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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제6차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2020년까지 화력발전을 통한 전력 공급량을 1580만kW로 상향했습니다. 현재 충남에는 당진화력(한국동서발전), 태안화력(한국서부발전), 보령화력(한국중부발전), 서천화력(한국중부발전), 동부그린당진발전소, 부곡복합화력 등이 있고 우리나라 전체 화력발전 설비(2937만㎾)의 약 4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 태안화력 9·10호기(200만㎾)가 증설중이고 보령화력에서는 신보령 1·2호기(200만㎾)가 증설 공사 중입니다.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이 확정되면 충남에선 당진복합화력 5호기(95만㎾급)와 신서천화력 1·2호기(100만㎾) 건설 사업이 또 시작됩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대전충남녹색연합>, <김제남 국회의원실>과 함께 충남 화력발전을 중심으로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집중 점검합니다. [편집자말]
    일출과 일몰을 한곳에서 감상할 수 있는 왜목마을
 일출과 일몰을 한곳에서 감상할 수 있는 왜목마을
ⓒ 왜목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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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1일 '2010 대충청방문의 해'를 맞아 당진시 석문면 교로리 왜목마을에서 개막 선포식이 열렸다. 서해안 해돋이 명소로 꼽히는 왜목마을은 일출과 일몰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매년 왜목마을 해돋이 행사를 찾는 이들은 당진시 추산 10만여 명에 달한다.

정동진, 호미곶과 함께 해돋이 명소로 유명한 이곳 왜목마을은 2010년 12월 정부가 발표한 제5차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의해 동부 그린화력발전소(55만kW급 2기) 건설이 확정됐다.

현재 당진의 발전소 용량은 전국 총설비 용량의 5.4%를 차지하며, 수도권과 중서부 지역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당진화력본부는 1993년 착공해 1999년 12월 상업운전을 개시했다. 현재 8호기까지 가동 중이며, 2016년 6월에 10호기까지 준공되면 당진에서는 총 600만kW의 전력을 생산한다.

당진화력본부 측에서 새로 지어준 교로2리 마을회관
 당진화력본부 측에서 새로 지어준 교로2리 마을회관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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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의 발전소와 국가산업단지에서 막대한 양의 전력이 생산되고 있지만 이 지역 교로리는 석탄 분진이 쌓여가고 있고, 주민들의 속도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교로2리 이장 임관택씨는 "번듯한 마을회관이 새로 생겼다고 하는데 석탄으로 인한 피해, 소음, 어장 피해 이런 거 얘기하면 동네 사람끼리도 찬반이 갈려 싸움이 난다"며 화력발전소 건설 피해와 그로 인한 주민 갈등에 대해 토로했다.

최근 당진화력본부에서 지어준 마을회관에 모인 예닐곱 명의 주민들은 회처리장(화력발전소에서 태우고 남은 석탄회 등 폐기물을 처리하는 공간) 악취와 송전철탑, 어족 감소 그리고 석탄 야적장에서 나오는 분진, 비산먼지 등을 가장 큰 피해로 꼽았다.

악취가 심한 교로리 회처리장
 악취가 심한 교로리 회처리장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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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최근 당진화력의 환경오염 적발 내역을 살펴보면 2010년 9월 비산먼지 발생 억제에 필요한 조치 미흡 등으로 경고처분을 받았다. 또 이듬해 3월 14일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지 않아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지정폐기물 보관기준을 위반하여 300만 원의 과태료 처분과 조치 명령을 받았다.

철탑으로 생기는 공포는 더욱 크다. 경로회장 임근규씨는 "철탑이 너무 크다. 비 오면 근처를 걸어가거나 일할 수가 없다. 위험하고 무섭다"고 말했다. 과거 교로리에 설치한 철탑이 전파에 영향을 줘 마을 무선방송을 설비하는 데 6개월이 걸렸고, 텔레비전 수신도 어려웠다.

"조그만 기계도 이렇게 영향을 받는데 인체는 어떨 것인가? 지금 마을에 암환자가 10여 명 고생 중이고 입원한 사람도 있다."

또 다른 주민이 말을 이었다.

"우연한 일치인지 다른 지역에서 살다가 이곳으로 이사 온 지 3년 만에 암으로 사망한 이웃도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발전소를 바라보는 지역 주민들의 시선도 싸늘하다. 지역신문인 주간 <당진시대>가 석문면의 의견을 조사한 결과 주민의 60.2%가 동부화력 건설에 대해 반대를 표했고, 찬성한다는 입장은 10.5%뿐이었다. (2012년 11월 19일자 보도)

"석문면 19개 마을 중 4개 마을을 제외하고는 모두 동부발전 유치를 반대했다. 이장들이 각 마을에 가서 회의해서 의견 제시하라고 했을 때 그랬다. 그런데 3~4년 간 살면서 어떻게 로비했는지 뒤집어졌다."

또 다른 마을 토박이인 주민이 거든다.

"(전기를) 서울 사람들이 쓰는 거라는데 그럼 서울에다 짓든지 당진시장 동의를 받아서 발전소를 짓거나 그래야지, 국가에서 사업을 추진하는데 주민대표도 아니고 임의단체인 석문면개발위원회 64명 서명만 받고 결의됐다면서 인허가를 내주는 게 이해가 안 간다. 그 64명이 주민이 뽑은 사람들도 아니다."

2009년 현재 전력 자급률을 살펴보면 충남도는 333.9%인데 반해 서울은 1.9%에 불과하다.

