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청와대는 여전히 침묵 중이다. 전날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 표결을 통해 국가기록원에 보관 중인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과 음성 녹음 등의 열람 및 공개가 가능하도록 했지만, 청와대는 아무런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청와대는 국가정보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한 후에도 "반응이 없는 게 반응"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의도적인 침묵과 선긋기가 계속될수록 대통령 직속 기관인 국정원과 청와대의 사전 교감설이 커져갔지만, 청와대는 "국회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뒷짐을 졌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일에도 기자들과 만나 "국회는 국회가 할 일을 하고 청와대는 청와대가 할 일을 하는 것"이라며 "청와대가 국회에 어떤 주문을 하거나 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여당도 국정원 개혁 요구... 청와대 침묵 속 수습책 고민 중

국가정보원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전문 공개와 관련해 6월 25일 오전 국회 정보위원회가 열리기에 앞서 서상기 정보위원장(가운데)과 여야 간사가 위원장실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정문헌 새누리당 간사, 정청래 민주당 간사, 서 위원장,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
 국가정보원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전문 공개와 관련해 6월 25일 오전 국회 정보위원회가 열리기에 앞서 서상기 정보위원장(가운데)과 여야 간사가 위원장실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정문헌 새누리당 간사, 정청래 민주당 간사, 서 위원장,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
ⓒ 사진공동취재단

관련사진보기


하지만 청와대가 언제까지 침묵을 지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실시하기로 한 국정원에 대한 국정조사 정국이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 쉽게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야가 조사범위 및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지만, 국정조사에서 다룰 의혹들 중에서는 휘발성이 강한 사안들도 대거 포함돼 있다.

박근혜 캠프의 선거 운동을 총괄 지휘했던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셀프 폭로'한 지난 대선 당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사전 유출 및 정치공작 의혹이 대표적이다. 당시 박빙의 흐름을 탔던 대선 판세를 유리하게 바꾸기 위해 여당이 국정원이 손을 잡고 정치공작을 벌인 사실이 확인될 경우 그 파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고 한 박근혜 대통령도 파문의 직접 영향권에 놓이게 된다.

이에 따라 여권에서는 국정원에 대한 국정조사 정국 속에서 출구전략 모색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도 겉으로는 한발 물러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국정원 개혁 방안 마련 및 남재준 국정원장의 거취 문제 등 수습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개혁에 대한 요구는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강하게 분출하고 있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은 3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국정원을 망가진 상태로 방치할 수 없다"며 "국회에 초당적인 개혁위원회를 꾸려서 국정원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오 의원도 "국정원이 때만 되면 국내 정치에 기웃 거리고 한 정권 끝나면 국정원장이 감옥에 간다"며 "정보기관이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할 시기는 지났다, 이번 기회에 국정원이 가지고 있는 국내 정치파트를 해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에서도 국정원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언급이 나왔다.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는 김기현 의원은 전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저희는 국정원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국정원의 국내정치 전반에 대한 불필요한 간섭이나 네트워크들은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정원 개혁에는 공감... 남재준 거취는?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6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도착해 정보위원회 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6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도착해 정보위원회 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관련사진보기


청와대는 공식적으로는 여당 내 국정원의 국내파트 해체라는 개혁 방안을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국정원 개혁의 필요성 자체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어떤 개혁이든 정치권에서 다양한 의견을 내고 종합해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는 것 아니겠느냐"며 "(국정원 개혁은) 정치권은 물론 관계 기관을 포함해 두루두루 의견을 모으고 시대 상황과 국민들의 요구에 맞는 방향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남재준 국정원장의 거취도 주목된다. 야당은 현재 국정원의 불법 대선 개입 및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에 대해 박 대통령의 사과는 물론 남 원장의 해임을 요구하고 있다. 여당 내에서도 남 원장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해 여야의 극한 대립을 불러온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재오 의원은 이날 "(남 원장이) 정치판에 불쑥 문서 던져놓고 이 난리를 치고 있다, 그 사람이 가만히 있었으면 이 정쟁은 없었을 텐데 박 대통령을 취임 4개월 만에 정쟁에 휩쓸리게 했다"며 "이걸 알고도 집권여당이 그냥 넘어가면 시대적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요구하고 있는 국정원의 국내 정치파트 해체 등 개혁을 실효성 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남 원장이 물러나는 게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해 국정원을 국내 정치의 한복판으로 밀어 넣고, '조직의 명예'를 위해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장본인이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 차단을 막을 개혁을 주도하기는 무리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청와대는 신중한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 논의를 지켜봐야 한다"며 "지금으로서는 아무것도 논의되거나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태그:#청와대, #국정원, #박근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