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안철수 의원이 25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9동 상원초등학교 강당에서 노원휴먼라이브러리가 마련한 '휴먼북 초대석'에 출연해, 국회의원 당선 후 첫 토크콘서트를 지역주민과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하고 있다.
▲ 안철수, 국회의원 당선 후 첫 토크콘서트 안철수 의원이 25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9동 상원초등학교 강당에서 노원휴먼라이브러리가 마련한 '휴먼북 초대석'에 출연해, 국회의원 당선 후 첫 토크콘서트를 지역주민과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백신 프로그램 개발하실 때는 책이나 강의같은 게 없었을 텐데 공부는 어떻게 하셨어요?"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되나…. (한참 설명 후) 잘 이해가 될지 모르겠네요, 하하하."

초등학교 5학년 아이가 묻자 안철수 무소속 의원은 대답하느라 진땀을 뺐다. 안 의원은 손을 이용해 숫자를 하나하나 세고, '바꾼다'는 말을 할 때 손을 휘젓는 등 온몸으로 아이에게 설명했다. 그 후 "이해가 되나 모르겠다"며 쑥쓰러워 하자 참석자들의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 둘을 지켜보던 청년CEO 서동효씨가 "리틀 안철수를 보는 것 같다"고 말하자 지켜보던 아주머니들이 "맞다"며 박수쳤다.

안철수 의원이 국회의원이 된 이후 처음 토크콘서트 무대에 섰다.

안철수 의원이 25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9동 상원초등학교 강당에서 노원휴먼라이브러리가 마련한 '휴먼북 초대석'에 출연해, 국회의원 당선 후 첫 토크콘서트를 지역주민과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하고 있다.
▲ 안철수, 국회의원 당선 후 첫 토크콘서트 안철수 의원이 25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9동 상원초등학교 강당에서 노원휴먼라이브러리가 마련한 '휴먼북 초대석'에 출연해, 국회의원 당선 후 첫 토크콘서트를 지역주민과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안 의원은 25일 오후 3시 노원구 상계9동 상원초등학교 5층 강당에서 '안철수의 노원콘서트'를 열고 지역구 주민들과 2시간여 동안 대화를 나눴다.

이번 토크콘서트는 노원정보도서관이 운영하는 '노원휴먼라이브러리'에서 마련한 '휴먼 북(human book) 초대석' 일환으로 열렸다. '휴먼라이브러리'는 책 대신 사람을 통해 정보와 지식·경험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으로, 안 의원도 '휴먼 북'으로 등록했다.

이날 콘서트는 갑작스런 장소 변경과 찜통더위에도 불구하고 250여 명의 시민들이 강당을 가득 메웠다. 주최 측이 준비한 자리는 시작 20분 전에 다 찼고, 참석자들은 "장소가 갑자기 바뀌어서 못 오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200명은 넘지 않을까? 자리가 부족할 것 같다"면서 안 의원을 기다렸다. 늦게 온 이들은 강당 양 측과 뒤편에 서서 기다려야만 했다.

이날 서울 노원구 상계9동의 온도는 30도였다. 주최측은 대형 선풍기 두 대를 참석자 쪽에 틀어놨으나 참석자들은 연신 안내 책자를 흔들며 더위를 참아야 했다. 입구에 비치해둔 생수 280여개도 모두 소진됐다.

주민들이 사회보며 진행

안철수 의원이 25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9동 상원초등학교 강당에서 노원휴먼라이브러리가 마련한 '휴먼북 초대석'에 출연해, 국회의원 당선 후 첫 토크콘서트를 지역주민과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하고 있다.
▲ 안철수, 국회의원 당선 후 첫 토크콘서트 안철수 의원이 25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9동 상원초등학교 강당에서 노원휴먼라이브러리가 마련한 '휴먼북 초대석'에 출연해, 국회의원 당선 후 첫 토크콘서트를 지역주민과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안철수 의원은 넥타이 없는 파란 셔츠에 윗 단추를 풀고 검은 양복 차림으로 등장했다.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며 곧장 무대로 오르자 참석자들의 박수가 잇따랐다. 이날 사회자는 따로 없었다. 대신 노원지역 주민들이 진행자로 직접 나섰다.

