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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경기도지사와 홍준표 경상남도지사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홍준표 경상남도지사
ⓒ 경기도청. 경상남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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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김문수 지사와 경상남도 홍준표 지사가 같은 새누리당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가지 현안에 대해 반대되는 모습을 보이며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한쪽이 진주의료원으로 대표되는 복지에 이어 영화계와도 대립하려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면, 또 다른 한쪽은 진주의료원 폐쇄 문제에 부정적 의견을 낸 데 이어 영화 쪽에는 인심을 베풀고 있다. 복지 문제에 이어 영화와 관련된 현안에 대해서도 큰 시각차를 보이는 탓에 양쪽을 평가하는 영화계의 시선도 천양지차다.

지난 4월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진주의료원 폐쇄 논란에 대해 "비슷한 환경인 경기도립병원을 유지하자는 여론이 1%만 나와도 없애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홍준표 지사의 태도를 비판했다. 이에 홍준표 지사는 "김문수 지사가 현안을 제대로 못 파악하는 것 같다"며 "경기도 살림이나 잘 하라"고 응수했는데, 최근 영화 영상 관련 현안에 대해서도 양쪽은 정반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독립영화를 지원하고 있는 김문수 지사가 영화계로부터 "정치적 입장은 다르지만 문화적으로는 열린 시각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듣는 반면, 홍준표 지사는 "경박한 문화의식과 단체장으로서 독선이 심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영화계로부터 나오고 있다. 특히 홍준표 지사의 경우 진주의료원 문제로 촉발된 갈등과 대립의 전선이 문화 쪽으로 넓어지려는 모습이다.

경남영상위 되치기에 홍준표 도지사 계획 삐걱

진주의료원에 이어 홍준표 지사가 밑어붙이고 있던 지역 문화기관 통폐합 작업에 제동이 걸렸다. 경남영상위원회(위원장 정한용. 이하 경남영상위)가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경남영상위는 지난 13일 총회를 통해 경상남도의 주도로 처리되려던 해산안을 부결시켰다.

경상남도는 홍준표 지사 취임 이후 문화기관 통폐합 작업으로 지역 문화기관인 (재)경남문화재단과 (재)경남문화콘텐츠진흥원 그리고 사단법인인 경남영상위원회를 통폐합해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을 발족시킬 계획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경남영상위원회가 이를 거부하면서 3월부터 추진해 오던 계획이 삐걱거리게 됐다. 7월 1일 새로운 기구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경상남도는 당혹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지역 문화기관 통폐합은 문화계의 반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홍준표 지사가 적극 추진하던 시책이었다. 지역의 문화계 인사들에 따르면 논란이 클 수 있는 사안이었으나, 진주의료원 폐쇄 문제에 가려 큰 주목을 받지 못하면서 통폐합은 기정 사실이 됐다. 영상산업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무리한 처사라는 지적이 있었으나 홍준표 지사의 경상남도는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지난 5월 29일 경남도청 도정회의실에서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는 홍존표 도지사
 지난 5월 29일 경남도청 도정회의실에서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는 홍존표 도지사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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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위원회는 영상산업이 발달하면서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 및 제작 지원과 일반인들에게 영상교육을 제공하는 기관이다. 국내 영화제들이 주목을 받고 영화 영상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 광역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설립하고 있다.

경남영상위는 지난 2009년 지역 영화인들이 주도해 경상남도의 지원을 통해 사단법인으로 설립됐다. 배우 박상원씨가 초대 위원장을 지낸 후 현재는 정한용씨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설립 4년 만에 없어질 위기에 처하면서, 만들어지는데 아무 역할도 안 한 홍준표 지사가 무리하게 없애려 한다는 불만이 높았다.

국내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기관장이 마음에 안 들면 바꾸면 그만인 것을 홍준표 지사가 아예 없애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가 되치기를 자초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남도 출자기관들이야 맘대로 없애서 통폐합할 수 있겠지만 영상위원회는 엄연히 사단법인인데 그것을 임의대로 없애라고 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많았다"고 비판했다.

"단체장의 경박한 문화의식과 독선적 판단이 문제"

홍준표 지사의 경상남도는 통폐합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영상위의 활동 중단을 지시했는데, 이로 인해 영상위 지원으로 제작하려던 지역 출신 감독의 영화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국내 유명 영화제의 한 프로그래머는 "최근 모 지역의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기로 한 독립영화 제작지원금을 갑자기 삭감해서 후반 작업을 앞두고 있던 작품의 완성이 불투명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유는 새로 부임한 단체장의 지시 때문이었다고 한다"며 구체적으로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홍준표 지사를 겨냥했다. 이어 "단체장의 경박한 문화의식에도 문제가 있지만, 단체장의 독선적인 판단에 대해 제어장치가 전혀 없는 우리네 감시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역에서 활동을 해오고 있던 김재한 감독은 "영화를 촬영할 때 영상위 쪽으로부터 제작지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이후 문의과정에서 3월 중 공지가 나갈 것이란 이야기를 들었으나, 통폐합이 결정된 후 모든 게 멈췄다"면서 "도에서 모든 것을 막았기 때문에 진행될 수 없다는 이야기를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원금에 큰 기대를 한 것은 아니었으나 서운함도 있었다"면서 "그렇지만 영상위를 아예 없애려는 것 자체가 우려됐다"며 "이는 영화정책의 후퇴임과 동시에 독립영화를 말살시키려는 것"이라고 홍 지사를 비난했다. 그는 "현재는 인근 지역 영상위의 지원을 받아 마무리 후반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영상위 "해산 거부 영상위 압박하는 경남도 행태는 부당"

