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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최민희 민주당 의원의 주최로 'KBS 수신료 인상 관련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최민희 민주당 의원의 주최로 'KBS 수신료 인상 관련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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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원 한 푼에도 쩔쩔 매는 서민들은 지금 KBS TV 수신료 2500원 내는 것도 아깝다고 한다. 그런데 두 배 인상이 말이 되냐."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KBS 수신료 인상안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 중에는 '차라리 100% 광고비로 운영하라'는 말도 있다." (양재일 언론소비자국민주권캠페인 사무총장)

KBS가 이사회에 TV수신료를 현행 2500원에서 4800원으로 올리는 인상안을 상정한 것을 두고,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KBS 수신료 인상 관련 긴급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은 질타를 쏟아냈다. 국민의 저항감에 거센 상태에서 수신료 인상을 강행하는 것은 '불난 데 기름 붓는 격'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민 10명 중 약 8명이 수신료 인상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토론회를 주최한 최민희 민주당 의원이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난 8일 전국 만 19세 이상 휴대전화 가입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1.9%가 수신료 인상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RDD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응답률 5.0%)  

국민 10명 중 8명 "KBS 수신료 인상 반대"... 전문가들 "편파 보도가 원인"

수신료 인상을 두고 국민들의 거부감에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토론회 참석자들은 방송의 공영성·공정성 상실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KBS가 최근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관련 자사 보도를 비판한 옴부즈맨 프로그램 담당자를 교체해 시청자의 신뢰를 잃게 됐다고 진단했다. 위의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31.5%가 '불공정 편파방송' 때문에 인상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국민부담 가중'(42.9%) 다음으로 비중이 높은 수치다. 

심영섭 한국외국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과 강사는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과 공정성은 법률이 정한 방송의 기본원리이자 수신료의 전제조건인데, 국정원 사건과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관련 최근 KBS 보도를 보면 불공정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수신료 인상을 요구해도 국민을 설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신료 인상으로 인한 광고수익 감축이 자칫 종합편성채널 특혜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KBS는 수신료 인상에 따라 대략 연간 2000억~2600억 원 규모의 광고수입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KBS에 투자됐던 광고 예산이 종편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이명박 정부 당시 KBS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최시중 당시 방송통신위원장이 "KBS가 광고 비중을 낮추면 그만큼 광고 시장이 넓어져 종편 등을 여러 개 새로 허가할 여력이 생긴다"고 말해 파문이 일었기 때문이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만약 최 전 방통위원장의 발언대로 줄어든 광고수입이 종편 등의 상업 매체들에게 넘어간다면, 정부가 선심을 베푸는 '정치적 매수행위'를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같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논의 과정 없이 인상안을 일방적으로 이사회에 상정한 것 역시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KBS 이사회의 총 11명의 이사 가운데 야당 추천 이사 4명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인상안은 반대한다며 지난 3일 열린 임시 회의에 불참했지만, 여당 추천 이사 7명가 인상안을 단독 상정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김주언 KBS 이사(야당 추천)는 "수신료 인상은 이사회에서 2개월 동안 논의를 거쳐 방통위 의결은 받은 뒤 국회에 상정된다"며 "여당 추천 이사와 회사 쪽이 9월 정기국회 일정에 맞춰 이사회 논의를 7월 말 안에 끝내려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보도 공정성 ▲제작 자율성 보장 ▲수신료 사용의 투명성 등을 위한 제도가 마련되지 않으면, 야당 추천 이사들은 인상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KBS "수신료 30년 넘게 동결... 경영 어려움 극복 위해 인상 불가피"

KBS는 재정적인 어려움 때문에 수신료 인상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윤준호 KBS 수신료현실화추진단장은 "TV 수신료는 30년 넘게 동결된 상태"라며 "62억의 적자와 디지털 전환 비용으로 인한 경영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수신료 인상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신료 인상에 따라 광고수입이 감축되면 선정적이고 상업적인 방송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민주언론시민연합(아래 민언련) 신태섭 공동대표는 수신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인정하면서도 국민들의 저항감을 낮추기 위해서는 공영성과 투명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대표는 "'공영방송의 재원구조 안정화'를 위한 수신료 인상은 필요하지만,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내부의 자율성이 온전히 보장된다는 전제조건이 우선 충족돼야 한다"며 "국민이 신뢰할 만한 '경영개선안'부터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고자·징계자 명예회복 ▲권력 감시·비판 프로그램 복원 ▲'공정보도위원회' 구성 등 KBS 정상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공정방송재정수요조사위원회'를 설치해 정치적 갈등에서 벗어나 수신료 문제를 논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충식 방통위 부위원장도 참석했다. 김 부위원장은 "KBS 수신료 인상은 공영방송의 재원구조 안정화라는 국민적 공감대 있어야 가능하다"며 "KBS 스스로 얼마만큼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공정성을 실현하는지가 관건이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시민단체와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KBS 수신료 산정위원회'를 만들어 수신료 인상 수준과 광고 축소 규모 등을 논의하는 등 면밀한 검토와 객관적 검증을 거치는 게 우선"이라며 "수신료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므로 이를 사용할 때의 절차적 투명성도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태그:#KBS 수신료, #KBS, #최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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