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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원씨는 황무지 같은 이곳을 몇 년에 걸쳐 지금의 캠핑마을로 일구어 왔다. 한 눈에 봐도 일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 이준원 이준원씨는 황무지 같은 이곳을 몇 년에 걸쳐 지금의 캠핑마을로 일구어 왔다. 한 눈에 봐도 일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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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성 청용호수 아랫마을 샛길을 들어섰다. 걷기엔 거리가 먼 오르막길을 차로 올랐다. 산모퉁이를 지났다. 아하! 이럴 수가. 신세계, 바로 신세계였다. 내 눈엔 적어도 아라비안나이트에나 나올 법한 '숨겨진 신세계'로 보였다. 2만여 평 되는 산들에 텐트마을이 열려있다. 시골마을 입구에선 전혀 보이지 않았기에 놀라움은 배가 되었으리라.

시골마을 돌아가니 신세계 펼쳐져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녘을 메우고 있다. 한곳에선 텐트를 치고, 한곳에선 불을 지피고, 한곳에선 물을 떠다 나른다. 이제 막 도착한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요새를 구축하느라 바쁘다.

까무잡잡한 피부의 한 남자가 인사를 건넨다. 그동안 수많은 햇볕아래서 땀을 흘린 얼굴 색깔이 분명하다. 그곳 지킴이 이준원(55)씨다. 한눈에 봐도 '일하는 사람'으로 보인다. 서글서글한 말투와 겸손한 태도는 상대방에게 편안함을 부른다.

수년 전, 4천 그루의 매실나무를 심을 때만 해도 이런 세상이 올 줄 그도 몰랐다. 체험학습장을 계획했지만, 캠핑장이 들어섰다. 그로선 뜻대로 된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는 잘 된 일이다. 사실 그 전엔 자신조차 캠핑에 전혀 관심 없이 살았다. 

원래 채석장이었던 그곳. 사람들에게 잊혔던 그곳. 황무지와 같은 곳을 그는 개척했다. 그 전에 해본 건축토목기술 노하우를 발휘했다. 누구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곳이었지만, 그의 눈에는 일머리가 들어왔다.

사진에 보이는 캠핑장이 다가 아니다. 사진 오른쪽과 위쪽으로도 캠핑장이 또 있다. 그에 의하면 2만 여평에 80동을 설치할 수 있다니, 가히 텐트마을이라 해도 될 것이다. 80가구의 마을이다.
▲ 캠핑장 전경 사진에 보이는 캠핑장이 다가 아니다. 사진 오른쪽과 위쪽으로도 캠핑장이 또 있다. 그에 의하면 2만 여평에 80동을 설치할 수 있다니, 가히 텐트마을이라 해도 될 것이다. 80가구의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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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 터를 닦고 모양을 잡아 나갔다. 첨엔 몸으로 뛰었다. 다른 캠핑장에 찾아가 명함을 돌렸다. 당분간 무료로 이용하라는 말과 함께. 이런 미끼는 캠퍼들의 맘을 움직였다. 밑져야 본전이란 맘으로 캠퍼들이 그곳을 찾았다. 이 전략이 주요했을까. 한 번 찾아온 사람은 또 찾았다. 그렇다. 바로 입소문이 그곳을 안성의 명물로 만들었다.

"인터넷의 힘을 실감했어요. 캠퍼들이 자체적으로 홍보를 하더군요. 제가 운이 좋았지요. 주위 사람들에게 감사해요. 전 참 복이 많은 사람인가 봐요. 하하하하하."

자수성가한 사람들 특유의 자기자랑(?)을 늘어놓을 만도 한데, 그는 운으로 돌렸다. 자신이 전략을 잘 써서 그랬다고 해도 누가 뭐랄 사람 없을 텐데 말이다. 그 전에 해본 여러 가지 사업이 밑거름이 되어 이만하게 이뤘노라 말해도 허언은 아닐 건데. 물론 자신도 놀랐다. 사람들이 이토록 캠핑에 열광하는지를 보고.

왜 사람들이 캠핑에 열광할까?

왜 사람들이 캠핑에 열광할까. 요즘 사람들은 편리함을 추구하는데 귀재들이다. 자신의 집들이 버젓이 있는 사람들이다. 돈만 주면 펜션, 호텔, 연수원 등이 줄을 섰다. 돈만 내면 자신의 집보다 더 세련된 편리함을 만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여기로 온다. 그것도 혼자가 아닌 가족이 말이다. 준원씨의 말에 의하면 90% 이상이 가족 단위란다.

