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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서울 노원병에 당선된 안철수 의원이 25일 노원구 상계동 희망촌 일대를 찾아 확성기를 든 채 지역주민들에게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 "감사합니다" 안철수 의원 당선인사 4·24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서울 노원병에 당선된 안철수 의원이 25일 노원구 상계동 희망촌 일대를 찾아 확성기를 든 채 지역주민들에게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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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안철수'가 화려하게 여의도에 입성했다. 최종 득표율 60.46%,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4·24 노원병 보궐선거에서 허준영 새누리당 후보(32.78%)와 2만 표 가까이 차이를 벌리며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이제 막 첫 발을 뗀 정치신인이지만 지난해 대선 판도를 뒤흔들었던 그가 정치권에 미칠 여파는 적지 않다. 노회찬 전 진보정의당 의원은 지난 19대 노원병 총선 당시 야권단일후보로 득표율 57.21%를 기록했다. 그러나 안 후보는 진보정의당 김지선·통합진보당 정태흥 후보 모두 출마한 상황에서 노 전 의원의 득표율을 상회하는 '파괴력'을 선보였다.

이에 대해 안 당선자는 지난 24일 "나의 당선은 내 승리라기보다 새 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이라고 생각한다"고 당선소감을 밝혔다. 그의 말처럼 안 당선자에게 투여된 '새 정치'에 대한 국민의 열망은 향후 기존 정치권을 흔들 촉매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대선 패배 이후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기존 야권 판도의 변화는 불가피해보인다.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캠프의 국정자문위원실 부실장을 맡았던 이상갑 변호사는 25일 TBS 라디오 <열린아침 송정애입니다>와 한 인터뷰에서 "민주당을 리모델링한다고 국민들로부터 요구받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를 할 수 있겠느냐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 많은 것 같다"며 "민주당의 심장이기도 한 광주·전남에서 '리모델링 수준이 아니라 싹 헐고 다시 짓는 재건축을 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즉, 안 당선자 앞에 놓인 정치 행보 중 '신당 창당'에 힘을 싣는 얘기였다. 신당 창당이 아니더라도 기존의 민주당과 함께 하긴 힘들다는 인식도 엿보였다. 대상 지역이 10곳 안팎에 달할 것으로 관측되는 10월 재보궐선거와 맞물려, '안철수식 새판짜기'가 시작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민주당] 계파 갈등 심화에 '좌불안석'... "초상집 분위기, 당 체질 바꿔야"

민주통합당이 4.24재보궐 선거에서 한 곳도 당선시키지 못하고 참패한 가운데,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박기춘 원내대표가 유기홍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4.24 재보궐선거 참패에 침통한 민주통합당 민주통합당이 4.24재보궐 선거에서 한 곳도 당선시키지 못하고 참패한 가운데,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박기춘 원내대표가 유기홍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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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으로서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대선 패배에 대한 후유증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한 채 강력한 경쟁자를 맞이하게 된 셈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첫 선거인 4·24 재보선에서 참패하면서 당내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더욱이, 5·4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 간 분란도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친노(친노무현)·주류 인사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패배 책임 정도를 수치화한 대선평가보고서나 "선거비용 집행을 방만히 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대선자금 검증 보고서 등으로 불거진 당내 갈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 전대준비위가 추진하고 있는 강령·정책 개정안 등을 두고도 '우클릭'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일단, 민주당은 이번 재보선 결과에 대해 고개를 숙이며 안 당선자에게 함께하자고 손짓하고 있다.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고위정책회의에서 "재보선 결과를 겸허하고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 "127명 소속 의원들 모두 무거운 책임을 감당하면서 처절하게 성찰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선거 민심은 야권 전체의 긴장과 자극을 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무엇보다 낮고 겸허한 자세로 당의 변화와 뼈를 깎는 혁신에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다만, 그는 안 후보의 독자정치세력화에 대해서는 견제구를 날렸다. 박 원내대표는 "이념논쟁, 계파갈등, 대결정치 등 고질적인 정치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야권의 분열로 국민을 실망시키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박용진 대변인도 지난 24일 브리핑에서 "안 후보의 당선으로 전개될 야권의 정계개편이 분열이 아닌 야권의 확대와 연대로 귀결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당내 혁신 요구도 더욱 거세질 예정이다. 5·4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용섭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 "지금 민주당은 초상집이다, 국민들은 현재 민주당에 대해서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금은 안철수 세력과 통합하는 것에 신경 쓸 게 아니다"며 "당의 체질을 산성에서 알카리 체질로 바꿔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안 당선자가 우리 당에 들어와서도 새 정치를 할 수 있는 여건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여건을 만들고 나서 안 당선자의 입당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냐"는 질문에도 "그렇지 않으면 우리 당이 허약한 상태에서 숫자만 늘리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새누리] 재보선 전승으로 '여유만만'... '김무성의 귀환'에 당내 관심 쏠려

