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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과도한 근무시간과 미래에 대한 비관, 우울증 등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대형 프랜차이즈에 소속된 편의점 점주들이 눈에 띕니다. 말만 '사장님'이고 실상은 프랜차이즈 업체와 철저한 갑을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어떤 현실속에 있으며 왜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지, 대안은 무엇인지 살펴봅니다. [편집자말]
민병두 민주통합당 의원 (자료사진)
 민병두 민주통합당 의원 (자료사진)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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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것 다 떠나서 편의점 같은 가맹점포들은 중산층이 퇴직금 받아가지고 전 재산 쏟아부어서 하는 것 아닌가. 여·야를 떠나서 이건 정말 살려줘야 하지 않느냐는 공감대가 있었다."

노상 법 만드는 게 일인 국회의원이 자기가 만든 법 하나 통과됐다고 얼마나 기쁠까. 그것도 국회 본회의 통과도 아닌 상임위 법안소위 통과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뿌듯함과 기쁨이 얽혀있었다. 민병두 민주통합당 의원은 22일 정무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아래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가리켜 '가맹사업법의 새로운 역사'라고 표현했다.

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에는 과도한 계약해지 위약금 금지, 24시간 심야영업 강요 금지, 영업지역 보호, 가맹점사업자단체 결성 및 협의권 등 기존에 비해 점포 점주들의 이익을 반영하는 내용들이 대폭 강화되어 담겼다. 민 의원은 23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그동안 가맹사업법 개정안 작업 과정과 의의, 향후 전망에 대해 밝혔다.

"프랜차이즈 업계와 점주 양측 모두 고려한 사회적 대안"

민 의원은 개정안에 대해 "가맹업체, 특히 편의점 점주들이 실제로 겪고 있는 실상이 반영된 법안이자 프랜차이즈 업계와 점주 양측의 이해관계를 고려한 합리적인 사회적 대안"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개정안에서는 심야시간에 영업이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는 경우나 암 등 중요한 질병이 있을 경우 24시간 영업을 강제할 수 없게 했다"면서 "흔히 편의점 중도 계약해지 때 적으면 6개월, 많으면 12개월 치 '기대영업수익'을 물게 하던 것도 할 수 없게끔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 의원은 "헌법상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결사의 자유를 법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가맹사업자들에게 단체협의권을 부여하도록 했으며 상권 내 과도한 경쟁을 막기 위해 영업지역 설정을 의무화하되 설정 방식은 자율에 맡겼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합리적인 지점을 이해하고 파악하기 위해 양 측의 사람들의 의견을 다 들으려고 노력했다"면서 "6개월 동안 편의점 점주들의 피해자 증언대회를 포함해 2번의 국회 토론회, 관련단체와 10여 차례 회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민 의원은 "정무위 내에서도 편의점을 비롯한 가맹사업 과정에서의 '불공정계약'에 대한 문제의식 자체는 여·야 의원들 사이에 이견이 없었다"면서 "다만 처음 도입되는 제도이기 때문에 신중한 논의과정을 거쳤다"고 했다.

한편 법률안 통과에 대해서는 시민단체 쪽으로 공을 돌렸다. 그는 "평소 서민들의 관심사에서 시작되는 경제민주화 방법을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법 개정 제안이 있었다"면서 "개정안 통과 역시 시민단체에서 점주들의 민원을 접수해주고 법률적인 대응을 적극적으로 도와 줬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또한 민 의원은 "개정안에서 다루고 있는 '갑-을' 관계의 경제민주화는 여·야 및 정부를 막론하고 가장 두터운 공감대가 있는 사안"이라면서 "박근혜 대통령도 관심이 많아 법사위 통과와 본회의 통과 역시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민병두 민주당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원치 않는 편의점 24시간 영업 강요 없어질 것"

-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준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평소 서민들의 관심사에서 시작되는 경제민주화 방법을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지난해 10월에 참여연대와 민변 등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법 개정 제안이 있었다. 수차례 점주들 집회에도 직접 가보고 면담도 하면서 이게 발의안 내고 기자회견 한 차례 하는 식으로는 끝날 성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3월에 개정안 내고는 아예 의원실 차원에서 달라붙었다.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이 개정안이 통과되자 '가맹사업법 상 새로운 역사'라는 칭찬을 해줬는데 그 말이 맞다. 나 역시 의원으로서 획기적인 입법을 해서 기쁘다."