영화 드라마 등의 촬영지원 및 제작지원, 영상교육 등을 담당하고 있는 경남영상위원회
 영화 드라마 등의 촬영지원 및 제작지원, 영상교육 등을 담당하고 있는 경남영상위원회
ⓒ 경남영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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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위가 반기를 든 이후 통폐합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경상남도의 행태도 논란을 빚고 있다. 경남도청은 해산을 거부한 경남영상위원회에 대해 사단법인을 취소할 수 있음과 함께  집행된 예산의 회수를 압박하고 있는 모습이다. 경남도는 영상위에 해마다 3억5000만 원 정도의 예산을 지원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영상위 예산을 분담해 지원해 오고 있던 창원시에 대해서도 압박을 가하고 있고, 예산 회수를 이유로 불법을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 영상위의 주장이다. 경남영상위의 관계자는 "사단법인 허가는 건물 허가를 내는 것과 차이가 없다. 도내에 400개나 있는데도 우리에게 허가 취소를 언급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사업을 안 한 것도 아니고 도청의 지시로 그간 사업이 중단된 것을 우리의 책임으로 돌리려는 것 같다"며 도청의 행태를 비난했다. 또한 "근거 없이 예산을 회수하겠다고 한다"면서 "모든 것이 규정에 따른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그런 과정을 생략한 채 예산을 회수하겠다는 것은 우리보고 횡령을 하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경남도의 관계자는 "사단법인의 지도 감독권이 있는 입장에서 목적 외로 운영할 경우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는 규정상 있는 내용을 말한 것뿐이다"고 말하고 "자금 회수와 관련해서는 법정 유예 기간 두고 회수할 것이며, 창원시에 대해서는 우리가 이런 내용을 보냈으니 알고 있으라고 통보해 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금껏 이번과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업무를 맡은 지가 얼마 안 돼 잘 모르겠다"면서 답변을 회피했다.

국내 영상위원회 연합체인 한국영상위원회 관계자는 "경남도의 행태가 부당하게 보인다면서 경남영상위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존치를 결정한 경남영상위원회에 대한 연대 방안을 강구중"이라면서 "지자체 장이 바뀌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로 영상산업에 대한 단체장의 무지가 답답할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김문수 지사와 정치적 입장은 다르나 눈물 날 만큼 고마워"

지난 4월 독립예술영화 지원을 위해 다양성영화관을 개관한 김문수 경기도지사
 지난 4월 독립예술영화 지원을 위해 다양성영화관을 개관한 김문수 경기도지사
ⓒ 성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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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지사의 경남도와 비교할 때 김문수 지사 경기도의 행보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경기도는 21일 '다양성영화관 G-시네마'의 활성화를 위해 민간단체들과 함께 공동 서명식을 했다. 다양성 영화관 G-시네마는 경기도가 독립 예술 영화를 지원하기 위해 극장을 임대해 독립 예술 영화의 상영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 4월 시작된 사업은 상업영화가 대다수의 스크린을 장악하면서 독립 예술 영화의 상영 기회가 줄어드는 것에 대해 지자체가 직접 지원에 나서면서 화제가 됐다. 형식적인 모습이 되지 않기 위해 시민단체 및 영화 관련 동호회 등과 연계를 통한 활성화에도 나섰다.

김문수 지사는 "3억 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는데, 경기도 예산에서 크지 않은 금액"이라며 지속적인 지원 의사를 나타냈다. 영상위에 지원된 비슷한 액수의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애쓰는 경상남도와는 전혀 다른 자세다.

독립영화 지원 사업은 경기영상위원회(위원장 조재현)의 주관 아래 경기도가 뒷받침하는 모습으로 진행되고 있다. 경기도와 경기영상위원회는 지역 영상산업 활성화 및 영상서비스사의 고용유발 및 매출증대 효과에 대한 유인책으로 'G-인센티브 지원사업'도 실시하고 있다.

'G-인센티브 지원사업'은 최근 1년간 영화제작사가 도내 소재 세트·미술·의상·촬영 등 제작서비스업체와 계약 및 거래한 금액을 기준으로 소비액을 일정 비율 환급해주는 제도다. 제작사만 지원금을 지급받는 여타 인센티브 사업과 달리 제작사와 도내 소재 업체가 5:5 비율로 균등 지원을 받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국영화 제작사와 지역 서비스업체의 협력을 통한 상생 발전을 견인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제작사는 물론이고 경기도에 소재하는 약 80여개의 영화서비스사에 대한 실질적 지원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높다.  3억1000만 원의 예산 규모로 56개 기업을 지원하는데, 영상산업의 매출 유발 효과가 약 34억 원에 달한다고 경기영상위는 밝혔다.

물론 일부 보완돼야 할 부분들이 있지만 김문수 지사의 행보에 대해 독립영화 진영을 비롯한 영화계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김문수 지사의 경기도는 DMZ 다큐멘터리영화제를 통해서도 독립영화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어, 문화적인 시각이 상당히 열려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원만 할 뿐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도 진보적인 영화계가 김 지사를 호평하는 이유다. 다큐멘터리 등 독립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시바, 인생을 던져> 이성규 감독은 "정치적 입장은 다르지만 김문수 지사가 눈물 날 정도로 고맙다"고 말했다.


태그:#김문수, #홍준표, #경기도, #경상남도, #경남영상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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