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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이 가중되면서 대학교를 떠나지 못하는 졸업생들이 늘고 있다. 졸업은 했지만 취업은 하지 못한 채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소위 '경계인'들이다. 이들이 마음 놓고 있을 공간은 별로 없다. 모교 도서관은 그나마 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공간이다.

그러나 학교 도서관 역시 졸업생들에게 그리 따뜻하진 않다. 취재 결과, 대부분의 대학교 도서관이 졸업생들의 도서관 출입과 도서 대출에 일정한 제한을 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졸업생들의 도서관 출입을 위해서는 특별출입증이 필요한데, 출입증 발급이 유료인 학교가 많았다. 대출 역시 마찬가지로, 극히 일부 학교를 제외하면 학교에 따라 최소 5만 원에서 최대 30만 원까지 납부를 해야 했다.

학교마다 천차만별... 공통적으로 졸업생들에게 장벽 설정

각 학교마다 천차만별이다
▲ 주요 대학교 도서관의 출입 및 대출 요건 각 학교마다 천차만별이다
ⓒ 윤선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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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출입의 경우 출입증을 무료로 발급받거나 기존 학생증을 그대로 쓸 수 있는 학교가 있는 반면, 특별출입증을 발급받는 방식으로 따로 돈을 내야 하는 학교도 있었다. 출입증 발급이 유료인 학교의 경우 출입증 발급 비용은 대개 5000원에서 만 원 사이였다. 이 출입증은 대부분의 학교에서 1년에 1번 갱신하도록 하고 있었다. 즉 출입증이 유료인 학교는 1년이 지나면 다시 출입증 재발급 비용을 내야 하는 것이다.

대출 요건 역시 학교마다 천차만별이었다. 돈을 걷는 것은 대부분의 학교가 비슷했지만, 예치금, 도서관 기부금, 동창회비 등 명목은 여러 가지였다. 동국대, 한국외대, 인하대, 한양대 등 예치금을 걷는 학교의 경우에는 본인이 요구하면 도서관에 낸 돈을 다시 돌려받을 수 있다. 단 그와 함께 대출 권한은 소멸된다.

성균관대, 경북대 등처럼 도서관 기부금 명목으로 돈을 걷는 학교도 있었고, 서울대, 숙명여대 등처럼 연회비 형식으로 돈을 걷는 학교도 있었다. 연세대, 숭실대 등 총동창회비로 졸업생 도서관 대출비용을 대신하는 학교도 종종 보였다.

이들 학교에 도서 대출을 위해 졸업생들이 내야 할 돈은 최소 5만 원에서 최대 30만 원까지 다양했다. 반면 서울시립대, 포스텍 등 졸업생들의 도서 대출 자체를 금지한 학교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다른 학교와 마찬가지로 출입증 발급을 통해 졸업생들의 도서관 출입과 자료 열람은 허용했지만, 도서 대출은 할 수 없도록 했다.

도서관의 '졸업생 장벽'에 대한 학생들의 태도는 다양했다. 특히 졸업생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엇갈렸다. 김철웅(한양대 졸)씨는 "합리적이라고 본다. 졸업생들이 반납을 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하는데, 도서관에서 이런 조치를 취한 것도 이해가 간다"라고 말했다. 반면 이슬기(한양대 졸)씨는 "상당히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 돈을 내야 하는 것도 그렇지만, 돈을 냈음에도 재학생보다 대출을 적게 허용한다는 점이 아쉽다"라며 부정적 의견을 보였다.

