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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육교가 철거된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앞에 횡단보도가 설치됐다.
 보도육교가 철거된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앞에 횡단보도가 설치됐다.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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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양시가 보행 불편을 해소하고 도시 미관을 개선하기 위해 관내에 설치된 35곳의 보도 육교 중에서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앞 안양로 육교를 철거하고 횡단보도를 설치했다. 2001년 보행권 관련 조례를 제정한지 12년 만에 첫 시도에 나선 것이다.

지난 1일 자정을 기해 철거된 안양로 육교는 1995년 설치된 것으로 길이 29미터, 폭 4미터 규모로 보행인이 적어 효율성이 떨어지고, 고령자들이 통행이 불편한 육교를 이용하지 않고 도로를 무단횡단, 교통사고 위험이 높아 횡단보도 설치 요구가 많았다.

안양시는 안양로 육교 철거를 위해 이용자 설문조사, 교통영향, 법률적 축면 등의 종합적인 검토와 경찰과의 협의를 통해 결정했으며 93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난 4월 23일부터 횡단보도 및 신호 등 설치, 버스정류장 이전 등 공사에 착공해 현재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지난 7일 새롭게 놓여진 횡단보도를 건너던 주민 권아무개(45)씨는 "육교는 사람들의 안전보다는 자동차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노인들과 여성·아이들이 육교를 오르내리느라 힘들어 했는데 다들 좋아들 한다"며 "이제야 보행자로서의 권리를 찾은 듯한 느낌이다, 시원하게 뻥 뚫리니 보기에도 좋다"고 말했다.

횡단보도 설치 "시원하게 뻥 뚫리니 보기에도 좋아요"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앞 보도육교가 철거되기 전의 모습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앞 보도육교가 철거되기 전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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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시에 의하면 시 관내에 설치된 보도육교는 총 35곳으로 시는 승강기 또는 경사로가 미설치된 보도육교 10개소 중 4개소(안양6동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앞, 안양3동 국민은행앞, 안양8동 명학공원앞, 귀인동 평초지하차도 위)에 대해 철거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이번에 철거한 안양6동을 비롯 안양3동, 안양8동 육교는 철거후 횡단보도 설치하는 방안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귀인동 육교는 주민설문조사 결과 70.9%가 반대의견을 피력해 내구 연한까지 존치하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렸다.

이에 안양시는 지난해 8월 관할 경찰서인 안양만안경찰서에 안양로 3개 육교 철거 후 횡단보도 설치 건의를 냈다. 만안경찰서는 교통안전시설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이를 논의한 결과 1차적으로 안양6동 검역원앞 육교 철거 및 횡단보도 설치를 조건부 가결했다.

안양시는 향후 계획으로 1단계인 2014년에 안양8동 명학공원앞, 안양3동 국민은행 앞 보도육교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 횡단보도를 설치해 보행에 불편이 없도록 하고, 2단계로 2015년에 관양육교, 평촌지하차도 위 육교에 대해 철거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김영일 안양시 건설방재과장은 "지난 2012년 2월 발주한 보도육교 타당성 조사용역 결과 및 육교주변 및 이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처음 육교를 철거했다"며 "앞으로도 보행에 불편이 큰 보도육교에 대하여 철거하고 횡단보도를 설치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또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 계획'에 따라 자동차 위주의 기존 횡단시설을 재정비하고 교통약자가 건너기 어려운 육교나 지하보도를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안양시 일찌감치 보행권 조례 제정했으나 실천은 '나몰라라' 

안양역 광장에서 수원방향 도로에 횡단보도가 없는 상황속에 시민들의 무단횡단은 이젠 일상이 되고 있다.
 안양역 광장에서 수원방향 도로에 횡단보도가 없는 상황속에 시민들의 무단횡단은 이젠 일상이 되고 있다.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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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안양시는 지난 2001년 '보행권 확보 및 보행환경개선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이 조례는 '모든 시민은 편안하고 안전한 보행 환경에서 생활한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시장은 보행약자를 포함한 모든 보행자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도시를 만들 책무가 있다'는 조항도 있지만 사실 오랫동안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특히 대부분의 교통정책이 차량 위주로 이뤄진 현 교통정책을 사람 중심 정책으로 개선하고, 노인과 장애인, 유모차 이용 시민 등 대다수 시민들의 안전하고 편리한 보행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횡단보도 설치가 절실한 곳이 적지 않지만 속수무책인 곳도 적지 않다.

실제 안양시 관문격인 안양역 앞에는 횡단보도가 한 곳도 눈에 띄지 않는다. 불과 폭 15m 길을 건너기 위해 지하상가의 가파른 계단을 이용하거나 100여 m나 멀리 떨어진 횡단보도를 돌아가야 해 결국 무단횡단으로 인한 사고가 자주 발생하지만 묵인되는 꼴이다.

이는 인근 점포주들의 이해관계와도 무관치 않다. 오랫동안 횡단보도 설치에 반대해 왔던 안양일번가 지하상가 상인회는 역에서 지하상가로 내려오는 계단을 에스컬레이터로 바꿔준다면 횡단보도 설치에 동의할 수 있다고 조건부 수용 의사를 밝혔지만 일부 점포주들이 반대하고 있어 안양시는 선뜻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는 눈치로 시민의 보행 불편을 해소하기에는 아직 갈길이 멀기만 하다는 지적과 쓴소리가 적지 않다.


태그:#안양, #보도육교, #횡단보도, #보행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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