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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몇 채씩 지었다 부수었다 하고 있는 집 중에는 이런 황토 집도 있다.
 하루에도 몇 채씩 지었다 부수었다 하고 있는 집 중에는 이런 황토 집도 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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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 거주자 절반 이상이 귀농이나 귀촌을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관련기사)고 한다. 필자도 이 '절반 이상'에 해당한다. 한 술 더 떠 이왕이면 내가 살 집 내 손으로 지어 이사하는 걸 꿈꾸고 있다. 덕분에 진즉부터 컴퓨터 앞에 앉아 관련 정보를 수집하느라 눈품을 파는 횟수와 시간이 많아졌다.

2년 전, 10년을 목표로 시작한 꿈이니 8년 전후로 성패가 판가름 날 것이다. 귀향을 꿈꾸기 시작한 그때부터 하루에도 몇 채씩 집을 지었다 부수었다 한다. 황토 집이 눈에 띄면 황토 집을 짓고, 통나무집이 보이면 통나무집을 짓는다. 가끔은 공사기간이 비교적 짧은 스틸하우스도 짓는다. 

인생 말년을 위한 10년 프로젝트, 귀촌을 꿈꾸다

TV를 보다 목가적인 장면이라도 나오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전원생활의 장점을 설레발을 풀듯 떠벌려 두 딸은 이미 포섭해 놓았다. 아내 역시 틈틈이 세뇌시켜 가족의 동의는 어느 정도 이루어진 상태다. 고향으로의 귀향이니 귀촌한 사람들이 넘어야 할 시골텃세도 문제될 게 없다.

문제는 내가 '콕' 찜해놓은 곳에다 집을 짓고 이사를 하는 것이다. 필자가 꿈꾸고 있는 집터는 고향마을에서 오리쯤 떨어진 산중이다. 고향마을 제일 끝집에서 산모퉁이를 돌고 작은 고개 두 개를 넘어가야 하는 곳에 있는 400평쯤의 땅이다.

황토벽돌까지 직접 손으로 찍은 집을 짓고 싶지만 그런 자신이 없다.
 황토벽돌까지 직접 손으로 찍은 집을 짓고 싶지만 그런 자신이 없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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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을 목적지로 선택한 것은 어떤 불빛의 간섭 없이 별빛을 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시골에서도 이런저런 불빛들이 간섭을 해 오롯하게 별빛을 보기가 힘들다. 

가로등 불빛, 자동차 불빛, 이웃집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처럼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불빛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곳에서 무위자연을 흉내내며 살고 싶다는 게 그곳을 선택하게 된 이유다.

아무런 간섭 없이 별빛을 즐길 수 있고 수면보다 80m쯤 높은 절벽 위, 남쪽이 탁 트인 강변 산중이어서 더 이상 개발이 이루어질 수도 없는 곳이니 두고두고 한적하기만 할 곳이다. 내가 너무 외떨어지고 낭떠러지 위라서 위험해 싫다고 하면 그 낭떠러지 바위에서 낚시질을 하는 모습이 얼마나 평화로워 보이느냐는 궤변(?)으로 감언을 한다.

농가주택규모(30평 이하)의 집에 산세를 그대로 둔 정원, 200평쯤의 채마전에서 지을 농사까지 계획하고 있지만 정작 문제는 내가 살 집을 어떻게 짓느냐다. 있는 게 돈 뿐이라면 마음에 들 때까지 짓고 부수기를 반복해도 되겠지만 대개의 사람들처럼 필자 역시 닥닥 긁어모아도 빠듯할 게 뻔하다. 다들 그렇겠지만 경험 또한 있을 수가 없으니 뜬구름처럼 낯설고 흘러가는 물처럼 이거다 하고 잡히는 게 없다. 

취향이 있는 집 짓기 프로젝트, <나를 닮은 집짓기>

<나를 닮은 집짓기> 표지
 <나를 닮은 집짓기> 표지
ⓒ 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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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석 지음, 시공사 출판의 <나를 닮은 집짓기>는 전원생활을 꿈꾸던 저자가 그 꿈을 실현해 나가는 과정, 강원도 해안가에 집을 짓는 6개월 등 집터마련에서부터 준공까지의 과정을 흐름도(flow chart)처럼 작성하고 깨알 같은 정보와 사연을 비망록처럼 새긴 책이다.

필자가 그러하듯이 내 손으로 살집 짓기를 꿈꾸고 있는 사람들이 제일 많이 의지하는 곳은 인터넷 아니면 관련 책자일거라 생각된다. 사실 인터넷이 연결된 컴퓨터 앞에서 몇 시간만 눈품을 팔면 웬만한 정보는 다 얻을 수 있다.   

