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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협동조합 육성책으로 법령 개선 및 정보화 시스템 설치 등 간접지원 인프라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현 부총리는 6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 1회 협동조합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그러나 "개별 협동조합에 대한 재정지원은 협동조합의 기초인 자율성을 훼손하고 협동조합의 시장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면서 직접적인 지원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행사에 참여한 협동조합 관계자들은 직접적인 방법이 아니더라도 조합 자립을 위해 정부가 꼭 해줘야 할 지원책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협동조합 홍보나 공공 사업 판로 연계 등은 꼭 필요하고 정부가 할 수 있는 지원인데도 전혀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정부 관계자들이 이 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1회 협동조합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현장에 부스를 설치한 협동조합 '카페오아시아 조합원들과 커피를 마시고 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정부 관계자들이 이 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1회 협동조합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현장에 부스를 설치한 협동조합 '카페오아시아 조합원들과 커피를 마시고 있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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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오석 "협동조합, 시장경제 보완하는 모델로 성장할 것"

현 부총리는 이날 축사에서 "지난해 12월 협동조합 기본법이 시행된 이후 5인 이상이면 출자금 제한 없이 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진정한 협동조합 시대'가 열리게 됐다"고 평했다. 올해 5월 31일 기준 국내에 설립된 협동조합 수는 약 1400개. 그중 1000여 개가 지난 6개월 사이 생긴 것들이다. 하루에 7개꼴로 협동조합이 생겨나고 있는 셈이다.

현 부총리는 협동조합이 시장경쟁력이 투자자 소유회사에 비해 못지 않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스페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은 1만 5000여 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하며 안정적 성장세를 이어갔다"면서 "협동조합은 시장경쟁력도 가지고 있으면서 대내외 불확실성이 클 때는 경제 안정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협동조합들이 보육·급식·장애인 돌봄 서비스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며 취약계층 보호와 지원을 통한 복지 시스템을이 성장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시장경제를 보완하는 모델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직 걸음마 단계인 국내 협동조합의 수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협동조합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명실상부한 경제사회의 주체로 자리매김할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지속성에 대한 우려도 있는데 자조, 자립, 자치라는 가치에 맞게 힘을 모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김문수 경기도지사, 최원병 한국협동조합협의회 회장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폴린 그린 국제협동조합연맹(ICA) 사무총장은 동영상 축사를 보냈다.

반 총장은 "세계적인 금융 위기 속에서 협동조합은 조합원과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 줬다"면서 "청년 실업 위기 해결 측면에서도 상당한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린 사무총장은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수익만을 쫓는 편협함이 아니라 사람중심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협동조합의 날 기념식 참석자들이 6일 서울 코엑스에서 팥빙수 만들기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협동조합의 날 기념식 참석자들이 6일 서울 코엑스에서 팥빙수 만들기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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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는 3000명 왔는데 서울은 300명... 홍보라도 제대로 해주길"

이날 행사장에는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협동조합 20여 개가 부스를 차리고 홍보활동에 나섰다. 대부분이 만든 지 3달이 채 안 된 신생 협동조합들이었다. 이들은 '직접적인 지원은 적절치 않다'는 현 부총리의 말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협동조합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간접적인 차원에서라도 정부 지원은 꼭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회적 협동조합인 '행복도시락'의 신기환 대리는 "결식아동 지원 등 공공사업에 대해서는 정부부가 연계 작업을 도와줘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다"면서 "지금은 협동조합끼리만 공생하는 단계"라고 지적했다.

사회적 협동조합은 사회 공공성을 띈 사업을 주축으로 비영리로 운영되는 협동조합을 말한다. 정부가 어차피 해야 할 공공사업은 사회적 협동조합을 통해서 진행하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협동조합 자생력도 키울 수 있는데 지금은 그런 연계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대전에서 올라온 한 협동조합 관계자는 중앙 부처인 기획재정부에서 주관한 이날 행사에 대해 실망감을 드러냈다. 중앙정부가 기념 행사를 하는데만 집중하고 있고 실질적으로 협동조합 자생을 도우려는 의지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그는 "행사 며칠 전에 갑자기 장소가 코엑스로 바뀌었는데 정부에서는 이곳 주차비도 지원을 해주는 게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달 대전시에서 한 협동조합 행사에는 사람들이 3000여 명 왔는데 서울 행사에 사람이 300명 정도밖에 안 왔다"면서 "직접지원은 바라지 않으니 중앙부처가 할 수 있는 협동조합 홍보라도 잘 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전국흙집짓기협동조합에서 나온 김병곤 이사는 최근 갑자기 조합원이 급증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정을 털어놨다. 이 조합은 충북 음성군에 본부를 두고 있는 전국 규모의 협동조합으로 창립 2달만에 조합원이 5명에서 170여 명으로 늘었다. 이같은 속도라면 연말까지는 조합원 1000명도 돌파할 기세다.

김 이사는 하얗게 센 머리카락을 내보이며 "협동조합 기본법에 따르면 총회를 열기 위해서는 전체 조합원 중 과반수가 참석하거나 위임장을 내야 하는데 두 가지 다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양질의 콘텐츠가 있고 조합원들도 모인 '잘 되는' 협동조합도 실질적인 운영이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당장 내년 총회를 어떻게 열 수 있을지 고민인데 정부에서 이런 부분에 유효한 도움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태그:#협동조합, #사회적협동조합, #현오석, #기획재정부, #행복도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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