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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신 : 10일 오전 5시] 남북 실무회담 17시간 열었지만...

12~13일 서울에서 열릴 남북 당국 간 회담은 장관급회담이 아닌 '남북당국회담'으로 변경됐다. 회담 의제에 대해선 합의가 불발돼 남과 북의 발표내용이 다른 '따로 발표문'을 발표했다.

9일 오전 10시 13분에 시작, 17시간여 동안 총 10차례의 회의를 연 남북 당국 실무자들은 ▲남북당국 사이의 회담을 2013년 6월 12일부터 13일까지 서울에서 개최 ▲회담 명칭은 남북당국회담 ▲북측 대표단의 왕래 경로는 경의선 육로 ▲추가 실무적 문제는 판문점 연락관을 통해 협의 등 4가지에 대해 합의했다.

이번 실무접촉 결과는 합의문이 아닌 발표문으로 나왔는데, 회담 의제와 대표단 위상에 대한 이견을 끝내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양측은 서로 주장한 내용 대로 각각 따로 발표문을 내기로 했다.

남측은 "회담에서는 개성공단 정상화 문제,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인도주의 문제 등 당면하게 긴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를 협의하기로 하였다"고 발표하기로 했다.

북측이 발표할 내용은 "회담에서는 개성공업지구 정상화 문제,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 흩어진가족, 친척상봉을 비롯한 인도주의 문제, 6·15 및 7·4발표일 공동기념문제, 민간래왕과 접촉, 협력사업추진 문제 등 북남관계에서 당면하고도 긴급한 문제들을 협의하기로 했다"이다.

회담 대표단 규모에 대해선 각기 5명의 대표로 구성하는 데에 양측이 합의했지만. 대표단을 이끄는 수석대표의 급에 대해선 발표 내용이 다르게 됐다. 남측은 '남북문제를 책임지고 협의·해결할 수 있는 당국자'로 북측은 '북측단장은 상급 당국자'로 발표하게 됐다.

남측, 김양건 내려오길 희망했지만...

결국 2년 4개월 만에 이뤄진 남북 실무접촉에서 남과 북이 각기 다른 발표문을 발표한 셈이다. 17시간여의 실무접촉에도 양측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두 가지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는 북한의 회담 대표가 대남사업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을 가진 이어야 한다는 남측의 요구였다. 또 하나는 이번 장관급회담에서 6·15공동선언과 7·4공동선언에 대한 남북공동 기념행사를 여는 문제를 의제에 명시하자는 북측의 요구였다.

북측이 난색을 표한 남측의 요구는, 12일 회담의 북한 수석대표가 통일전선부장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이번 회담의 명칭이 '남북당국자회담'으로 바뀌었듯이 이전까지의 장관급회담과는 격이 다른 새로운 형태의 회담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회담의 '급'이 명시되지 않았다. 결국 회담의 급이 그때그때 달라질 가능성도 남게 됐다.

남측의 요구는 사실상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찍었다'고 할 수 있다. 개성공단에서 북한 노동자를 철수시킬 때 그가 나섰듯이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을 가진 이가 회담 수석대표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북측은 '상'급을 수석대표로 보내겠다고 맞섰다. 북한 내각의 외무상과 같은 급의 직급을 남측이 요구하는 통일전선부장의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그동안 북한은 장관급회담에 내각 책임참사를 수석대표로 보냈다. 북한의 참사는 고정된 직책이라기보다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붙이는 직책으로 그동안 남북장관급회담에 나온 내각 책임참사들은 부상급이었다.

남측은 다시 '남북 문제를 책임지고 협의·해결할 수 있는 당국자'라고 다소 완화된 문안을 제시했지만 북측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고, 결국 각자의 주장대로 발표하게 됐다.

북측은 6·15 등 기념행사 명시 요구했지만...

북측이 6·15공동선언과 7·4공동성명 기념행사를 남북 공동으로 여는 문제를 12일 회담 의제로 명시하자고 주장한 내용은 남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남측은 합의문에 이를 명시하기보다는 '당면하게 긴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로 묶어서 표현하자고 맞섰다.

