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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19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정책네트워크 '내일' 창립기념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박수치고 있다. 오른쪽부터 새누리당 이주영 여의도연구소장, 안철수 의원, 무소속 송호창 의원, 민주당 김한길 대표, 진보정의당 노회찬 공동대표, 새누리당 이완구 김무성 의원.
▲ 여·야 대거 참석한 안철수 싱크탱크 창립심포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19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정책네트워크 '내일' 창립기념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박수치고 있다. 오른쪽부터 새누리당 이주영 여의도연구소장, 안철수 의원, 무소속 송호창 의원, 민주당 김한길 대표, 진보정의당 노회찬 공동대표, 새누리당 이완구 김무성 의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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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 480석 규모의 좌석은 행사 시작 30분 전부터 가득 찼다. 뒤늦게 도착한 참석자들은 계단과 복도 바닥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어림잡아 100여 명이 넘었다. 50여 명의 참석자들이 빈자리 찾는 것을 포기한 채 서서 행사를 지켜봤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싱크탱크 격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아래 '내일')의 창립기념 심포지엄은 현수막과 피켓만 없을 뿐, 지난 대선 때 '대선후보 출정식'을 연상시켰다. "대회의실을 새롭게 개편하고 나서 이렇게 큰 규모의 행사는 처음인 것 같다"는 송호창 무소속 의원의 말이 무색하지 않았다. 안 의원 쪽 한 관계자는 "왔다 갔다 한 사람까지 합하면 참석자가 1000명은 넘는 것 같다"며 "이렇게 많이 올 줄 정말 몰랐다, 큰 회의실을 빌려놓고 다 채울 수 있을까 걱정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안철수와 손잡은 김한길과 노회찬, 그 속내는?

이날 '내일' 창립기념 심포지엄은 독자세력화를 모색하고 있는 안철수 의원에게 여러 면에서 의미가 있다. 우선 안 의원은 이날 자신의 정치적 노선으로 '진보적 자유주의'를 공식 제시했다. '내일' 이사장인 최장집 고려대 교수가 심포지엄의 정치 분야 발제에서 '다원주의적 민주주의'와 '진보적 자유주의'를 '대안 정당'의 정치적 지향점으로 제안한 것이다. 

그동안 안 의원은 발언 기회가 있을 때마다 창립 심포지엄에서 한국사회 구조개혁 방안과 새 정치의 구체적인 구상을 밝히겠다고 공언해왔다. 따라서 '진보적 자유주의'는 향후 정치세력화에 나설 안 의원에게 주요한 철학적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진보적 자유주의'가 안철수 의원이 생각하는 새 정치의 이념이라면, 그 정책은 '내일'이 공급하게 된다. '내일'이 안철수 의원의 독자세력화 전초기지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안 의원은 이달 초 기자들과 만나 "저랑 송호창 의원 두 사람이서 입법할 수 있는 능력은 거대 정당에 비하면 작다"며 "한국 사회를 위해서 필요한 의제들을 사회적으로 공론화시키는 일을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내일'이 그런 임무를 맡는 전초기지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일'은 기존 정당이나 다른 정치세력에게도 주목 대상이다. 안 의원과 '내일'의 활동 방향에 따라, 향후 정치 구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내일'은 기존 정치권에 '연대'와 '경쟁'의 대상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이날 '내일' 창립기념 심포지엄에 초청을 받은 두 정치 지도자에게 이목이 집중됐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가 그들이다.

연단 앞에 몰려 있던 40여 명의 카메라 기자들도 이를 의식한 듯 이들에게 "포즈를 취해 달라"고 요청했고, 안철수 의원과 김한길·노회찬 대표가 어색하게 손을 잡고 참석자들을 등진 채 카메라를 향했다. 기자들은 한 순간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이들 세 사람을 향해 불을 뿜듯 플래시를 터뜨렸다.

특히 김한길·노회찬 대표는 축사를 통해 '연대'와 '경쟁'의 선을 오가며 뼈 있는 말들을 남겨 눈길을 끌었다.

'연대' 강조한 김한길 "2017년 향한 길, 동행의 지혜 제시하길"

19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정책네트워크 '내일' 창립기념 심포지엄에서 안철수 의원과 나란히 앉은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19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정책네트워크 '내일' 창립기념 심포지엄에서 안철수 의원과 나란히 앉은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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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김한길 대표는 "개인적으로 안 의원과 모르는 사이가 아니"라며 "정치현장을 떠나 있을 때 간혹 안 의원과 마주 앉아서 우리 정치의 가야할 길에 대해서 같이 고민하기도 했었다"고 개인적인 인연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안철수 의원이 참 신기한 힘을 지녔다"고 말했다.