4.24재보궐 선거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이완구 후보가 당선된 가운데,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대표최고위원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황우여 대표와 이혜훈 최고위원이 밝은 표정으로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밝은 표정의 새누리당 4.24재보궐 선거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이완구 후보가 당선된 가운데,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대표최고위원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황우여 대표와 이혜훈 최고위원이 밝은 표정으로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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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새누리당은 여유만만이다. 4·24 재보선 결과, 안철수 당선자를 제외한 나머지 선거지역에서 사실상 새누리당이 전승을 거뒀고 당장, 안 당선자의 여의도 입문이 여권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민주당과 안 당선자 간의 경쟁구도가 여권에 불리하지 않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하지만 '안철수식 새판짜기' 분수령으로 예상되는 10월 재보선 대상지역 대다수가 최근 선거법 위반 등으로 1, 2심에서 당선무효형 이상을 선고받은 자당 의원 지역인 만큼, 민주당과 안 당선자에 대한 견제구를 확실하게 던지고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재보선 승리를 자축하는 한편, 참패한 민주당에 대한 쓴 소리를 쏟아낸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서병수 사무총장은 이날 "역대로 새 정부 출범 후 첫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여당이 승리한 것은 지난 94년 4월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면서 민주당에 대한 쓴 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기초단체장·의회 재보선에서 공천하지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새누리당 성향의 후보들이 당선됐다"며 "민주당은 국민께 했던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행하면서 공천을 강행했던 기초의원·단체장 선거에서도 패배했다, 약속을 어긴 정당을 국민이 어떻게 심판하는지 다시 한 번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등을 겨냥해, "민주당 일각은 대선패배마저 인정하지 않는다, 반성하지 못하는 정당이 어찌 국민의 지지를 호소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민주당은 이번 재보선을 통해 박근혜 정부에 경종을 울리고 따끔한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고 했지만 정작 국민들은 민주당에 경종을 울렸고 회초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사실 당내에서는 이번 재보선을 통해 5선 고지에 오른 김무성 당선자의 행보에 시선이 쏠려 있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중앙선대위 총괄본부장을 맡아 대선을 진두지휘했다. 특유의 카리스마로 대선 캠프를 이끌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을 도운 공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차기 당권주자로도 꼽힌다.

무엇보다 그가 비박계 인사들까지 아우를 수 있는 인사라는 점이 주목된다. 친박계 좌장이었던 그는 2009년 친이계의 '김무성 당 원내대표 추대' 추진을 계기로 박 대통령과 결별했다가 지난해 총·대선을 거치며 관계를 복원했다. 즉, 단순한 '친박 중진' 중 한 명으로 평가할 수 없는 인사인 셈이다. 이와 관련, 한 당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 기자를 만나, "지금까지 친박계가 단단히 뭉쳐 있었지만 김 당선자의 국회 재입성으로 당내 역학구도가 변화할 것이라고 본다"며 "김 당선자는 (박 대통령의) 지시를 그냥 가만히 받아들이는 타입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당선자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한 인터뷰에서도 "현 지도부가 정치력을 발휘해서 제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임기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된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다만, "당대표를 하건 다른 역할을 하건 당의 최고중진으로서,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공신으로서 그 역할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당내 논란이 되고 있는 '당청관계 재정립'에 대해서도 "소통 부족에서 오는 현재의 분열상은 빠른 시간 내에 해결해야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서로 인정하고 예우해줘야 한다, 민주적 정신 하에 서로 협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그:#안철수, #민주당, #새누리당, #김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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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부 기자입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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