"지금 추진 중인 동부 같은 경우, 민원을 많이 넣었는데... 우리 처지를 다 알고 있으면서 귀 기울여주지 않는다. 집중화되는 게 문제가 있는데, 우리나라 발전소 분포도를 보면 하기 좋고 말 없는 데만 한다. 쓰는 사람들 있는 곳에 세우면 될 것을 지식경제부에 얘기하니까 철탑세우는 비용과 민원 때문이란다. 거기는 민원이고 우리는 민원이 아니여?"

가만히 듣고 있던 주민은 "시골 사람들은 아무렇게나 해도 괜찮다는 거지"라며 한숨을 뱉었다.

주민설명회에 동원된 용역만 250명

당진시내에서 보이는 화력발전소 굴뚝 연기(왼쪽)와 거대 송전탑(오른쪽)
 당진시내에서 보이는 화력발전소 굴뚝 연기(왼쪽)와 거대 송전탑(오른쪽)
ⓒ 당진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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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동부건설 측은 '회처리장 건설을 위한 공유수면매립기본계획 반영을 위한 사전환경성검토서 주민설명회'를 강행했다. 그 전에 이미 2차례 주민의 반대로 무산됐던 설명회는 무려 250명이나 되는 용역업체 직원들이 동원되었다.

"이 사람들을 질서유지원이라고 부르며 동원했다. 주민설명회를 반대하는 주민 텐트를 강제 철거했다. 뿐만 아니라 동부 관련 사람들을 미리 섭외해 설명회 전날 건물 안에 들여보내놓고, 음식물을 제공하는 등 외부와 철저히 단절시킨 채 진행했다."

이후 당진군, 당진주민이 지식경제부와 국토해양부에 끊임없이 반대 의견을 피력했음에도 2012년 5월 동부건설이 지식경제부 전기위원회에 신청한 전기사업허가 신청이 전기위원회를 통과했다. '단, 전원개발실시계획승인 신청 전 당진시장 또는 석문면개발위원회의 유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걸고 전기사업 허가를 받았다. 같은 해 12월 20일 석문면개발위는 이사회를 열고, '동부 그린발전(동부화력) 유치 동의의 건'을 서면심의를 통해 찬성으로 가결했다.

"사단법인 정관에도 없는 서면 결의가 어디 있습니까? 그걸 또 지식경제부는 다음 날 바로 그대로 수용하고."
"철탑 땜에 죽든지 발전소 막다가 죽든지."

이곳 주민들은 2번의 주민설명회를 무산시키고,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석문면민과 당진시대책위원회는 현재 동부화력의 전기사업 허가 무효 소송을 진행 중인데, 협상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임관택 이장은 "보상금보다는 아예 주민을 이주시키거나 모든 송전철탑을 지중화 했으면 좋겠다"면서 "주민은 여태까지 살아온 것이나마 내 새끼들한테 물려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한다. 이미 지어진 발전소를 없앨 수 없다면 더 이상 증설 없이 이 상태로라도 버티자는 거지, 더 이상 피해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로2리 토박이로 거주 중인 이장 임관택 씨(왼쪽)와 청장년회장 조성대 씨(오른쪽)
 교로2리 토박이로 거주 중인 이장 임관택 씨(왼쪽)와 청장년회장 조성대 씨(오른쪽)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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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여의치 않자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 국장단이 직접 마을을 찾아오기도 했다. 이들은 2012년 석문면에 세 차례나 방문했는데 그때마다 반복했던 말은 이렇다. 

"당신들 반대해도 들어온다. 동부와 협상이 원활하도록 돕겠다."

한 주민은 "나라가 국민들 말을 귓등으로 듣는다"며 서러운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임관택 이장은 말을 거든다.

"왜, 국가는 주민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나? 안 그래도 밀양에 참사가 철탑 때문에 났지 않는가? 우리 동네도 밀양같이 안 되란 법이 없다. 동부화력이 저렇게 진행하는 한 환경적인 걸로 죽으나 철탑 때문에 죽으나 발전소 더 지어 죽으나 똑같으니까."

2011년 9월 시작했던 1인 시위 사진
 2011년 9월 시작했던 1인 시위 사진
ⓒ 동부화력 저지 당진군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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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경남 밀양에서는 한국전력공사 측에서 765kV 송전탑 공사를 재개하려 해 이를 막는 고령의 주민과 투입된 경찰들이 대치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고지현 대전충남녹색연합 부장은 "2001년 신고리원자력발전소 건설을 계획하며 생긴 밀양 송전탑 문제와 제5차전력수급계획에서 발생한 당진 동부 그린화력발전소 문제도 아직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제6차전력수급계획에서 발전소 증설을 추진하는 데 걱정스럽다"며 "건설의향 평가기준에 포함되어 있는 이행성지표 중 주민동의 항목의 가중치가 더 높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제남 의원실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며 생기는 주민 피해에 대해 보상 차원으로만 접근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해당 지역주민들의 동의 이후에 발전소, 송·변전 시설의 설비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제남 의원실은 지난 2월 '전기사업법에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할 경우 14일 이전에 계획안의 내용을 공고하고 공청회를 개최'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하여 현재 산업통상자원위원회를 통과한 상태다.

또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승인만 있으면 사업자가 19개 인·허가권과 토지강제수용권까지 갖게 되는 전원개발촉진법에 대해 "개발주의시대에 전원개발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전원개발촉진법은 폐기되거나 전면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올해 안으로 전원개발촉진법에 대한 대안을 제출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태그:#동부, #당진, #대전충남녹색연합, #당진환경운동연합, #김제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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