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충북 음성군 원남면에서 대봉수목원을 운영하는 송석응(61)씨가 무궁화 꽃을 소개하고 잇다.
 충북 음성군 원남면에서 대봉수목원을 운영하는 송석응(61)씨가 무궁화 꽃을 소개하고 잇다.
ⓒ 이화영

관련사진보기


"'무궁화는 진딧물이 많아 지저분하다', '무궁화 꽃을 보면 눈이 먼다', '무궁화는 울타리나 하든지 화장실 옆에 심어라' 이런 말들은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 꽃을 말살시키기 위해 일본인들이 퍼트린 말입니다."

충북 음성군 원남면에서 대봉수목원을 운영하는 송석응(61)씨 말이다. 이 수목원에는 70종 1000여 주의 무궁화나무가 있다. 송씨가 텃밭에 심은 것까지 합치면 총 1만 주에 이른다.

이 수목원에서 맨 처음 방문객을 반기는 건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 붉은색의 무궁화다. 이어 수생식물이 있는 작은 연못을 끼고 돌면 비닐하우스가 있다. 이곳에서 각양각색의 무궁화 꽃과 만날 수 있는데, 이곳에 심어진 무궁화는 모두 우리나라 고유 품종이다.

이뿐만 아니라 이제 막 꺾꽂이를 해 싹을 틔운
어린 무궁화부터 20년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대의 무궁화를 볼 수 있다. 이런 사실이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면서 이곳에는 하루 평균 20~30여명의 관람객들이 찾고 있다. 방문객은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하고 사진가와 화가 등 예술인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무궁화에 미쳐 품종 찾아 삼천리

대봉수목원을 방문하면 아름다운 색감을 자랑하는 붉은색 무궁화 꽃이 방문객을 반긴다.
 대봉수목원을 방문하면 아름다운 색감을 자랑하는 붉은색 무궁화 꽃이 방문객을 반긴다.
ⓒ 이화영

관련사진보기


송씨가 무궁화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건 7년 전 지역의 초등학교 교장선생으로부터 15년생 무궁화 8주를 받으면서부터다. 우리나라 꽃인 무궁화가 홀대받는 것 같아 보살피기 시작했고, 이내 무궁화 꽃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송씨는 다양한 무궁화 품종을 확보하려고 전국을 누볐다. 흔쾌히 나무를 내주는 곳도 있었지만, 어떤 곳은 삼고초려 끝에 원하는 품종을 수중을 넣을 수 있었다. 무궁화에 대한 그의 사랑은 집안에서도 감상할 수 있는 분재나, 한 나무에서 3~5종의 꽃을 볼 수 있는 기술개발로도 이어졌다.

송씨의 노력으로 이 수목원을 방문하면 무궁화 70종의 고유품종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산림청은 현재 우리나라에는 200여 개의 품종이 있고, 전 세계에 분포된 무궁화 품종은 300~400개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송씨가 무궁화를 처음 접했을 때만 해도 재배과정이 정립되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다. 이런 현실이 안타까워 부산, 충남 논산, 경기 안산, 강원 원주, 전북 완주 등 4년간 전국을 돌며 품종을 수집하고 재배과정, 관리법을 정립하는데 열정을 쏟았다.

"무궁화 품종을 확보하려고 전국 안다닌 곳이 없습니다. 미치지 않으면 그러지 못할 거예요. 아내도 무궁화 꽃을 좋아야 함께 다녔어요. '무궁화를 너무 사랑해 품종을 구하러 왔다'고 하면 대부분은 흔쾌히 내줬는데, 몇몇 곳은 주지 않는 겁니다. 저에게는 꼭 필요했고 포기할 수 없어 몇 번이고 찾아가서 사정하니 그때 줍디다(웃음)."

무궁화 가로수 길 전국으로 퍼트리는 게 꿈

분홍색 꽃 봉오리가 터지면 품위 있고 고운 자태를 자랑하는 꽃이 드러난다.
 분홍색 꽃 봉오리가 터지면 품위 있고 고운 자태를 자랑하는 꽃이 드러난다.
ⓒ 이화영

관련사진보기


무궁화 꽃은 굶주린 벌과 나비 등 곤충들에게 일용할 양식을 제공하고 번식을 한다.
 무궁화 꽃은 굶주린 벌과 나비 등 곤충들에게 일용할 양식을 제공하고 번식을 한다.
ⓒ 이화영

관련사진보기


송씨는 어떤 매력에 빠져 30년 동안 정성을 쏟던 5000여 개의 나무 분재들을 뒤로하고 무궁화에 '올인' 하게 된 걸까. 각양각색의 아름다운 꽃, 바깥에서도 100일 정도 꽃이 피는 생명력, 무궁화의 쓰임새와 담긴 의미를 설명하는 그의 무궁화 예찬론은 끝이 없다.