- 기존 가맹사업법에 비해 내용이 많이 바뀌었다.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은? 
"우선 모든 가맹점에 대해서 영업지역 설정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현재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편의점 같은 경우는 개점했다가 중도 폐점하는 비율만 10% 이상이고 억지로 손해를 감수하면서 운영하는 경우까지 합치면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다. 다만 업종 특성에 따라서 설정 방법은 자율에 맡겼다.

사적 계약 이해당사자인 점포 사업자에게 단체협의권과 결성권도 부여했다. 헌법상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결사의 자유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취지다. 그러나 이들이 이같은 권리로 가맹점의 브랜드 통일성과 관계된 문제나 영업의 근본적인 계약에 관한 문제는 침해하지 못하도록 제한을 뒀다. 업체와 점주 양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을 터준 것이다."

- 편의점 관련한 조항들이 특히 많다.
"편의점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24시간 영업 강제였다. 근대와 전 근대를 나누는 가장 큰 차이는 개인에게 신체의 자유가 있느냐인데 그동안 아르바이트를 쓰지 않는 편의점 점주들은 신체의 자유가 없었다. 사실상 24시간 영업을 하도록 강요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그런 점 때문에 가맹본부와 점주는 동업자가 아니라 '현대판 지주-소작농 관계'라는 지적도 있었다.

경제적인 이유도 있다. 24시간 영업을 위해서는 반드시 아르바이트를 쓰게 되고 그러다보니 손익분기점을 맞추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심야시간에 영업이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는 경우와 암 등 중요한 질병이 있을 경우에는 24시간 심야영업을 하지 않을 수 있게끔 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점주와 업체가 합의를 못 볼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대신 이에 대한 판정을 할 수 있게 된다."

- '24시간 영업' 말고는 어떤 점이 개선됐나.
"편의점주의 사업포기를 막는 과도한 해지 위약금도 금지시켰다. 계약을 중도해지하면 가맹본부가 점주로부터 6개월 내지는 12개월치 '기대영업수익'을 위약금으로 받아가던 행위를 못하게 한 것이다. 점포가 부담해왔던 환경개선금도 가맹본부가 요구해서 할 때는 본부가 최대 40%까지 부담하게끔 했다. 본부 측에서 제 3의 업체를 정해서 강제로 인테리어 공사를 시키고 돈을 챙겨가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점주도 살고 가맹본부도 살아야... '균형점' 찾으려고 노력했다"

민병두 민주통합당 의원 (자료사진)
 민병두 민주통합당 의원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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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실정에 맞는 개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들이 있었나.
"점주와 가맹본부 양측의 이해관계를 다 듣고 가장 합리적인 지점을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6개월 동안 편의점 점주들의 피해자 증언대회를 포함해 2번의 국회 토론회와 관련단체와 10여 차례 회의를 했고 3월에 가맹사업법 개정안 발의한 후에는 40여 일 정도를 이 문제에만 집중했다. 지난 14일에는 편의점 협회, 프랜차이즈 협회, 민변, 참여연대, 경실련, 점주 대표 등을 의원실로 모셔서 허심탄회하게 토론회도 했다.

편의점 점주들이 실제로 겪고 있는 실상이 반영되는 데는 시민단체의 도움이 컸다. 참여연대 안진걸 팀장과 최인숙 간사가 점주들 민원을 많이 챙겨줬고 민변 민철호, 김영주, 권민경 변호사가 법률적인 부분을 많이 도와줬다."

- 프랜차이즈 업체와 점주들 간 갈등사례 중 가장 기억나는 것을 꼽자면?
"지난해 광화문에서 열렸던 편의점주 집회에 오셨던 한 여성이 '99가지를 가진 자들이 나머지 한 가지를 가져가려고 한다'고 말씀하시는데 그 말이 특히 와 닿았다. 또 한 분은 대구에서 피해사례 증언을 하러 서울까지 오셔서는 나한테 자살할 때 먹는 농약을 보여줬었다. '자살을 하려고 했는데 이런 법안이 만들어진다는 말을 듣고 몇 달 기다려 보겠다'고 하더라."