1부 진행자인 이택형(19·광운공고)군과 이유정(19·여·월계고)양이 안 의원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았다. 이 군은 안 의원에게 자기같이 특성화고에 다니는 친구들의 진로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 군은 "고등학교 졸업 후 먼저 공기업에 들어가서 실무를 쌓고 나중에 대학에서 이론을 심층적으로 배우고 싶지만, 고졸이라는 이유로 열악한 환경에서 저임금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며 안 의원에게 해결 방안을 물어봤다.

안 의원은 "사실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다, 합당한 대우를 받으며 자기 꿈을 펼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며 "사회지도층에서부터 모든 사람이 나서서 청년들이 본인 하고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사회구조를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이양은 "처음에는 의대를 가셨는데 경영학 공부도 하시고 교수님 생활도 하시다가 이제는 정치인이다, 딱 보기에 공통분모가 없다"고 물었다. 그러자 안 의원은 "(자신이 걸어온 길이) 보기에는 다른 것 같지만 하나 관통하는 게 있다, 지식은 금방 사라지지만 삶의 태도는 계속 남게된다"며 "사회 현상에 대한 부채의식을 갖고 사명감과 소명의식으로 어떤 일을 하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음 순서는 세 아이의 엄마 김연잠(40대·상계1동)씨와 사춘기 아이의 엄마 유다연(50대)씨가 진행자로 나섰다. 이들은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 힘든 부분을 안 의원에게 토로했다. 김 씨는 "솔직히 직장 안 다니고 싶은데 애가 셋이라 사교육 문제로 걱정이 크다, 모든 대한민국 학부모는 굉장히 심각하게 느낄 것"이라며 안 의원에게 '통쾌한 답변'을 부탁했다.

안 의원은 "지난 대선때 저의 1호 공약이 교육공약이었다"며 우리나라 교육 현실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따졌다. 그는 "교육의 원래 기능은 우리 아이가 각자 갖고 있는 재능을 발견하고 꽃 피울 수 있도록 하고 아이의 진로와 인생을 찾아주는 것"이라며 "지금 우리나라 교육은 진학과 입시 방법만 찾아주는 것으로 완전히 쪼그라들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개인이 열심히 노력하는 만큼 대가를 얻을 수 있는 사회 구조가 만들어진다면 대학교육과 입시교육이 정상화되면서 순차적으로 모든 문제가 풀릴 것"이라며 "'사회구조 개혁이 먼저'라는 명제를 잊지 말고 계속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씨는 안 의원에게 가정에서 아내를 잘 도와주는지, 자택의 분리수거하는 날짜를 아는지 물으며 평소 자상한 안 의원 이미지의 실체를 검증하기도 했다. 안 의원은 "토, 일요일에 아파트 지하에서 분리수거하면 된다"고 답하면서도 "사실 그것만 하고 못 도와줘서 미안하게 산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안 의원은 "걱정스러운 게 있다, OECD 전체 국가에서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사교육비는 1위인 반면 평생교육에 투자하는 비용은 꼴지"라며 "부모들이 자기 경쟁력을 유지하거나 생존하는 데 필수적인 평생교육마저 포기하고 모두 아이들에게 준다는 것은 굉장히 심각한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그는 "부모들이 받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한 투자도 늘려가야 우리사회가 건강해질 것"이라고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청년CEO인 서동효(모티브하우스 대표)씨가 나왔다. 그는 "원래 국악인이 꿈이었지만 대학교를 나오지 않으면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없는 현실"이라며 청년사업가로서의 고충을 얘기했다. 작년 대선 전주에서 열린 소셜 벤처 기업인들과의 대화 자리에서 서 대표를 만난 안 의원은 "사실 그 때 일 자체는 의미 있고 좋은데 어떻게 돈을 벌고 살 수 있을까 걱정이 되더라"며 말을 이었다. 안 의원은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은 굉장히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자립의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며 "최악의 상태에서도 살아남는 게 기업이다, 지속가능한 조직으로 만드려는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깊이 있는 얘기는 부족"... "좋은 말씀 들었다"

