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할매가 왔다."

8년 동안 밀양 송전탑 반대투쟁을 해오고 있는 할머니·할아버지들이 경남 창원에서 집회를 가졌다. '밀양 765kV 송전탑 백지화 및 공사중단을 위한 경남공동대책위'는 10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밀양 할머니·할아버지와 민주노총 경남본부 조합원, 마창진환경운동연합 회원, 시민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밀양 할매'들은 송전탑 공사를 막기 위해 처절하게 싸워 왔는데, 최근에는 전국 곳곳을 돌며 집회를 가졌다.

‘밀양 765kV 송전탑 백지화 및 공사중단을 위한 경남공동대책위’는 10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사진은 밀양 상동면 주민 김영자씨가 눈물을 머금고 발언하는 모습.
 ‘밀양 765kV 송전탑 백지화 및 공사중단을 위한 경남공동대책위’는 10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사진은 밀양 상동면 주민 김영자씨가 눈물을 머금고 발언하는 모습.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밀양 765kV 송전탑 백지화 및 공사중단을 위한 경남공동대책위’는 10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밀양 765kV 송전탑 백지화 및 공사중단을 위한 경남공동대책위’는 10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밀양 할매'들은 지난 7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탈핵 집회'를 열었고, 11일 국회 주변에서도 집회를 연다. 1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전문가 협의체'가 제출한 보고서에 대해 검토할 예정이다.

"얼씨구 절씨구~ 한전 때메 내가 내가 못 살겠다"

창원집회는 풍물패 '어처구니'의 길놀이에 이어 발언과 지역가수 공연 등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김유철 시인은 '송전탑 공사 그만'이라는 내용이 들어간 시를 써와 직접 낭송하기도 했다.

밀양 상동면에 사는 김영자(57)씨는 "우리의 절박함을 알리기 위해 이곳에 왔다"면서 "저의 친정이 있는 마을은 송전탑이 들어서면 마을이 두 동강 나고, 제가 사는 마을을 에워싸고 송전탑이 들어서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마을은 조상대대로 살아 왔는데, 그런 곳을 어떻게 돈으로 환산하고 돈으로 바꿀 수 있단 말이냐"며 "사람의 평생을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부와 한국전력공사는 이른바 '밀양보상법'을 통해 돈을 조금 더 줄테니 이거나 먹고 떨어져라는 식이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싸움은 8년 동안 해오고 있는데, 우리가 돈 때문에 싸운다면 이전에 한국전력에서 제시했던 보상액이 47억에서 125억으로 올라갔을 때 합의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설 도중에 눈물을 울먹이기도 한 김영자씨는 "전국의 여러분들이 힘을 보태주면 아름다운 강산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 너무 힘들다, 사는 곳이 초토화되고 아름다운 강산이 막무가내로 파헤쳐지는데, 힘을 모으면 지켜낼 수 있다.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밀양 765kV 송전탑 백지화 및 공사중단을 위한 경남공동대책위’는 10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사진은 '할매 합창단'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 모습.
 ‘밀양 765kV 송전탑 백지화 및 공사중단을 위한 경남공동대책위’는 10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사진은 '할매 합창단'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 모습.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밀양 765kV 송전탑 백지화 및 공사중단을 위한 경남공동대책위’는 10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밀양 765kV 송전탑 백지화 및 공사중단을 위한 경남공동대책위’는 10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김재명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지난 5월 밀양 송전탑 공사를 막아내는 과정이 전국적으로 알려졌는데, 밀양에는 할머니들만 계시는 줄 알았는데 오늘보니 할아버지들도 오셨다"며 "우리 어머니 아버지들의 모습으로, 부모님들이 사는 곳에 몹쓸 것을 만들겠다고 하는데, 정치인과 권력을 가진 놈들이 자기 땅이라면 그렇게 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무리 좋은 시설이고 자원이라고 하더라도 사람을 해치면서까지 하는 것을 올바르지 않다"며 "몇 사람 짓밟고 지나가서 더 많은 사람을 위한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해서는 안되고, 한 사람이라도 살릴 줄 아는 정의로운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밀양 765kV 송전탑 백지화 및 공사중단을 위한 경남공동대책위’는 10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사진은 김유철 시인이 시를 낭송하는 모습.
 ‘밀양 765kV 송전탑 백지화 및 공사중단을 위한 경남공동대책위’는 10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사진은 김유철 시인이 시를 낭송하는 모습.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김철원 밀양농민회 정책실장은 "밀양 어르신들은 8년째 송전탑 공사를 막고 있는데, 지금도 열심히 막고 있다"며 "그 사이 마을 공동체는 깨지고, 농사도 못 짓고 가사생활도 말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1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에서 전문가협의체에서 제출한 보고서를 놓고 회의를 한다는데, 국회의원들이 진실을 보아야지 왜곡해서 보면 안될 것"이라며 "어르신들은 한국전력과 경찰을 두려워하지 않고, 다만 진실이 왜곡되고 은폐되는 게 두렵다"고 말했다.

박종권 마창진환경연합 공동의장은 "지구 역사를 2시간 짜리 다큐멘터리로 만든다면 인간의 역사는 2초 정도만 담긴다고 한다"며 "인간이 너무 많은 욕심을 내다보니 불상사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전기가 부족하지 않다. 골프장에는 불과 몇 사람만 즐기기 위해 밤 12시에도 불을 훤하게 밝혀 놓았고, 한 재벌 2세 집의 한 달 전기요금이 2400만원 나온다고 한다"며 "전기를 아껴쓰면 위험한 전기시설을 세울 필요가 없다. 우리는 전기가 절대 부족한 나라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박 공동의장은 "브라질 열대 우림을 지키기 위해 활동하는 사람들이 조만간 한국을 방문하는데, 밀양에 오겠다고 했다"며 "밀양 어르신들이 환경을 지키기 위해 그 사람들보다 더 열심히 싸운다고 보는데, 밀양 어르신들은 세계적인 인물이며 엄청난 환경운동가다"고 말했다.

이날 밀양 할머니들은 '할매 합창단'을 조직해 "765 송전탑 쏭"(대중가요 '황진이' 개사)을 불렀는데, 다음은 가사의 일부 내용이다.

"얼씨구 절씨구 한전 때메 내가 내가 못살겠다. 765 송전탑 백지화 / 한평생을 바쳐서 농사만 짓는데 송전탑 웬말이냐(지랄하고 자빠졌네) / 여길 떠나면 어디로 갈까 사랑아 사랑아 내 밀양아 / 개나리도 피고 진달래도 피고 뻐구기가 울텐데 / 그리워서 어떻게 살까 / 능수버들 늘어지고 소나기 내리면 보고파서 어떻게 살까 / 그래서 싸워야지 송전탑 막아야지 핵발전 막아야지(송전탑을 막아내자) / 웃으며 싸워서 함께 잘살자 765 송전탑 막아내자."

‘밀양 765kV 송전탑 백지화 및 공사중단을 위한 경남공동대책위’는 10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사진은 풍물패 '어처구니'의 길놀이 모습.
 ‘밀양 765kV 송전탑 백지화 및 공사중단을 위한 경남공동대책위’는 10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사진은 풍물패 '어처구니'의 길놀이 모습.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인 이남우씨가 10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열린 "할매가 왔다"는 제목의 집회에 참석해 투쟁 모습을 담은 사진을 살펴보고있다.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인 이남우씨가 10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열린 "할매가 왔다"는 제목의 집회에 참석해 투쟁 모습을 담은 사진을 살펴보고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태그:#밀양 송전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