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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가 11일 오전 대구인권위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장애인 차별에 대한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가 11일 오전 대구인권위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장애인 차별에 대한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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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체장애 1급인 P씨. 시내에 일을 보기 위해 1시간 가량을 기다려 저상버스를 탔다. 운전기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빨리 탈 것을 종용하고 반말을 하는 등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 기분이 상했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시내에 나온 P씨는 은행 ATM기에서 돈을 인출하려 했으나 높은 턱 때문에 휠체어가 진입하지 못해 불안함에도 불구하고 모르는 행인에게 통장과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돈을 인출해야 했다.

P씨는 이어 중구 동성로의 한 상점에 물건을 사기 위해 들어가려 했으나 경사로가 없어 물건 사는 걸 포기해야 했다. 주인에게 왜 들어갈 수 없느냐고 물었더니 중구청에서 나와 경사로가 도로를 점용하는 것은 불법이니 치우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해 어쩔수없이 치울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P씨는 할 수 없이 발길을 돌려 영화나 한 편 보려고 휴대폰으로 영화 상영시간을 확인하고 영화관에 들러 표를 구입하려 하였으나 해당 상영관은 계단으로만 접근이 가능하다고 해서 결국 영화도 포기했다.

P씨는 이날 시내에 나왔지만 정작 할 일은 하나도 하지 못하고 기분만 상해서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자신이 장애인으로 태어난 것도 속상했지만 장애인차별을 시정하겠다며 만든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이 5년이나 지났음에도 전혀 변한 것이 없는 우리 사회가 너무 싫었다.

지난 11일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지 5년째 되는 날이다. 하지만 보건사회연구원이 2012년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장애인의 80%가 차별을 느끼고 70%가 넘는 장애인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존재 자체도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도 장애를 이유로 한 비하와 차별은 나아지지 않고 있고 식당과 은행 등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근린생활시설에 대한 접근마저도 쉽지 않다. 정작 법을 실행해야 하는 공공기관과 공무원들 마저도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여전하다. 장애인차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장애인들 권리 요구에 지역사회가 응답해야"

대구시 중구청 건설과는 동성로 일대를 비롯한 대부분의 상가에 대해 장애인이 출입할 수 있도록 설치한 도로점용 경사로를 사유지가 아니라는 이유로 철거하도록 했다. 장애인단체가 나서 불법설치 구조물에서 경사로를 제외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중구청은 안전을 위해 불법구조물은 무조건 철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장애인차별상담전화네트워크 사무국은 도로법상 장애인 편의시설 경사로가 불법 점유물로 치부되어 철거되는 모순과 방송의 정보접근권, 금융권과 문화체육시설 등에서의 차별, 제 목소리도 내기 힘든 장애인 공무원의 근로지원 제도 미대상, 장애인 비하와 거부 등의 사례 79건을 모아 인권위원회 대구사무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김시형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팀장은 "대구지역만 보더라도 장애인 인권침해 사건과 2010년 사설치료실 장애아동 사망사건, 정신병원 내 정신장애여성 성폭력 피해사건, 2012년 시의원 후보의 장애인비하사건 등 장애인 인권이 강조되기 시작한 이후에도 상당히 복잡하고 민감한 문제의 사례들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특히 올해에는 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는 지체장애인 J씨와 시각장애인 B씨가 학생관리, 수업 준비 등에서 근로지원이 필요하지만 국가공무원이라는 이유로 근로지원 대상이 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있다"며 진정서 제출 사유를 밝혔다.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는 11일 오전 인권위 대구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인권위에 79건의 장애인차별 진정을 했다.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는 11일 오전 인권위 대구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인권위에 79건의 장애인차별 진정을 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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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가 대구인권위에 진정한 장애인차별에 대한 진정서. 모두 79건을 제보받아 진정했다.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가 대구인권위에 진정한 장애인차별에 대한 진정서. 모두 79건을 제보받아 진정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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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을 장애인을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치부하는 대신 장애인 생존권을 확보하는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만들어가기 위해 대구지역 38개 장애, 인권, 노동,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도 11일 인권위원회 대구시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차별은 지역에서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노금호 420대구투쟁연대 집행위원장은 "오늘 기자회견은 장애인들이 신분 및 환경, 개인특성 상의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들에게 장애인 당사자의 관점에서 전문적인 권리옹호체계가 필요함을 강조하는 자리"라며 "현재 진행중인 대구시 장애인 인권기본계획이 올바르게 수립될 수 있도록 촉구한다"고 말했다.

420대구투쟁연대는 "장애인의 권리가 법률에만 존재하는 문구상으로만 이야기할 수 있는 전시품이 된다면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시행이 10년, 20년이 지나도 우리의 삶은 바뀔 수 없다"며 "장애인들의 권리 요구에 지역사회가 응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독립적인 장애인 인권기본게획 수립과 당사자 참여 보장, 장애인 인권침해 전문대응기관 설치, 장애인인권증진조례 즉각 개정, 장애인차별금지법 이행을 위한 특단의 조치와 예산마련 등을 요구했다.


태그:#장애인차별금지법, #인권위,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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