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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로부두르 사원 상층, 세 개의 단에 위치한 종 모양의 탑(스투파)들
▲ 스투파(탑) 보로부두르 사원 상층, 세 개의 단에 위치한 종 모양의 탑(스투파)들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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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 건축물로는 세계 최대의 절이라는 보로부두르 사원은 불자가 아닌 이가 봐도 탐미할만한 건축물이다. 수많은 탑이 모여 하나의 큰 탑을 이루는 것도 그러하거니와, 부처의가르침과 일대기가 부조로 조각되어 있는 것 또한 섬세하고 아름답다. 정상 근처에 널려 있는 커다란 종모양의탑(스투파)을 보면 감탄은 한층 고조된다.

사원에서 보는 밖의 풍경 또한 뛰어나다. 9세기에 지어진 바 이외엔그다지 알려진 것이 많이 없는 이곳에서 부처의 등 뒤로 지는 노을이라도 볼라 치면, 인간이 이룬 이 건축물에 한 없이 경외감이 든다. 그래서그럴까. 이 보로부두르 사원은 이후, 불교건축의 모델이 되었으며 앙코르와트 같은 건축물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다.

사원을 순례하기 위한 관광객들의 복장규정이 2010년도부터 적용되었다. 무릎이 보이는 복장은 "싸롱"이라는 랩스커트를 착용해야한다.
▲ 보로부두르 사원을 방문한 관광객들 사원을 순례하기 위한 관광객들의 복장규정이 2010년도부터 적용되었다. 무릎이 보이는 복장은 "싸롱"이라는 랩스커트를 착용해야한다.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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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8단 중, 5개의 단(층)은 정사각형 모양이며 위로 갈수록 면적이 좁아진다. 넓은 만큼 사람이 붐비지도 않아서 혼자 고즈넉하게 아름다운 부조를 볼 기회도 많아진다. 오롯이 그 시간을 즐기고 있는데 조잘조잘대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히잡을 두른 여학생들이 코너를 돌았다. 빠른 인니어(인도네시아언어)로 깔깔대며 즐기던 것을 멈춘 것을 보니 나를 의식한 모양이다. 그리곤 그 말은 속닥거림으로 바뀌었다.

중생을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일반적인 모습이 아닌 부처의 뒷모습이 와닿는다.
▲ 사원 바깥을 바라보고 있는 부처 중생을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일반적인 모습이 아닌 부처의 뒷모습이 와닿는다.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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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안녕하세요? 혹시, 같이 사진 한 장 찍을 수 있을까요?"
"안녕? 그래! 학교에서 여행 왔니?"
"네. 학교에서 단체로 여행 왔어요. 그런데 어디서 왔어요?"
"나는 한국에서 왔어. 인도네시아를 여행 중이야. 이곳, 참 아름답지 않니?"
"끼야앗~!"

부처의 가르침과 일대기를 그린 보로부두르 사원 벽의 부조
▲ 부조 부처의 가르침과 일대기를 그린 보로부두르 사원 벽의 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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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빠르게 인니어(인도네시아 언어)를 주고받았다. 무엇이 그리 신났는지 흥분이 가득하다.

"어머, 한국에서 왔대!"

한국에서 온 것이 뭘 그리 신날 일일까? 짚이는 데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그녀들의 흥분을 양념으로 해, 사진을 몇 장 찍었다. 내 카메라 한 장, 그녀들의 카메라들로 여러 장.

족자카르타의 대중교통 버스, 트랜스족자. 유적지들을 이런 대중교통으로도 개별 방문이 가능하다.
▲ 트랜스 족자 (trans JOGJA) 족자카르타의 대중교통 버스, 트랜스족자. 유적지들을 이런 대중교통으로도 개별 방문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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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 슈퍼주니어 좋아하지? 이곳에서 인기가 많다며?"
"끼야앗~ 희철이 좋아요. 규현이 좋아요."
"나는 빅뱅이 좋은걸요!"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연예인들의 이름이 친근하다. 호기심 많은 여학생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들은 보로부두르 사원보다 나와의 대화에 훨씬 더 흥분하는 듯했다.

5단의 정사각형 면적이 위로 갈수록 좁아지며 3단의 상층부는 원형으로 이루어진 보로부두르 사원
▲ 보로부두르 사원 5단의 정사각형 면적이 위로 갈수록 좁아지며 3단의 상층부는 원형으로 이루어진 보로부두르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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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는 사람이에요?"
"지금은 여행중이고, 난 사진을 찍고 글을 써."

여학생들이 영어를 할 줄 알기에 그녀들의 질문은 지칠 줄을 모른다.

부조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만 감상해도 시간이 꽤 걸리는 이 곳.
▲ 2단으로 이루어진 부조들 부조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만 감상해도 시간이 꽤 걸리는 이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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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 하나만 해주세요!"
"으응…?"
"여기요. 펜 여기 있어요."

여학생은 가방에서 노트와 펜을 꺼냈다. 한 명이 먼저 꺼내니 나머지 둘도 가방 안의 노트를 꺼내느라 여념이 없다.

9세기의 이 부조가 19세기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보다 멋있어 보인다.
▲ 9세기의 부조 9세기의 이 부조가 19세기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보다 멋있어 보인다.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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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가수도 아니고, 배우도 아냐. 연예인도 아닌데, 내 사인을 뭐하러…."
"여기다 해주세요."

그녀들의 사인 요구는 괜스레 나를 민망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난 사인을 해주면서도 그녀들에게 나지막하지만 강하게 얘기했다.

"내 사인 백 장을 가져가도, 슈퍼주니어 사인 한 장과 못 바꿀 거야. 그렇지만 내 사인 받은 것 후회하지 않도록 내가 많이 노력할게."

내게 사인을 부탁했던 사원에서 만난 여학생들
▲ 인도네시아 여학생들 내게 사인을 부탁했던 사원에서 만난 여학생들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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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웃음소리가 보로부두르 사원을 경쾌하게 맴돈다. 유쾌한 보로부두르 사원이다. 잠깐이지만 난 그곳에서 유명인이 된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사원을 방문했던 관광객을 기다리는 기념품 상인들.
▲ 관광객을 기다리는 상인들. 사원을 방문했던 관광객을 기다리는 기념품 상인들.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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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여행기는 2012년 4월부터 2013년 4월에 걸친 2회의 인도네시아 종단여행을 바탕으로 합니다. 현지 장소의 표기는 현지에서 이용하는 발음을 기준으로 합니다.



태그:#인도네시아 유적지, #보로부두르 사원, #세계최대의 불교사원, #세계여행, #유네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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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를 담은 사진에세이 [same same but Different]의 저자 박설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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