 함께 자면 가족간 정도 더 깊어집니다.

"아빠 올 여름도 우리는 교회에서 자니까 좋아요."
"아빠도 좋아."

"형아랑 누나 그리고 엄마와 아빠 함께 자니까 얼마나 좋아요."
"하지만 나는 내방이 있으면 좋겠다."(큰 아이)
"나도 내방에서 자면 좋겠다."(딸)
"가을 되면 또 너희 방으로 가잖아."
"그래도 나는 아빠랑 엄마랑 같이 자니까 좋아요."
"막둥이는 항상 아빠하고 같이 자잖아."

방 안 온도 32도보다, 더 무서운 딸 아이 '오뉴월 감기'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고 합니다. 하지만 딸 아이는 감기에 걸려 이 더운 밤에 이불을 덮고 잡니다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고 합니다. 하지만 딸 아이는 감기에 걸려 이 더운 밤에 이불을 덮고 잡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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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딸 아이가 여름감기를 앓고 있습니다. 어제(15일) 머리가 아프다며 학교에 갔습니다. 감기 기운이 있었습니다. 여름이라 학교에 가면 금방 낫겠지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학교가 끝나고 나서 전화가 왔습니다. 머리와 목이 많이 아파 병원에 가야겠다고 했습니다.

"아빠 머리가 많이 아파요."
"그럼 병원에 가야지. 수업은 어떻게 받았니?"
"누워있고, 양호실에 가서 약도 먹었어요."
"머리에 땀 좀 봐라. 더워서 나는 땀이 아니라. 식은땀이네."

"병원에 같이 갈 거죠?"
"당연하지. 예쁜 딸이 아픈데 아빠가 같이 안 가면 어떻게 하니."

딸 아이는 식은땀에 콧물 그리고 목까지 쉬었습니다. 오뉴월 감기는 개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 데 딸은 32도 넘는 집에서 감기에 걸렸습니다. 방 안 온도가 32도가 넘는데 감기라니 상상이 안 갔습니다. 오뉴월 감기를 처음 봤습니다. 다행히 병원가서 주사 맞고, 약을 먹었더니 열이 조금 내렸습니다.

이제 더위가 시작인데, 어떻게 올 여름을 날지 심히 걱정입니다. 무엇보다 폭우가 내리는 중부지방에 아무 피해가 없기를 바랍니다. 다른 동네도 마찬가지입니다. 올여름 태풍과 비에 피해 입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그리고 여름감기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태그:#무더위, #오뉴월 감기, #에어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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