"일반인들은 무궁화하면 단순히 연분홍 계통의 꽃잎에 가운데 붉은 단심이 있는 것을 떠올리지만 순백색, 청색, 보라색, 자주색을 비롯해 백색 꽃잎에 붉은 단심이 있는 꽃 등 다양합니다. 꽃잎도 다섯 장인 홑꽃, 반 겹꽃, 겹꽃 등 품종마다 색다른 매력을 발산합니다. 일반 꽃나무는 15일 정도 꽃을 피우고 지는 것이 고작이지만, 무궁화는 7~10월까지 약 100일 동안 줄기차게 아름다운 꽃이 펴요. 꽃은 매일 이른 새벽에 펴서 저녁 때 집니다. 3개월 동안 10년생 이상 무궁화 한 그루에서 2000~3000송이의 새 꽃을 볼 수 있어요.

쓰임새 또한 다양합니다. 예전부터 동서양에서 약용식물로 널리 알려져 나무껍질과 뿌리를 각종 위장병과 피부병 치료제로 써왔어요. 꽃봉오리는 요리에, 꽃은 꽃차의 재료로, 나무껍질은 고급제지를 만드는 데 많이 이용되고 있습니다. 무궁화는 가지만 꺾어 심어도 자랄 정도로 생명력이 강합니다. 다른 꽃에 비해 오래 가고 꽃이 지고 나면 또 다른 가지에서 꽃이 피기를 반복하는데 이것은 우리 민족의 끈기 있고, 근면한 민족성을 닮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송씨는 "수목원을 방문해 무궁화를 본 분들이 모두 칭찬해 애국자가 된 기분"이라며 "무궁화 가로수 길을 전국에 조성하는 게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또 "학생들에게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심어주기 위해 수목원을 전면 개방하겠다"고 말했다.

일제 강점기는 무궁화 수난 시대

꽃 봉오리가 있고, 꽃이 활짝 펴 있기도 하고, 지기 시작하는 꽃도 있고, 꽃이 떨어진 자리 등이 어우러져 있다. 사람의 일생을 한 프레임에서 보는 듯 하다.
 꽃 봉오리가 있고, 꽃이 활짝 펴 있기도 하고, 지기 시작하는 꽃도 있고, 꽃이 떨어진 자리 등이 어우러져 있다. 사람의 일생을 한 프레임에서 보는 듯 하다.
ⓒ 이화영

관련사진보기


무궁화는 70~80년생은 더러 있지만 100년 이상 된 나무는 찾아보기 어렵다. 일제강점기 때 무궁화가 수난을 당했기 때문이다. 이름이 '무궁한 생명력을 가진 꽃'인 무궁화(無窮花)여서 더욱 그랬다.

일제는 학교마다 조성한 무궁화동산의 나무들을 모두 뽑아 한데 모아놓고 불을 질렀다. 또 무궁화를 아끼고 보존하는 사람들을 투옥하고 탄압했다. 이 결과 멸종위기까지 맞았다.

일제는 탄압에 그치지 않고 갖은 악소문까지 퍼뜨렸다. 그들은 '무궁화 꽃가루가 눈에 들어가면 눈이 먼다', '무궁화 나무를 보면 재수가 없으니 침을 세 번 뱉어라', '이런 나무는 화장실 곁이나 두엄더미 옆에나 심을 만하다', '사람 눈에 잘 띄는 곳에 심지마라', '무궁화는 진딧물이 많은 나무여서 흉하다'는 등 무궁화의 이미지를 훼손시켰다.

한편 무궁화의 날인 8월 8일부터 16일까지 9일 동안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전국 무궁화 전시회'가 있다. 8월 8일을 무궁화의 날로 정한 데는 8자를 눕히면 무한대(∞) 기호가 된다. 무한대로 무궁화가 퍼지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순백색의 무궁화 꽃이 정갈하고 단아해 보인다.
 순백색의 무궁화 꽃이 정갈하고 단아해 보인다.
ⓒ 이화영

관련사진보기


분홍색 꽃 잎에 붉은색 단심이 있는 무궁화 꽃
 분홍색 꽃 잎에 붉은색 단심이 있는 무궁화 꽃
ⓒ 이화영

관련사진보기


흰색 꽃 잎에 붉은색 단심이 있는 무궁화 꽃.
 흰색 꽃 잎에 붉은색 단심이 있는 무궁화 꽃.
ⓒ 이화영

관련사진보기


무궁화 꽃 잎에 올라 앉은 청개구리가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무궁화 꽃 잎에 올라 앉은 청개구리가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이화영

관련사진보기


이제 막 꽃 잎이 벌어지기 시작한 무궁화. 저녁이 되면 이 아름다운 꽃도 시들고 떨어진다.
 이제 막 꽃 잎이 벌어지기 시작한 무궁화. 저녁이 되면 이 아름다운 꽃도 시들고 떨어진다.
ⓒ 이화영

관련사진보기




태그:#음성군, #대봉수목원, #송석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세 아이의 아빠입니다. 이 세 아이가 학벌과 시험성적으로 평가받는 국가가 아닌 인격으로 존중받는 나라에서 살게 하는 게 꿈입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