"보통 어른들이 젊은이에게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라'고 하면, 하나마나 한 소리 일쑤이지만, 같은 말도 안철수 의원이 하면 정직과 성실이라는 진부한 낱말이 새로운 힘을 갖게 된다. 그게 안철수의 힘이고, 그 힘은 안철수 의원이 이제까지 살아낸 진실한 삶에서 오는 것이었다. 새 정치라는 말도 안철수 의원이 하면, 국민들의 큰 기대를 모은다."

김 대표는 이어 지난주 발표한 민주당의 정치혁신 방안을 소개했다. 중앙당의 규모를 줄이고, 정책연구원과 시도당의 정책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안 의원의 새 정치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았다.

김 대표는 또 "민주당과도 뜨거운 토론을 통해서 경쟁도 하고 입법화 등 협력이 필요한 부분은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내일과 민주정책연구원이 정책 경쟁 차원에서 공동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안 의원이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과 관련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점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이어 "역사관과 정의감이 없는 집단이 권력을 가졌을 때 역사가 어떻게 퇴행할 수 있는지 작금의 사건이 잘 보여준다"며 "역사가 전진하고 정의가 바로 서려면, 경제민주화와 한반도의 평화,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실현하려면 결국 정권교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안철수 의원과는 '경쟁'의 관계를 넘어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의미로 보인다. 특히 김 대표는 다음과 같은 말로 축사를 마쳤다.

"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고 했다. 2017년을 향한 길고도 험한 길에 동행의 지혜를 제시하는 내일이 됐으면 좋겠다."

노회찬 쓴소리 "신장개업할 때만 정책 쏟아내면 안 돼"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19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정책네트워크 '내일' 창립기념 심포지엄에 참석한 진보정의당 노회찬 공동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민주당 김한길 대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19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정책네트워크 '내일' 창립기념 심포지엄에 참석한 진보정의당 노회찬 공동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민주당 김한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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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노회찬 대표는 축사에서 김한길 대표와는 달리 안철수 의원에게 당부를 전하며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연대보다는 경쟁에 방점이 찍힌 듯했다. 앞서 노회찬 대표는 18일 기자들과 만나 "안철수 의원의 선거개혁제도가 역대 민주정부보다 못하다", "(안 의원이 표방한) 진보적 자유주의를 경계한다"고 말한 바 있다.

노 대표는 지난해 대선 당시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을 꼬집으며 축사를 시작했다. 그는 "대선 6개월을 앞둔 상황에서 우리 국민들은 누가 후보가 될지를 모르는 그런 상황도 있었다"며 "정치 불확실성, 전망이 보이지 않는 오리무중의 정치상황, 이것은 결국 국민들에게는 정치적 불안정성으로 느껴지게 되고, 그만큼 우리 사회 여러 방면의 효율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바로 그런 점에서 오늘 출범하는 '내일'이 개최하는 이 심포지엄에 굉장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길을 떠날 때 정치적 좌표를 분명히 하고 떠나는 것은 책임 있는 정치의 출발지점이다, 그리고 이미 도착한 뒤에도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밝히는 것 또한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노 대표는 또한 "서로 격렬하게 다투는 정치 세력 간에도 과연 그 차이가 무엇인지 국민의 시각으로 볼 때는 애매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면서 "함흥냉면을 파는 집에서 평양냉면을 팔 수는 있는데, 냉면집에서 라면을 같이 팔고 있다면 그 음식점에 대한 신뢰는 높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당들이 서로 비슷비슷하다보니 정당들의 경쟁은 국민을 위한 정책경쟁으로 보이기보다는 정치인들의 자리다툼으로밖에 비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노 대표는 최장집 이사장과 장하성 소장에게도 뼈 있는 말을 내놓았다. 그는 "모두 평소에 제가 대단히 존경하는 분들이고, 사실은 (제가) 개인교습도 자주 받았던 훌륭하신 분들"이라며 "바다가 강물을 가리지 않듯이, 선생이 학생을 가리지 않기를 저는 계속 당부드린다"고 전했다.

그는 쓴소리가 담긴 당부의 말로 축사를 마무리했다.

"정당이 정책을 지향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선거 때만 혹은 신장개업을 앞두고 있을 때만 정책을 쏟아낼 것이 아니라, 도도히 흐르는 강물처럼 일상적으로 국민들에게 질 좋은 그런 정책들을 늘 꾸준히 공급해야 한다. 그 첫 케이스가 '내일'에서 시작되길 간절히 바란다."


태그:#정책네트워크 내일 출범 심포지엄, #김한길과 노회찬의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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