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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8일 오전, 울산 남구 공업탑로터리 주변 여천천 복개천에서 콘크리트 복개를 덜어내는 공사가 진행중이다.
 5월 8일 오전, 울산 남구 공업탑로터리 주변 여천천 복개천에서 콘크리트 복개를 덜어내는 공사가 진행중이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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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꽝꽝, 쿵꽝꽝' 두터운 콘크리트를 뚫는 굴착기 내리치는 소리가 요란했다. 8일 오전 10시 울산 남구 신정동 공업탑로터리 인근 복개천은 복개를 덜어내기 위한 개복 공사가 한참이었다.

하지만 공사장 주변에서 이 모습을 바라보던 몇몇 주민들은 어찌할 줄 모르고 발만 동동구르고 있었다. 앞서 주민들은 지난 6일, 굴착기를 가로막고 공사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이날은 그때 모습과는 판이하다. 주민들은 "한 달간 집회신고를 했지만 붙잡혀 갈지도 몰라 지켜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4대강 무마용 '고향의 강' 사업, 주민들 피해 호소

고향의 강 사업
국토해양부가 주관한 이 사업은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하천을 부각시킨다는 목적으로 전국 시·군·구별 1개의 대표 하천을 복합정비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국토해양부는 우선 2010년 시·도별로 1개씩 모두 15개 하천을 선도사업으로 추진했고, 2011년부터 시·군·구별로 300억 원 규모의 '고향의 강 사업'을 진행해 최대 230여개 하천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사업은 지난 1999년부터 2018년까지 총사업비 18조가 들어가는 지방하천종합정비계획의 일환인 지방하천정비사업이 이미 추진 중이라 중복 논란이 일기도 했다.
울산 최고 번화가 공업탑로터리 복개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공사는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강행하면서 지난 2010년부터 더불어 시행한 '고향의 강' 사업 중 하나다. 당시 4대강 반대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사업은 전국에서 착착 진행되고 있다.

울산에서도 300억 원을 들인 공사가 시작되면서 주민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울산은 이곳 남구 여천천이 5개 구·군 중 선도사업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2015년 1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고향의 강 사업으로 지정된 여천천은 이곳 공업탑 로터리 부근에서 울산항 입구 한비교까지 총 6.5㎞의 구간이다. 지방의회가 부활된 지난 1990년대 초 지방의원들은 늘어나는 도시 차량과 도로 협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여천천 복개를 공약으로 내걸은 후 공사가 완료됐다. 이 때문에 여천천 상당 부분은 콘크리트로 복개돼 주차장과 도로로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2011년 이 지역이 고향의 강 사업으로 지정되면서 복개천이 개복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주민들이 그동안 공사를 반대해왔다. 그동안 사용해 왔던 주차장과 도로가 없어지면 상가는 매출이 감소될 것을 우려하고, 주민들은 공사에 따른 환경문제를 지적했던 것.

특히 울산은 여천천이 복개된 후 20년 동안 자동차 수가 급속히 늘어 현재 자동차 보유율이 전국 최고 수준이지만, 주차장이나 도로 확보는 이에 따르지 못했다. 이 지역 주민들이 공사 반대 이유로 주차대책 확보를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몇 개월간 주민들의 요구는 수용되지 않았다.

특히 문제는 주민들이 원치 않는 사업에 시민 혈세가 소요된다는 것. 울산 여천천 고향의 강 사업은 전체 300억 원 소요예산 중 국비 180억 원 외에 시비 60억 원·구비 60억 원 등 시민세금이 120억 원이나 소요된다.

울산 고향의 강 사업 중 주민들의 반발이 가장 심한 곳이 바로 이곳 공업탑로터리 주변 580m 복개 구간을 뜯어내는 곳. 이곳은 1990년대 초 복개가 된 후 복국 골목으로 유명해졌고 손님들이 줄을 잇는 곳이다. 하지만 고향의 강 공사로 상가가 공사판이 되고 주차장이 점점 줄어들자 지역 주민들, 특히 상인들이 주차대책과 상권보호 등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오수정비 공사가 시작되고 최근 개복 공사가 진행되자 주민들은 대책위를 구성하고 공사 반대 집회신고를 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 6일 주민들이 굴착기를 둘러싸고 공사저지 행동에 돌입하자, 남구청과 시공사 측이 언론을 통해 "민·형사상 고발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주민들이 움츠려들고 있는 것.

구청, 고소고발 으름장에 주민들 위축

현재 주민들은 공사반대는 포기한 대신 상가 밀집 지역인 이곳을 전체 공사 중 후순위로 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마저 거절당했다. 특히 지난 6일 주민들의 집단행동 후 대책위 회원들에게 개별로 회유와 압력이 들어와 대책위에서 이탈하는 주민들이 속속 늘고 있다.

공업탑복개천상가번영회 김무열 회장은 "6일 집회 이후 외부에서 압력을 받은 회원들이 겁을 먹고 있다"며 "혹시나 회원들이 다칠까봐 오늘(8일)은 공사 모습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6일 한 달간의 집회신고를 했지만 남구청이 고소고발을 한다고 하는 통에 주민들이 겁을 먹고 있다"며 "공사 순서를 바꿔달라는 요청도 거부 당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공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상가 주변이 공사판이 될텐테 큰일이다"며 "지금도 손님이 끊기도 있는 상태인데 앞으로 상가들이 큰 피해를 보게 됐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남구청은 "지난 6일 주민들이 집단 행동을 한 후 현상 사무실에서 협의를 했고, 지금은 공사에 협조하기로 한 상태"라고 주장하고 "외유와 압력은 우리가 알지 못하며 고소고발은 시공사 측이 '피해를 볼 경우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울산 여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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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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