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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물 군락지. 화순 백아산 산나물공원 '산채원' 풍경이다.
 피나물 군락지. 화순 백아산 산나물공원 '산채원' 풍경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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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맘때면 떠오르는 곳이 있다. 산나물이 지천인 전남 화순 백아산 자락의 산나물공원 산채원이다. 이곳 산나물은 온실에서 고이 키운 게 아니다. 비료 한 줌, 농약 한 방울도 치지 않았다. 온전히 백아산이 키운 것이다. 이 산나물에 이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다.

산나물을 테마로 한 축제도 준비하고 있다. 시끌벅적한 분위기에서 먹고 마시고 즐기는 축제가 아니다. 마이크 없고 공연프로그램도 없다. 별나게 홍보도 하지 않는다. 산나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찾아와서 즐기는 축제다. 축제는 산나물이 가장 많이 나오는 5월 19일까지 주말마다 열린다.

하여, 이번에도 미리 찾아갔다. 봄비 내린 다음 날인 지난 25일이다. '복조리마을'로 알려진 강례마을을 지나니 산채원 입간판이 보인다. 왼편으로 계곡을 끼고 산속 흙길을 따라간다. 비가 내린 뒤여서 땅이 조금 질컥거린다.

참두릅. 산채의 왕자로 불린다.
 참두릅. 산채의 왕자로 불린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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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취. 이파리가 곰발바닥을 닮았다. 나물의 제왕으로 통한다.
 곰취. 이파리가 곰발바닥을 닮았다. 나물의 제왕으로 통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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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하얀 꽃을 피운 돌배나무를 지나 삼나무와 편백나무 우거진 숲으로 이어진다. 산채원 탐방로의 시작지점이다. 나무를 살며시 흔드는 호젓한 바람에 기분이 상쾌해진다.

두릅이 눈에 띈다. 나뭇가지에 달린 '산채의 왕자' 참두릅과 '봄나물의 귀족' 개두릅이다. 통통한 두릅에 초고추장이 떠오른다. 발밑으로 땅두릅도 보인다. 땅에서 자라는 두릅이다.

곰취 군락도 펼쳐진다. 이파리가 영락없이 곰의 발바닥을 닮았다. '나물의 제왕'으로 쌉싸름하면서도 은은한 맛과 향이 일품이다. 곰취와 비슷하게 생긴 곤달비도 옆에서 자라고 있다. 곰취보다는 쓴 맛이 조금 덜하다.

곤달비. 생김새가 곰취와 비슷하다.
 곤달비. 생김새가 곰취와 비슷하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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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물. 줄기에서 피처럼 붉은 물이 묻어나 그렇게 이름 붙었다.
 피나물. 줄기에서 피처럼 붉은 물이 묻어나 그렇게 이름 붙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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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기까지가 한계였다. 나물과 풀의 구별이 쉽지 않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데 헷갈리기만 하다. 방법이 없다. 이번에도 김규환(47) 산채원 촌장한테 전화를 걸었다.

"어떤 것이 나물이고 어떤 게 풀인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당연하죠. 제가 나가서 잠깐 설명을 해 드릴게요."

이번에는 김 촌장과 함께 산나물길 산책에 나섰다. 산나물 이름에 대한 부담이 사라지자 마음이 한결 가볍다. 눈앞에 진노란 꽃 한 무더기가 보인다.

참나물. 대표적인 산나물 가운데 하나다.
 참나물. 대표적인 산나물 가운데 하나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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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마늘. 고조선 때 웅녀가 먹었다는 마늘이다.
 산마늘. 고조선 때 웅녀가 먹었다는 마늘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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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나물이라고 들어보셨어요? 이게 피나물입니다. 이렇게 줄기를 꺾으면 피처럼 붉은 물이 묻어난다고 해서 피나물이죠. 이것은 참나물이고요. 이건 취나물입니다. 이건 곤드레, 이건 산마늘이에요."

김 촌장이 하나 뜯어준 참나물에서 향긋한 봄의 향기가 물씬 묻어난다. 산마늘 이파리엔 진짜 마늘냄새가 배어있다. 옛날 고조선 때 웅녀가 먹었다는 그 산마늘이란다. 곤드레의 향도 은은하다.

