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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운동은 하시는지요?"
"예! 운동 열심히 합니다. 24시간 빼놓지 않고 하는 숨쉬기 운동(?)입니다"

한 달에 한 번씩 고혈압약을 타러 가면 동네 단골 내과 병원 의사가 꼭 묻는 말 중의 하나가 운동을 하느냐입니다. 고혈압에 좋은 치료방법 중 하나가 운동이다 보니 이를 권하는 의미에서 그렇게 묻는 것입니다. 그럴라치면 딱히 운동하지 않는다고 하기도 그렇고 해서 우스갯소리로 '숨쉬기 운동'을 한다고 둘러대는 겁니다.

50년을 살다 보니 몸 이곳저곳이 비명을 질러 댑니다. 누구 말대로 '유통기한(?)'이 지나다 보니 신체 여러 부위가 노화를 견디다 못해 신호를 보내는 것이겠지요. 뭐 그렇다고 어떻게 합니까! 그동안 살아오면서 몸을 혹사하면서도 운동을 통한 관리는 전무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걸 말입니다.

'지자는 요수요 인자는 요산'이라... 어찌 물을 즐기지 않으리오

숲이 우거져 있는 '댕구산'
 숲이 우거져 있는 '댕구산'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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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한라산 정상을 무리해서 오르다 하산할 때는 왼쪽 무릎관절에 통증이 생겨 질질 끌다시피 내려온 뒤 지금까지도 왼쪽 무릎 관절이 시원치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3년 전 한라산 산행 후 제 평생에 산 정상을 밟는 일은 다시는 없을 것이라 호언장담을 했었는데 지난 토요일(29일)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산 정상을 밟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아내는 산행을 무척이나 좋아하는데 반해 저는 산행을 끔찍하게 싫어합니다. 애써 오른 다음에 내려와야만 하는 그 허무함. 이에 반해 물가에서 놀다 보면 엎어져도 조개 하나라도 주워올 수 있으니 물에서 노는 걸 즐기는 겁니다.

휴가철이 되어 아내가 이번 여름휴가는 산에 가자고 하면 '지자요수요 인자요산(智者樂水 仁者樂山)'이라는 논어 옹야편의 구절을 끌어들여 점잖게 꾸짖고는 바다낚시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여행 계획을 잡고는 했답니다.

또 모임에서 어쩔 수 없이 산행을 가게 되면 저는 산 입구 쪽에 있는 가게에 앉아 도토리묵에 막걸리 잔을 홀짝홀짝 기울이면서 정상으로 올라갔던 일행들이 내려오기만을 느긋하게 기다리던 게 산행의 전부이기도 합니다.

이렇게까지 산행을 싫어하는데도 지난 토요일(6월 29일) 제가 얼떨결에 오르게 된 산 이름은 댕구산입니다. 그것도 산 정상을 전혀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밟았다는 점에서 3년 전 한라산 등반 이후 가졌던 제 호언장담이 무색하게 된 겁니다.

댕구산 오르는 계단
 댕구산 오르는 계단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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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도포대지와 수인선 철교
 장도포대지와 수인선 철교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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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정상? 계단을 헤아려 보니 마흔 몇 개에...

숲은 제법 우거져 있었습니다. 게다가 사람들이 손을 타지 않았는지 자연산 뽕나무에서 잘 익은 오디 열매가 떨어져 바닥이 온통 보라색투성이입니다. 여기에 드나드는 사람마저 아무도 없고 저 혼자이다 보니 제법 깊은 산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마저 듭니다.

입구에 들어선 후 계단을 무심코 밟고 올라가다보니 안내문이 쓰여 있습니다. 댕구산 정상을 알리는 안내문입니다.

"부평현안의 방비를 위해 화도진과 연희진이 조성되었다. 이곳은 당시 화도진 관활 하에 있던 장도포대로서 대완구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대완구는 쇠나 돌로 만들어진 탄환을 쏘던 직경 30cm 정도의 대포였다. 댕구산이라는 이름은 '대완구'가 '댕구'로 통용되면서 유래된 것이다. 댕구산은 해발 40m 정도의 자그마한 섬인데 처음에는 장도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장도는 글자 그대로 노루 섬이라는 뜻이고 '노루목' 또는 '노렴'이라고도 했다."

고종 16년(1879) 인천으로 진입하는 이양선을 막기 위해 3문의 대포를 배치하고 장도포대라고 불렀다는 '댕구산'. 입구에서부터 산 정상(?)까지는 계단 수로 마흔 몇 개에 불과했습니다. 높이는 웬만한 구릉보다도 낮은 산입니다만 그래도 '댕구산'이라는 지명이 공식적으로 붙어 있으니 그 꼭대기는 당연히 산 정상이라고 불러야 마땅할 겁니다.

지난 2005년 복원된 장도 포대지
 지난 2005년 복원된 장도 포대지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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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된 대완구
 복원된 대완구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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댕구산에 들어서 있는 장도포대는 지난 2001년 4월 2일 인천광역시문화재자료 제19호로 지정되었다고 합니다. 총 면적은 1481㎡입니다.

인천시 남동구가 지난 2005년 이곳을 복원했다고 하는데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러는지 이날 제가 찾은 시간이 오후 4시경이었음에도 찾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장도포대지가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고 입구 또한 눈에 잘 띄지 않으니 그러지 않았는가 합니다.

소래포구를 찾게 되면, 이곳 장도포대를 찾아 백 수십 년 전인 한 말, 외세 앞에 흔들리면서 호국의지를 보였던 장도포대를 찾아 그 의미를 되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입장료는 무료이고 댕구산 정상에서는 소래포구 전경을 살펴볼 수 있으니 시간이 아깝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장도포대지는 소래철교 인천 남동구 입구 쪽 바로 옆에 붙어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댕구산, #징도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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