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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종로5길 국세청 본청.
 서울 종로구 종로5길 국세청 본청.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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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해외 조세피난처에 대한 세무조사를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최근 국내 재벌 총수일가 등이 조세피난처로 재산을 빼돌린 의혹이 불거지면서 세정당국의 행보도 관심거리였다. 특히 인터넷매체 <뉴스타파> 등에서 세금 탈루 의혹 사례가 계속 발표되자, 국세청이 너무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돼 왔다.

국세청은 이같은 여론을 의식한 듯 29일 역외탈세 세무조사 착수를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국세청은 이번 달 말까지 역외탈세자 83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모두 4798억 원을 추징했고, 현재도 45건이 조사 진행중이라고 소개했다.

김영기 국세청 조사국장은 "국제공조 네트워크 등을 다양한 정보채널을 가동하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조세피난처에서 이뤄지는 역외탈세를 추적해 왔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이어 "오늘 부터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장부상 존재하는 서류회사)를 통해 세금을 탈루한 혐의가 있는 23명에 대해서도 일제히 세무조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온적 대처 비판 여론에 국세청, '전격' 세무조사

이어 <뉴스타파>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공동으로 발표한 12명의 조세피난처 명단에 대해, 국세청은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이번 조사명단에 12명이 포함돼 있는가'라는 질문에 김 국장은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신 그는 "<뉴스타파> 등의 보도 내용 등을 유심히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국세청 관계자는 "최근에 공개된 명단이 이번에 포함됐다고 말하기란 어렵다"면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기업 등이 포함돼 있으며, (이번에 발표된 명단이) 들어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세무당국이 <뉴스타파> 등에서 공개된 기업인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와 내가만드는복지국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단체 회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국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세도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해외탈세 의혹 대상자들의 세무조사 실시를 촉구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고소득층 및 대기업들이 조세도피처 등을 동원해 첨단화되고 지능적인 방식으로 해외 비자금을 조성하고 탈세를 저지르고 있다며 과세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조치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 시민사회단체, "조세도피처 조사하지 않으면... 국세청 이름 탈세청으로"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와 내가만드는복지국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단체 회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국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세도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해외탈세 의혹 대상자들의 세무조사 실시를 촉구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고소득층 및 대기업들이 조세도피처 등을 동원해 첨단화되고 지능적인 방식으로 해외 비자금을 조성하고 탈세를 저지르고 있다며 과세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조치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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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은 이미 올해 초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로 떠오른 지하경제양성화를 위한 탈세와 전쟁을 진행해 왔다. 대기업을 비롯해 대자산가와 고소득자영업자, 민생침해사범과 역외탈세자 등에 대한 조사를 4대 중점과제로 선정했었다.

해외로 재산을 빼돌리는 수법으로 세금을 탈루하는 역외탈세 조사는 이미 작년부터 진행돼 왔던 사안이다. 이번에 발표된 83건 역외탈세 조사와 4798억 원의 추징은 중간 결과물인 셈이다. 여기에 최근 일부 조세피난처를 통한 부유층의 탈세 의혹이 국내외에서 큰 관심을 불러오면서 국세청도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간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번에 새롭게 세무조사에 착수한 23명의 경우 구체적인 세금 탈루 정황이 포착됐다"면서 "기업이 15개이며 개인사업자는 8명"이라고 말했다. 해당 기업의 경우 국내 주요 대기업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버진아일랜드 등에 페이퍼컴퍼니 설립해 재산 빼돌리고, 비자금 만들고...

국세청이 29일 공개한 조세피난처를 통한 탈세 사례
 국세청이 29일 공개한 조세피난처를 통한 탈세 사례
ⓒ 국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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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국세청이 이날 공개한 역외탈세자의 사례는 매우 구체적이다. 기업인 A씨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와 홍콩 등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다. 이어 중국과 동남아 현지에 있는 생산공장이 해외거래처와의 무역을 통해 얻은 이익을 이들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운용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배당 이익 등을 별도의 해외비밀계좌를 통해 관리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국세청은 A씨를 상대로 소득세 299억 원을 추징하고, 해외금융계좌 미신고 과태료도 20억 원을 부과했다.

국세청이 공개한 조세피난처를 통한 탈세
 국세청이 공개한 조세피난처를 통한 탈세
ⓒ 국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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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금융투자업자 B씨도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다. 홍콩에 있는 기업설립 대행회사를 통해서였다. B씨는 자신이 갖고 있는 회사에서 페이퍼컴퍼니로 수억 원을 보낸다음 국내외 금융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올렸다. B씨는 자신의 투자 이익은 홍콩 등 해외계좌에 숨겨놓고 따로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이밖에 전자부품 도매회사 대표인 C씨의 경우 해외 현지법인을 통해 재산을 빼돌린 혐의다. 그는 싱가포르에 현지법인을 세운다음에 국내 회사의 소득을 현지법인에 빼돌리고, 그 현지법인으로부터 월급과 배당 소득 등을 챙겼다. 물론 C씨는 자신의 소득을 세무당국에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C씨는 또 별도의 비자금까지 조성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영기 조사국장은 "지하경제 양성화는 단순한 재정수요를 확보하려는 수준이 아니다"면서 "세금 부과에 대한 형평성을 통해 사회통합과 조세정의를 세우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내놓은 4대 중점과제는 강도높게 추진하면서 어려운 경제 여건을 감안해 중소기업이나 서민 등에 대한 세무조사 부담은 크게 줄여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그:#국세청, #조세피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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