이준원 씨의 지갑에서 다짐글이 나왔다. 그와 그의 아내는 이렇게 자필로 적은 다짐글을 지갑에 넣어다니며 꿈을 향해 가고 있다. 자신들의 누리는 게 있다면, 모두 주위 덕분이라며 사회에 돌려줄 것을 서명날인한 내용이다. 이렇게 보여 주는 이유도 자랑하기 위함이 아니라 한 번 더 공개하여 자신을 다지기 위해서라 했다.
▲ 다짐글 이준원 씨의 지갑에서 다짐글이 나왔다. 그와 그의 아내는 이렇게 자필로 적은 다짐글을 지갑에 넣어다니며 꿈을 향해 가고 있다. 자신들의 누리는 게 있다면, 모두 주위 덕분이라며 사회에 돌려줄 것을 서명날인한 내용이다. 이렇게 보여 주는 이유도 자랑하기 위함이 아니라 한 번 더 공개하여 자신을 다지기 위해서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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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함을 체험하러 온다고 하면 맞을까요. 일상을 벗어나 일탈의 경험을 함으로서 스트레스를 해소하죠. 여기서 심신을 충전하고 간다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여기 온 사람들의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으니."

그랬다. 캠퍼들은 '멍 때린다(캠퍼들의 표현)'는 시간을 최고의 행복으로 생각한단다. 평소 '멍 때린다'는 건 멍청해진다는 뜻. 하지만, 여기에선 일종의 명상의 시간과 같다고. 일상을 잊어버린 채, 간이의자에 앉아 그저 멍하니 저녁노을을 바라보는 순간들이다. 

별의별 캠퍼들 속에서 키워가는 사랑의 꿈

"여기 오면 대부분 남성들이 온갖 서비스를 하더라고요. 텐트치고, 요리하고, 주위를 보살피는 등. 그 맛에 주부들도 좋아하고, 아이들도 좋아하고, 덩달아 남편도 좋아해요"

30~40대 초반의 가정이 주를 이룬다. 아이들이 아직 초등학생을 넘기지 않은 가정들이다. 하지만, 종종 50~60대 캠핑 부부도 온다. 그들은 소위 캠핑마니아들이다. 뿐만 아니라 조부모를 비롯한 가족 삼대가 오는 경우도 잦다. 우리의 예상은 언제나 빗나가기 위해서 있나보다.

"별의별 사람들이 다 와요. 캠핑하러 오면서 쌀, 세재 등 생활필수품을 들고 오지 않기도 해요. 심지어 텐트를 빼먹고 오는 사람들도 있어요. 하하하하. 그럴 땐 제 것을 그냥 빌려주기도 해요."

이 넓은 곳을 혼자서 관리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손사래를 쳤다. "어림도 없다. 아내(박은숙,49)가 함께하니 가능하다"는 말과 함께. 그랬다. 손님이 오는 날엔 아내는 '체크 인'일을, 남편은 힘쓰는 일을 한다. 아내는 캠핑장 홈페이지 관리를, 남편은 캠핑장 현장 관리를 한다고 했다.

언제나 온달 장군 뒤에 평강공주가 있듯이 이준원씨 뒤엔 그의 아내 박은숙씨가 있었다. 모든 일을 같이하고, 상의하고, 조력하는 아내다. 지금도 하고 있는 '소년소녀가장돕기', 언젠간 본격적으로 하게될 일, 이들 부부의 공통된 꿈이다. 사진은 이준원씨 스마트폰에 늘 담겨 있는 아내의 사진이다.
▲ 아내 박은숙씨 언제나 온달 장군 뒤에 평강공주가 있듯이 이준원씨 뒤엔 그의 아내 박은숙씨가 있었다. 모든 일을 같이하고, 상의하고, 조력하는 아내다. 지금도 하고 있는 '소년소녀가장돕기', 언젠간 본격적으로 하게될 일, 이들 부부의 공통된 꿈이다. 사진은 이준원씨 스마트폰에 늘 담겨 있는 아내의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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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힘써 일하는 그들에게 공통의 꿈이 있다. 그에 의하면 '죽을 준비'라 했다. 이 만큼 일구고 사는 건 모두 주위의 도움이라 여기는 그들. 어떻게라도 사회에 돌려주고 싶은 그들. 이들 부부가 소망하는 건 자신들의 사업을 통해 '소년소녀가장 전격적 돕기'를 하는 것이라고. 자신들의 이런 소망을 자필로 적어 지갑에 넣어 다니며 볼 때마다 마음을 다진다고 했다. 아하! 알겠다. 캠핑장에 부는 봄바람이 왜 그렇게 따스한지를. 

덧붙이는 글 | 지난 13일, 이준원 박은숙 부부가 함께 지키는 안성의 캠핑장 현장을 방문해 인터뷰하고 취재했다.



태그:#캠핑장, #캠퍼, #이준원, #박은숙,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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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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