생소하기만 한 전공용어나 제품 규격, 시장 정보, 시공절차는 물론 소요예산과 공사과정까지도 세세하게 받아 볼 수 있다. 입체설계도는 물론 내·외장 인테리어까지 이미지로 산뜻하게 볼 수 있으니 공간개념이 조금 떨어지는 사람도 크게 문제될 게 없다.

집이라는 게 공산품처럼 뚝딱 찍어내는 것이라면 인터넷이나 관련책자에서 얻는 정보만으로도 충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집이란 공산품이 아니다. 여타의 조건(견고함, 편리성, 일조, 단열, 건축비) 말고도 사는 사람이 만족해야 할 감성적 궁합이 필수다. 남들이 다 좋다고 해도 사는 사람이 불편해 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건 만족할 만한 집이 아니다.

여성 건축주의 좌충우돌 감성 정보

필자만의 오견일지 모르만 집짓기를 하는 대부분의 건축주는 남성들일 거라 생각된다. <나를 닮은 집짓기>의 저자, 취향이 있는 집을 완성하기 위해 6개월 동안 좌충우돌하며 프로젝트를 수행한 주인공은 남성이 아닌 여성이다. 집을 짓고 있는 저자에게서 느껴지는 모습은 '똑순'이에 '억순'이가 겹쳐진 모습이다.

B실장의 말이다. 그 말이 맞다. 설계에 돈을 들이는 것을 아까워하면 안 된다. 이것이 집 한 채를 짓고 난 내가 미래의 건축주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조언 중의 하나다. 유능한 건축사가 설계한 우수한 도면은 그렇지 않은 도면을 가지고 집을 지을 경우 필연적으로 생겨나는 수많은 실수들을 사전에 막아준다. - <나를 닮은 집짓기> 83쪽

여성특유의 꼼꼼함과 감수성, 일을 추진해 나가는 추진력과 결단성까지 보이고 있으니 초보 남성 건축주가 놓칠 수 있는 부분들까지 살뜰히 챙기고 있다. 인터넷과 책을 통해서는 얻을 수 없는 감성 정보, 건축주가 꼭 알고 있거나 챙겨야 할 부분들을 똑순이처럼 똑똑하게 억순이처럼 억척스럽게 기록하고 있다.  

터를 마련하고, 설계도를 준비하는 과정, 시공하는 단계별 과정에서 점검해야 할 부분을 섬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시공을 하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면서 겪는 갈등과 극복기는 한편의 드라마이며 에피소드다.

대도시 거주자 절반 이상이 귀농이나 귀촌을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필자도 이 '절반 이상'에 해당한다. 한 술 더 떠 이왕이면 내가 살집 내손으로 지어 이사하는 걸 꿈꾸고 있다.
 대도시 거주자 절반 이상이 귀농이나 귀촌을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필자도 이 '절반 이상'에 해당한다. 한 술 더 떠 이왕이면 내가 살집 내손으로 지어 이사하는 걸 꿈꾸고 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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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기에 치우치거나 자칫 놓칠 수 있는 부분은 이따금 소개되고 있는 남편, 둘리툴로 소개되고 있는 남편이 장기판의 훈수꾼처럼 채워주고 있다. 장기를 두고 있는 당사자(저자)가 보지 못하는 수를 옆구리 찔러가며 슬쩍슬쩍 훈수 둬 주듯이 알려주고 있어 건축주가 갖추어야 할 안목을 넓혀준다.

집을 지을 때 건축주는 수많은 것들을 고려하겠지만 궁극에 놓인 것은 행복이다. 집짓기뿐만이 아니다. 우리 인간이 행하는 모든 일들이 그렇다. - <나를 닮은 집짓기> 275쪽

저자가 내가 살 집을 내 손으로 짓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궁극적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집을 짓기 위해 간과해서는 안 될 감성적 요소들이다.

<나를 닮은 집짓기>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건, 내 집을 짓는 과정에서 단계별로 놓쳐서는 안 될 여러 가지 안목, 먼저 경험한 저자가 시행착오로 얻은 정보며 지혜들이다.

집을 짓는데 따르는 절차와 경제적 요소는 물론 살림을 하는 주부 입장에서의 가정, 아내로서의 공간, 여성으로서의 감성까지를 비망록처럼 새기고 있어 내 집 짓기를 꿈꾸고 있는 사람들에겐 더없이 좋은 가이드북이 되고 안내서가 되리라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 <나를 닮은 집짓기>┃지은이 박정석┃펴낸곳 시공사┃2013.3.27┃값 1만 3000원



나를 닮은 집 - 30 Family 30 style

PLUS1 Living 편집부 엮음, 나지윤 옮김,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2016)


태그:#나를 닮은 집짓기, #박정석, #시공사, #귀촌, #귀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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