안철수 의원이 25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9동 상원초등학교 강당에서 노원휴먼라이브러리가 마련한 '휴먼북 초대석'에 출연해, 국회의원 당선 후 첫 토크콘서트를 지역주민과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하고 있다.
▲ 안철수, 국회의원 당선 후 첫 토크콘서트 안철수 의원이 25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9동 상원초등학교 강당에서 노원휴먼라이브러리가 마련한 '휴먼북 초대석'에 출연해, 국회의원 당선 후 첫 토크콘서트를 지역주민과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강연 중간 참석자들은 필기를 하거나 핸드폰으로 영상이나 사진을 찍으며 안 의원에게 집중했다. 안 의원이 사회자들과 얘기하는 모습을 찍어 바로 SNS에 올리는 남학생의 모습이나, "엄마 그만 좀 찍어, 오바야"라고 말하며 어머니를 '타박'하는 여학생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아이와 함께 온 시민들도 많았다.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온 이들은 대부분 강당 뒤편에 앉아 보채는 아이를 달래며 강연을 들었다. 소형 돗자리를 갖고 와 남매를 앉힌 채 강연을 듣는 부부, 엘리베이터가 없는데도 유모차를 직접 들고서 5층까지 올라온 가족도도 있었다.

친구와 함께 참석한 장라희(16, 불암중)씨는 "(장소가 바뀐 줄 모르고)광운공고까지 갔다왔다, 평소에 관심이 있었고 이왕 나온 거 여기까지 왔다, 1부에서 고등학생 친구들과 얘기하신 게 대학 진로 생각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안 의원을 처음 본 소감을 "화면보다 잘생겼다"며 웃음을 지었다.

가족 넷이 함께 온 상계동의 한 남성은 "안 의원이 콘서트 한다기에 왔다, 처음이라 깊이 있는 얘기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휠체어를 탄 남편과 함께 온 시각장애인 신문정 씨는 "아직 자녀는 없지만, 아이를 키우는 여러가지 문제에 대해 좋은 말씀해주신 거 같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 공부중이다, 오늘 강연을 보고 안 의원처럼 좋은 일을 할 수 있게 노력하자고 다짐하게 됐다"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한편, 이날 행사는 원래 오후 2시에 월계동 광운공고 체육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안 의원측은 행사 전날인 어제 밤 9시쯤 이메일을 보내, 이노근 노원갑 새누리당 의원이 광운공고에 압력을 행사해 장소를 급하게 변경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광운공고 관계자가 이 의원의 항의 때문에 장소 대여가 불가능하다고 밝혔으며, 이후 광운공고 교장 명의의 장소 대여 불가 문서를 받았다는 것이다. 학교측은 학교에서 정치 현안을 이야기를 할 수 없다는 것을 불가 이유로 밝혔다.

이에 이 의원은 25일 오전 10시경 SNS을 통해 안 의원 측이 구태의연한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자신도 노원휴먼라이브러리 행사에 참석 요청을 받았으나, 질문지를 받은 결과 정치 행사라고 판단해서 참여하지 않았으며, 대여 장소인 광운공고 측에 학교가 정치의 장이 되선 안 된다고 말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안철수 의원이 25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9동 상원초등학교 강당에서 노원휴먼라이브러리가 마련한 '휴먼북 초대석'에 출연해, 국회의원 당선 후 첫 토크콘서트를 지역주민과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하고 있다.
▲ 안철수, 국회의원 당선 후 첫 토크콘서트 안철수 의원이 25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9동 상원초등학교 강당에서 노원휴먼라이브러리가 마련한 '휴먼북 초대석'에 출연해, 국회의원 당선 후 첫 토크콘서트를 지역주민과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태그:#안철수, #노원, #이노근, #노원휴먼라이브러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