재학생들 사이에서도 찬반주장이 엇갈렸다. 박은지(숙명여대)씨는 "재학 중에 도서관을 별로 이용하지 않았다면 졸업생이 되어서 제한을 가하는 게 억울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졸업생들이 계속 도서관을 이용한다면 마찬가지로 문제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황두리(한국외대)씨는 "(졸업생 제한이라는) 취지 자체는 공감하지만, 요즘 졸업생들 중에서도 학교 도서관에 드나드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점에서 도서관이 졸업생에 대한 장벽을 낮출 필요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도서관 측 "재학생과 졸업생은 엄연히 구분을 둬야"

그러나 졸업생들이 이 책을 빌리기란 결코 쉽지 않다
▲ 한 대학교의 도서관 자료실 그러나 졸업생들이 이 책을 빌리기란 결코 쉽지 않다
ⓒ 윤선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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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생에 대한 출입 및 대출 제한에 대해 대학교 도서관들은 이구동성으로 '등록금을 대신해서 내는 금액이다'라고 말했다. A대학 도서관 관계자는 "재학생들은 등록금에 도서관 이용비도 들어가기 때문에 별도의 도서관 사용료를 내지 않지만, 졸업생은 그게 아니기 때문에 연회비를 내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B대학 도서관 관계자 역시 "원칙적으로 졸업생은 대학교 도서관을 이용할 수 없다. 다만 졸업하고 나서도 학교 도서관을 찾는 경우도 있는 만큼, 이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자 예치금을 내도록 하는 것"이라 말했다.

졸업생 대출을 아예 못 하도록 한 학교의 경우, 재학생들에게 우선권을 주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C대학 도서관은 "학과 지정도서를 제외하면 일반도서는 예산 문제로 인해 각각 두 권밖에 구입하지 않는다"며 "재학생 사이에서도 대출 경쟁이 치열한데, 여기에 졸업생까지 가세하면 자칫 재학생이 피해를 볼 수가 있어 졸업생 대출을 할 수 없도록 했다"고 말했다.

즉 본래 대학교 도서관은 재학생이 주로 이용하도록 되어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졸업생에게는 어느 정도 제한을 둘 수밖에 없다는 것. 실제로 이와 같은 이유로 몇 년 전만 해도 졸업생들의 도서관 이용은 금지되었다. 그러나 졸업 이후에도 학교 도서관을 필요로 하는 졸업생들이 늘어나는 등 수요가 증가하면서, 졸업생들에게도 이용 기회를 줘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논의를 거쳤다.

그 결과 지난 2006년 9월, 서강대 도서관은 예치금을 낸 졸업생들에 한해 도서 대출을 허용했다. 이후 다른 학교들도 연회비 혹은 예치금을 낸 졸업생들에게 도서관을 개방했다.

교내 도서관과 졸업생 간 미묘한 신경전

책들이 가지런히 정돈된 채 놓여 있다
▲ 대학교 도서관에 꽂혀 있는 책들 책들이 가지런히 정돈된 채 놓여 있다
ⓒ 윤선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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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졸업생에게 별도의 비용을 부담하지 않게 하는 학교도 있다. 경희대 도서관은 자교 졸업생임을 증명할 수 있는 증명사진과 주민등록등본만 있으면 무료로 도서관 출입증과 대출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경희대 도서관 관계자는 "재학생과 비교해 졸업생에게 별다른 대출 제한을 두고 있진 않지만 현재까진 별다른 피해는 없다"면서 "졸업생들도 한때 학교에 다녔기에 이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동대 역시 지도교수 혹은 교직원의 보증을 받은 졸업생에 대해서는 무료대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아주대와 서울여대는 열람증 발급비용만 지불하면 자료 열람은 물론 대출도 할 수 있도록 했다. 열람증 발급 수수료 명목으로 각각 만 원, 5000원씩을 요구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추가 요금을 낼 필요가 없다.

극심한 취업난으로 인해 학교에 남는 졸업생들이 늘어나면서, 졸업생들의 교내 도서관 이용 문제도 점차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대학교 도서관 이용 문제로 연락해오는 졸업생들이 많다고 했다. 그만큼 교내 도서관이 필요한 졸업생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대학교 입장에서도 재학생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고려하면 섣불리 졸업생들에게 문호를 개방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졸업생과 도서관 간의 미묘한 신경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위 글은 고함20(goham20.com)에 중복게재되었습니다.



태그:#대학교, #도서관, #졸업생, #대출, #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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