그의 설명을 듣노라니 한낱 풀로 보였던 모든 게 산나물이었다. 숲이 온통 산나물 천지다. 김 촌장은 숲 사이로 흐르는 계곡에서도 산나물 이야기를 이어갔다. 계곡물 맑고 바람도 선선하다. 김 촌장이 계곡가에 자라고 있는 나무 한 그루를 가리키며 말한다.

홑잎나물. 화살나무의 이파리다. 산채원의 계곡에서 자라고 있다.
 홑잎나물. 화살나무의 이파리다. 산채원의 계곡에서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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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채원의 산책로. 길섶에 산나물이 지천이다.
 산채원의 산책로. 길섶에 산나물이 지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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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무가 뭔지 아세요? 참빗살나무라고도 하는데요, 화살나뭅니다. 이파리가 부드럽게 생겼죠? 홑잎나물이에요."
"나뭇잎이 나물이라구요?"

나물 맛을 조금 안다는 사람들은 '나무나물'을 더 좋아한다는 게 그의 얘기였다. 고추나무의 이파리는 고춧잎나물이고. 초고추장에 찍어 먹거나 된장에 무쳐 먹으면 맛있단다. 더덕을 보더니 순이 더 맛있을 때라는 말도 덧붙인다. 이맘때면 뿌리의 성분이 순에 다 올라와 있다는 것이다. 달큰한 더덕의 향이 코끝을 간질인다.

이렇게 산책로에서 만난 산나물의 종류가 수백 종이다. 절반은 촌장 자신이 심었고 나머지는 자생하는 것이라고. 면적은 100만㎡(30만평)에 이른다.

"제가 씨를 뿌렸지만 키우지는 않았어요. 산이 다 키워주고 있죠."

백아산의 맑은 공기와 바람, 깨끗한 물과 흙, 따스한 햇볕이 키우고 있단다. 이런 산나물이 식탁에 자주 오르면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러면 우리 몸이 건강해지고, 사회도 밝아질 것 같다.

산나물공원을 안내하는 김규환 촌장. 서울에서 살다 8년 전 고향으로 내려온 귀농인이다.
 산나물공원을 안내하는 김규환 촌장. 서울에서 살다 8년 전 고향으로 내려온 귀농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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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취 군락. 산채원 산책로 주변 모습이다.
 곰취 군락. 산채원 산책로 주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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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촌장이 여기서 산나물축제를 여는 것도 이런 연유다. 지난 27일 시작된 축제는 산나물이 자라는 숲길 걷기가 주된 프로그램이다. 축제기간 오전 10시와 오후 2시30분 두 차례 해설도 곁들여진다. 산나물 심기와 뜯기, 산나물 떡 만들기, 산나물이름 맞추기 체험은 덤이다.

곰취와 곤드레, 산마늘, 참나물, 고춧잎나물, 두릅 등을 듬뿍 넣은 산나물 쌈밥과 비빔밥도 맛볼 수 있다. 살짝 데쳐 된장·고추장에 버무리거나 밥에 넣어 쓱싹쓱싹 비벼 먹으면 된다. 산나물을 넣은 김밥과 떡도 준비된다. 산나물 세트도 사갈 수 있다.

주말 봄소풍을 백아산 산채원으로 가고 싶은 이유다. 몸과 마음을 금세 활력으로 채워줄 치유의 '힐링캠프'로 최적의 공간이다.

산채원의 계곡. 물이 맑은 청정지대에 속한다.
 산채원의 계곡. 물이 맑은 청정지대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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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채원으로 가는 길. 화순 백아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산채원으로 가는 길. 화순 백아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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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찾아가는 길
호남고속국도 옥과나들목에서 우회전, 15번 국도를 타고 화순 북면 방면으로 20여 분 가면 송단리·대광사 입구에 이른다. 여기서 대광사 이정표를 따라 산자락으로 원리, 방리, 강례리를 차례로 지나 만나는 삼거리에서 오른편으로 가면 된다.



태그:#산나물, #산채원, #산나물축제, #김규환, #화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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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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