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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휴일제 실시가 좋을지 안 하는 게 좋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더 많은 얘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

새누리당 소속 김태환 국회 안전행정위원장이 두 번째 정회를 선언했다. 속개된 지 1시간여 만이었다. 법정공휴일과 토·일요일이 겹치면 평일 하루를 쉬도록 하는 대체휴일제 도입이 사실상 무산되는 순간이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지난 2월 새 정부의 국정과제로 포함시킨 대체휴일제 도입은 이제 9월 정기국회에서 다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29일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아래 안행위) 초반부터 격돌했다. 야당이 대체휴일제 도입을 다른 법안에 우선해 처리하자고 요구하고 여당이 이에 반대하면서 한 차례 정회 사태를 빚었다. 속개 이후 당초 예정된 대로 4·1 부동산대첵에 따른 취득세 면제법안 등 다른 법안을 다룬 뒤 대체휴일제 법안을 처리하는 방향으로 의사가 진행됐지만 야당 의원들이 즉시 표결 처리를 요구하면서 서로 다시 목소리가 높아졌다.

새누리 "대체휴일제 표결? 왜 어려운 길 가려고 하냐"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자료 사진)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자료 사진)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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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된 쟁점은 여야가 지난 25일 회의에서 정부의 대체휴일제 도입 방안 마련상황을 지켜보다가 여의치 않을 경우 정기국회 때 입법하자는 취지의 합의를 했는지 여부였다. 이에 대해 민주통합당 등 야당은 '법안 처리 유보에 합의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간사인 황영철 의원은 "정부 측이 대체휴일제 도입 추진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고 여야 의원들이 정부 측의 추진 의지가 분명히 나타나지 않으면 정기국회까지 의견을 모으기로 하지 않았나"라며 "합의문을 만들려다 속기록에 남겨서 그 입장을 분명히 정리하자고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야당의 주장대로) 지금 표결을 강행한다면 (대체휴일제 도입에)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며 "9월 정기국회 때 국민에게 대체휴일제를 선물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는데, 지금 표결하겠다고 하면 여당 의원들의 입장이 뭐가 되느냐"고 표결 처리를 반대했다. 또 "부결되면 동일한 법안이 (4월 국회에서) 다시 논의될 수 있겠느냐"며 "왜 어려운 길을 가려고 하느냐"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 같은 법안 처리 보류 요구에 힘을 실었다. 김영주 의원은 "제도시행 시기가 2015년부터라면 아직 더 논의할 시간이 있다"며 "당초 여야가 가닥을 잡은 대로 정부가 9월 정기국회 때까지 좋은 대안을 제출하면 그때 처리해도 문제없다"고 말했다. 박덕흠 의원 역시 "법안이 부결된다면 부작용이 크다"며 "무엇이 진정 국민을 위하는 것인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역시 "(대체휴일제 도입 반대로) 재계를 편든다는 건 전적인 오해"라며 "대체휴일제 도입 혜택을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은 더 어려워질 수 있고 사회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고 반대 의사를 표했다. 아울러, "국민 화합 차원에서 (대체휴일제가) 중요한 사안인만큼 여러 장단점을 고려해 도입 여부나 추진방안을 마련해 정기국회 전에 보고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 "여당의원들 부담되니깐 야당한테 책임 돌리는 것"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자료 사진)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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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등 야당은 즉시 표결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여소야대 구도인 안행위에서 법안 통과가 무산되더라도 정부·여당에 정치적 책임이 돌아가는 만큼 '강수'를 던진 것이다.

민주통합당 간사인 이찬열 의원은 "(법안 처리 유보는) 당시 여야간 논의된 여러 대안 중에 그런 안이 있긴 했지만 합의된 것은 아니었다"며 "간사간 합의는 대체휴일제법안을 표결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유대운 의원은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네덜란드 근로자보다 800시간 더 근로하고 있다"며 "찬반이 엇갈리니깐 표결로 해서 판단 구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백재현 의원은 "훈령이 아니라 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18대 국회 때부터 많은 의원들이 주장한 것"이라며 "이미 (대체휴일제 관련) 법안에 대해 심의·토론도 종결하고 표결절차만 남아있다, 법안심사소위에서 결정한 대로 표결에 부치자"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법안 처리 보류 주장이 대체휴일제 도입 무산에 따른 여당의 부담을 피하기 위한 것이란 질타도 나왔다.

진선미 의원은 "정부가 대체휴일 도입 의지가 없는 상황인데 황영철 의원은 마치 도입 가능한데도 민주당이 요구를 안 받으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여당 의원들의 표결에 대한 부담을 야당 의원들에게 돌리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대체휴일제는 국민 다수가 동의하고 있고 여당 내부의 갈등과 정부의 반대 때문에 최대 민생법안인데도 처리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체휴일제 입장 밝혀라" vs. "정략적 판단이 문제"

결국 안행위는 이날 어떤 결론도 내리지 못하고 정회됐다. 당초 약속했던 '10분 정회'가 6시간이 넘도록 파행 유지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여야는 각각 논평을 통해 '고공전'에 나섰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대체휴일제 도입이) 정부의 반대와 새누리당의 일방적인 회의 파행으로 인해 처리되지 못했다"며 "오늘 안행부는 삼권분립 원칙에 명시된 입법권을 심대하게 침해하는 폭거를 자행한 것이며 새누리당은 국민이 국회에 부여한 입법권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이 한 약속들이 휴짓조각처럼 버려지고 있는데 아무런 입장 표명 없이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께 대체휴일제 도입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표명해주실 것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일부 의원들의 정략적 판단'이 문제였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신의진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여·야·정 모두 대체휴일제의 도입 취지에는 적극 동의하지만 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정부가 정기국회까지 그 추진 방향을 마련하고 의결하는 것이 좋겠다고 가닥을 잡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는 결코 정쟁의 사안이 아닌데 일부 소수의원들이 이를 정략적으로 판단하면서 표결 처리를 주장하다가 (안행위가) 정회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대체휴일제 도입과 같은 대통령 공약실천은 몹시 중요하다"면서도 "그 시기와 방안에 대해서는 심도 있는 대책을 마련하면서 결정하는 게 더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그:#대체휴일제, #황영철, #진선미,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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