'현안문제'로 뭉뚱그려 놓고, 실제 회담에서 북측이 남북공동행사 안건을 '남북의 현안문제'라면서 제기하면 막지는 않겠다는 게 남측의 입장이었다. 이는 사실상 정부가 남북공동행사에 대해선 이번 회담에서 합의를 해줄 의지가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남측이 기념행사 문제를 의제로 명시하지 않겠다는 것은, '민간 교류는 당국 간 회담을 통해 여건이 조성되면 그때에 가능하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북측이 6·15남측위에 공동 기념행사를 제안했을 당시 정부가 불허방침을 내세운 데에서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이다.

이날 실무접촉이 결렬되지 않고 마무리됨에 따라 일단 12일 남북당국회담은 그대로 열릴 예정이다. 그러나 각기 다른 발표 내용을 갖게 됨에 따라 12일 회담에 북측 수석대표로 누가 올지는 불투명하다. 또 의제에 대해서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회담중에 의제 문제가 갈등의 씨앗이 될 가능성도 있다.

남북장관급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이 9일 오전 판문점 우리측 '평화의 집'에서 열리는 가운데, 우리측 수석대표인 천해성 통일정책실장(오른쪽)이 북측 김혜성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부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 밝은 표정으로 악수나누는 남-북 대표들 남북장관급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이 9일 오전 판문점 우리측 '평화의 집'에서 열리는 가운데, 우리측 수석대표인 천해성 통일정책실장(오른쪽)이 북측 김혜성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부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 통일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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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신 : 9일 오후 8시 44분] 남북공동행사 등 합의문 도출에 난관

12일 남북 장관급 회담 서울 개최가 기정사실로 여겨지는 가운데, 회담 의제에 대한 남북 양측 실무 대표 회의가 9일 저녁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계속되고 있다.

오전 대표단 전체회의에 이어 회의를 열었다 쉬었다를 반복하고 있는 양측 수석대표는 이날 오후 7시 35분 네 번째 수석대표회의를 다시 열었다. 그동안의 진행상황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는 "12일 서울에서 남북 장관급회담을 연다는 것에 대해선 양측이 기본사항으로 하고 있고, 여기서 논의할 의제를 설정하는 문제를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양측은 전체회의에서 각각 갖고 온 합의문안을 교환했고, 전체회의와 오후 1차 수석대표회의에선 기존 입장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2·3차 수석대표회의부터 (양측에) 입장변화가 있었고 양측이 합의점을 찾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쟁점은 최종 합의문에 명시할 장관급회담의 의제. 현재로선 남북 양측이 설정한 의제의 수와 구체적인 의제 표현 문구 둘 다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당국 간 대화를 제안한 북한 조평통 특별담화는 ▲개성공단 정상화 ▲금강산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주의 문제 ▲남·북 민간 왕래·협력 사업 촉진 ▲6·15 공동선언, 7·4공동성명 남북 공동 기념행사 등을 의제로 제시했다.

같은 날 정부는 북한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이산가족 문제 등 남북간 현안"이라고만 의제를 제시했다. 6·15 공동선언, 7·4공동성명을 기념하는 남북 공동행사와 민간 왕래·협력 촉진 부분이 빠진 게 북한이 제시한 것과는 차이가 난다.

따라서 합의문에 이 부분을 명시하느냐 아니면 다소 뭉뚱그린 표현으로 반영하느냐에 대한 논의가 진행중인 걸로 추측된다. 반면 남측이 이번 접촉에서 추가로 제시한 의제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양측 입장으로 봐선 남북이 공감대를 형성한 3개 의제를 합의문에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도 이견을 좁혀야할 부분으로 보인다. 북측은 '개성공단 정상화', '금강산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주의 문제'라고 표현한 걸 남측은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이산가족 문제'로 단순하게 표현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는 "이런 문제들에 대해 양측의 해법과 입장이 달랐던 것"이라며 "합의문안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반영할지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양측 실무대표는 장관급회담을 위해 서울을 방문하는 북한 대표단의 체류일정 등을 논의했다. 하루 이상으로 하는 게 좋겠다는 데에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2신 : 9일 오후 6시] 정회·속개 반복, 합의문 작성 '거북이 걸음'

남북 양측 대표단 전원이 참석한 오전 전체회의 종료 뒤, 양측은 수석대표 간 회의를 열었다 쉬었다를 반복하며 합의문 도출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11시를 약간 넘겨 대표단 전체회의를 마친 남북 양측 대표단은 점심식사 뒤 오후 2시에 수석대표회의로 대화를 재개했다.

