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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라는 속담에서 부녀자가 자라를 보고 놀라는 이유는 자유자재로 들락날락하는 자라의 목이 남근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라는 속담에서 부녀자가 자라를 보고 놀라는 이유는 자유자재로 들락날락하는 자라의 목이 남근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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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리 맨 보고 놀란 가슴 롱코트 맨 보고 놀란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을 패러디해 본 말이다. 사춘기를 막 지나 수줍은 게 많은 여고생 또래의 여성 앞에 바바리를 입은 남성이 슬쩍 나타났다. 나이가 많은 여성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여성은 별다른 경계심 없이 바바리를 입고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 그때, 바바리 깃으로 여미고 있던 남성의 하체가 드러나는 가 했더니 사타구니에서 거무튀튀한 성기를 불쑥 내보인다. 어린 여성의 입장에서 보면 '으악~'하고 소리를 지르고도 남을 만큼 놀랄 일이다.

이런 상황, 느닷없이 성기를 노출한 바바리 맨 때문에 놀랐던 경험이 있는 여성이라면 롱 코트를 입은 남성을 보고도 움찔 놀라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옛날 사람들은 거북이를 왜 놀람의 상징으로 했을까? 거북이는 호랑이처럼 사납지도 않고 매처럼 세지도 않아 그렇게 위험하지도 않은 동물인데.

거북의 머리를 의미하는 귀두(龜頭)는 남근을 덮고 있는 앞부분을 지칭하는 용어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는 신체 부위를 지칭할 때에도 매우 해학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를 고려해 사용함을 알 수 있다.

속담에도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이 있다. 이때 부녀자가 자라를 보고 놀라는 이유는 자유자재로 들락날락하는 자라의 목이 남근을 상징하기 때문이며, 그래서 성인의 남근을 연상시키는 시커먼 솥뚜껑을 보고도 기겁하며 놀라는 것이다. - <정신분석으로 본 한국인과 한국문화> 31쪽

우리의 모든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책

<정신분석으로 본 한국인과 한국문화> 표지
 <정신분석으로 본 한국인과 한국문화> 표지
ⓒ 소울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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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욱 지음, 소울메이트 출판 <정신분석으로 본 한국인과 한국문화>에서 자라를 보고 놀라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 책은 한국인과 한국문화에 깃들어 있는 원초적이고 정서적인 배경을 정신분석으로 풀이했다.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거나 아주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노래, 민담, 속담, 천부경, 풍수, 고대사, 종말론, 상소리(욕), 대중문화 등에 깃들어 있는 저간의 의미를 정신분석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문화뿐만이 아니다. 연산군, 사도세자, 이광수, 이상, 나운규, 나혜석, 우장춘, 이중섭, 전혜린, 함석헌, 백남준과 같은 인문들이 그렇게 살고 그렇게 죽어 갈 수밖에 없었던 정신분석적 배경도 낱낱이 해석하고 있다.

무덤이 젖가슴이요, 작은 동산이라면, 그 묘를 안고 있는 산의 형상도 중요하다. 산 앞으로는 마르지 않는 강물이 흘러야 한다. 산과 계곡, 강물은 결국 어머니의 젖가슴이며 생식기인 동시에 음수를 상징한다. 어머니의 몸에서 나와 결국 죽어서 어머니의 몸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욕구와 소망을 나타내는 것이다.

어머니의 자궁 속으로 다시 돌아가고자 하는 자궁회귀의 염원은 가장 근원적인 인간 심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살아 숨 쉬는 동안에는 절대 불가능한 노릇이기 때문에 인간은 죽어서라도 그 꿈을 이루고 싶어 한다.  - <정신분석으로 본 한국인과 한국문화> 79쪽

명당은 자궁회귀의 염원을 충족시켜줄 곳

풍수를 공부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현장답사를 하는 곳. 그러고 보니 남근을 닮았다.
 풍수를 공부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현장답사를 하는 곳. 그러고 보니 남근을 닮았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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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당 선호사상, 오늘날까지도 배산임수, 좌청룡우백호, 남주작북현무를 따지며 명당을 선호하는 풍수는 조선의 역사보다도 오래됐다. 집안 번성하고 후손들 잘되라고 찾고 따지는 줄만 알고 있었던 풍수, 명당을 선호하는 이유는 결국 태어난 구멍으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자궁회귀에서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정신분석으로 본 한국인과 한국문화는 지극히 원초적이고 본능적이다. 민담, 속담, 노래에 배어있는 정신적 배경은 오이디푸스가 겪었던 원초적 근친상간이며 갈등이다. 오이디푸스의 갈등은 쌍시옷으로 발음되거나 남녀의 성기를 주제로 하는 상소리(아주 심한 욕)에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예로 든 상소리들은 읽기조차 민망스러울 만큼 리얼하지만 상소리에 녹아든 원초적 배경들을 정신분석적으로 해석한 내용을 알고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성이 배경이 되고 있는 내용들을 설명하고 있는 부분은 음담패설보다도 더 원초적이다.

연산군이 폭군으로 변모해 가면서도 장녹수의 치마폭에서 놀아날 수밖에 없었던 심리적 배경, 남부러울 것 없는 집에서 태어난 나혜석이 그렇게 살다 비참하게 죽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 친일을 하고도 크게 부끄러운 줄을 모르던 이광수의 삶 등을 정신분석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보이고, 들리고, 말 할 수 있는 외형과 역사적 사실만으로 한국인과 한국문화를 들여다봤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정신분석으로나 해석할 수 있는 있는 그대로의 배경은 제대로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동안 보고 있어도 보지 못하고 듣고 있으면서도 들리지 않던 자화상, 한국인과 한국문화에 혼처럼 깃든 사상과 본능 등을 <정신분석으로 본 한국인과 한국문화>에서 실감 할 수 있을 것이다. 입체적이고, 객관적이고, 원초적인 내용으로.

덧붙이는 글 | <정신분석으로 본 한국인과 한국문화>┃지은이 이병욱┃펴낸곳 소울메이트┃2013.4.5┃값 1만 7000원



정신분석으로 본 한국인과 한국문화 - 우리 문화, 우리 자화상을 있는 그대로 보기

이병욱 지음, 소울메이트(2013)


태그:#정신분석으로 본 한국인과 한국문화, #이병욱, #소울메이트, #오이디푸스, #근친상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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