- 개정안이 처음 나왔을 때 점주 측과 가맹본부 측 반응이 명확히 갈렸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24시간 영업과 관련해서 특히 반발이 심했다. '24시간 영업은 편의점 브랜드의 생명력'이라는 식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24시간 영업을 못 하게 만든 게 아니라 자율에 맡기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24시간 영업 하고 싶은 사람은 하라는 거다. 특히 업체 쪽 입장을 반영해서 계약 때부터 정하는 게 아니라 나중에 수정변경 요구를 하게끔 했다."

- 상반된 입장들은 어떤 식으로 조율했나. 
"법안 내용 전체에 걸쳐서 그런 식으로 '균형점'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흔히 '갑'인 가맹본부는 악이고 '을'인 점주는 선이라는 식으로 들어가면 타협점을 찾을 수 없다. 각자가 갖고 있는 사회적 의미를 인정하고 들어가야 한다.

가맹점사업자 단체에 협의권 부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원래 우리가 냈던 개정안에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사업자 단체의 협의가 결렬되면 공정거래조정원에 조정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있었는데 그 부분이 양측의 갈등을 과도하게 조장할 수 있다고 판단되어 마지막에 뺐다. 점주도 살아야 하고 가맹본부도 살아야 하지 않겠나. 어떤 언론은 오늘 아침에 '편의점 노조 만들 수 있게 됐다'는 식으로 썼던데 그건 지나친 해석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관심 많아... 본회의 무난히 통과될 것"

- 일각에서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여·야가 함께 발의한 민생법안임에도 법안 소위가 수차례에 걸쳐 연기되는 등 논의 과정이 매끄럽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렇지 않다. 정무위 내에서도 편의점을 비롯한 가맹사업 과정에서의 '불공정계약'에 대한 문제의식 자체는 여·야 의원들 사이에 이견이 없었다. 다른 걸 떠나서 중산층이 퇴직금 받아가지고 전 재산 쏟아 부어서 하는 건데 이건 정말 살려줘야 하지 않느냐하는 공감대가 있었다.

다만 처음 도입되는 제도이기 때문에 법리적 쟁점과 이해관계자들의 우려를 해소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신중한 논의과정을 거쳤다. 여당 의원들은 당론과 관계없이 자율적으로 표결처리를 해 줬고 그 점에서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

- 공정거래위원회가 그간 가맹점주와 프랜차이즈 업체와의 분쟁 조정을 도맡아왔다. 개정안에 대한 공정위 입장은 어땠나.
"법적으로 강제하기 어려운 내용들에 대해 이견이 있었다. 특히 24시간 영업 강제와 과도한 위약금을 금지하는 부분에 대해 공정위가 소극적이었다. 공정위는 모범거래 기준으로도 실효성이 있다는 입장이었는데 내가 만나본 편의점주들 사정은 그런 걸로는 처리가 안 되더라. 그래서 공정위가 조정행위를 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를 마련하려고 노력을 했다."

- 지금도 공정위와는 이견이 있는 상태인가.
"나중에 노대래 공정위원장이 인사 청문회에서 가맹사업의 문제점에 대해 수용하는 모습을 보인 후부터는 공정위도 전향적인 입장을 내놨다."

- 개정안 법안소위 통과 후 이해당사자들 반응은?
"점주들은 많이 좋아하신다. 동네 편의점 가면 아르바이트생은 못 알아보는데 점주들은 알아보고 밥 사주겠다고 한다. 가맹본부 측도 감내하겠다는 분위기다. 어떤 가맹본부는 '잘못한 부분은 혼내주시고 도와주실 건 도와달라'고 하더라."

- 올해에만 세 명의 편의점주가 사업비관을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때문에 이 건에 쏟아지는 국민의 관심도 많이 늘어난 상태다. 개정안 관련, 정치권 분위기는 어떤가. 
"워낙 쿠킹(법안 다듬기)을 많이 했기 때문에 무난히 통과될 것이라고 본다. 일단 경제민주화 법안 중 하나고 개정안에서 다루고 있는 '갑-을' 관계의 경제민주화는 여·야 및 정부를 막론하고 가장 두터운 공감대가 있는 사안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두 번째 편의점주 자살 때 청와대 민정수석더러 점주들 만나보라고 지시했다고 들었다. 그런 건 보통 행정관들이 만나는데 이번에는 민정수석이 직접 점주들 만났다고 하더라."


태그:#편의점, #가맹사업법, #민병두, #프랜차이즈, #24시간 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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