이 자리에서 남측의 천해성 수석대표는 "오래간만에 하는 회담이고, 날씨가 좋다"며 "더운 날씨에 오시느라 고생이 많았다"고 말을 건넸다. 김성혜 북측 수석대표는 "몇년 만에 진행되는 회담으로, 더운 날씨든 추운 날씨든 날씨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회의는 1시간 정도 만에 종료됐다. 어떤 내용이 논의됐는지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회의에서 양측은 합의문 도출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두 번의 회의에도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양측은 오후 5시부터 2차 수석대표회의를 열었지만 곧 3차 회의를 다시 열기로 하고 30분 만에 회의를 마쳤다. 회의를 쉬는 동안 양측은 서울과 평양에 논의 내용을 보고하고 이후 대응 방침을 전달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관계자가 전한 바에 따르면, 양측은 합의문에 명시할 12일 장관급회담 의제 부분에서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지난 6일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당국 간 회담을 제안하면서 낸 특별담화에서 북한은 ▲개성공단 정상화 ▲금강산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주의 문제 ▲개성공단·금강산관광지구 기업가 방문 ▲남·북 민간 교류 촉진 ▲6·15 공동선언, 7·4공동성명 남북 공동 기념행사 등을 제시했다.

통일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까지 논의된 회담 의제는 북한이 먼저 제안한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에서 양측의 이견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남북장관급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이 9일 오전 판문점 우리측 '평화의 집'에서 열리는 가운데, 북측 김혜성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부장, 황충성, 김명철 등 대표단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으로 내려오고 있다.
▲ 분단상징 '시멘트' 군사분계선 넘는 북측대표단 남북장관급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이 9일 오전 판문점 우리측 '평화의 집'에서 열리는 가운데, 북측 김혜성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부장, 황충성, 김명철 등 대표단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으로 내려오고 있다.
ⓒ 통일부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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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9일 오후 1시]

2년 4개월 만에 열린 남북 당국자 실무접촉의 첫 만남은 50분여 만에 일단락됐다.

남북장관급 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양측 실무 대표단은 9일 오전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만나 10시 13분에 회의를 시작, 오전 11시를 조금 넘겨 오전 회의를 종료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연 브리핑을 통해 "오전 회의에서 양측은 각기 모두 발언을 통해 회담 의제, 장소, 날짜, 대표단의 규모, 체류일정 등 행정적 기술적 사항 입장 제시하고 상호 입장에 대한 협의도 진행했다"며 "전체회의 종료 후에 수석대표 혹은 대표 접촉을 통해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모두발언은 북측이 먼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전 회의는 50여 분 만에 끝났지만, 양측 연락관끼리 오후 회의를 수석대표 간으로 할 것인지, 대표단 회의로 할 것인지 등을 협의해 이에 따라 오후 회의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실무접촉 오전회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평화의 집'에는 남측 대표단이 먼저 도착해 오전 9시 43분 도착한 북측 대표단을 로비에서 맞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변인은 "양쪽 다 '오랜만에 새롭게 남북 당국 간 회담을 하게 됐다',  '실질적인 회담을 위해, 남북관계의 새로운 분위기에 맞게 상호협력하자' 그런 취지의 발언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김 대변인은 "12일 남북 장관급 회담을 한다는 것, 거기에 대한 쌍방의 합의가 전제돼 있다는 공통인식 하에서 회의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협의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항은 말씀드리기 어렵다는 것 이해해 달라"며 "추가 협의가 진행돼 합의되면 남북 간 합의문을 작성하고 여기에 대해 소상히 설명드리겠다"고 밝혔다.


태그:#남북 실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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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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