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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맞아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정자에서 봄나들이 나온 아낙들의 세월을 낚는 모습.
▲ 물레방아 봄을 맞아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정자에서 봄나들이 나온 아낙들의 세월을 낚는 모습.
ⓒ 황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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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남구 생태하천원천은 보잘 것 없는 악취가 진동을 하는 여느 하천과 다를 바 없는 실개울이었다. 하지만 '투자한 만큼 보람이 있다'는 속설과 같이 이제는 부산 도심 속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아름답고 봄 냄새가 물씬 나는 명품하천으로 거듭났다. 하천이 거듭나게 된 원인은 주변경관 덕분이다.

하천을 따라 졸졸 내려오는 물은 내 모습을 담아내는 거울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하천은 속살을 훤히 드러내면서 물고기랑 떨어진 벚꽃잎이랑 부들을 한 아름안고 장거리 여행이라도 떠나려는 듯 한여름 뙤약볕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봄을 맞아 생태하천에 자라고 있는 부들.
▲ 생태하천 봄을 맞아 생태하천에 자라고 있는 부들.
ⓒ 황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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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흐르고 있는 물속에선 수초들이 뒤엉켜 물고기 밥을 짓고 있다. 겨울동안 시름했던 물레방아는 물 한 바가지를 퍼 올려 바퀴에 부으면서 천천히 박자를 따라 빙글빙글 잘도 돌아간다.

이것이 1년 중 한 사이클 아니겠는가! 소풍을 나온 아낙들은 물레방아 옆 8각 정자에서 세월을 낚고 있다. 아니 강태공만 세월을 낚는 줄 알았는데 산책 나온 아낙들도 세월을 낚고 있구나. 보따리를 풀어놓으니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수목관리원에 핀 서부해당화
▲ 서부해당화 수목관리원에 핀 서부해당화
ⓒ 황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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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 옆 수목원에서 꽃을 피우고 있는 서부해당화는 홍매처럼 곱디곱구나. 여기에 셈이라도 하는 듯한 만첩홍도는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다. 나그네는 너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너는 좋겠다. 사람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고 있으니 말이다.

하천길을 붉게 물들이고 있는 철쭉꽃은 인간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주변에선 미래의 꿈나무인 유아원생들이 소풍을 와서 조잘거리고 있다. 하얀 눈송이를 연상하는 옥매는 나뭇가지에 눈꽃을 피워서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수목관리원에 핀 수수꽃다리
▲ 수수꽃다리 수목관리원에 핀 수수꽃다리
ⓒ 황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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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꽃다리는 보라색 꽃을 피웠다. 여기에 뒤질세라 박태기가 천연색으로 수목원을 달구고 있다. 박태기 꽃 좀 보소 신기하지 않나. 서양 병 꽃은 또 어떤가. 노란색을 가진 한 겹 황매화는 원산지가 일본이지만 아름답구나.

수목원과 허브동산을 잇는 생태하천을 가로지르고 있는 구름다리가 오늘따라 돋보인다. 하천을 끼고 있는 이름 모를 나뭇가지 끝에선 새싹이 돋아나고 있다.

수목원에서 자라고 있는 토끼들의 식사시간
▲ 토끼 수목원에서 자라고 있는 토끼들의 식사시간
ⓒ 황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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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를 지났음에도 분수대에서 나오는 물줄기는 아직 차가워 보인다. 하지만 멀지 않은 장래에 물줄기 속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물장구를 치고 물맞이를 할 것이다. 상상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온다. 분수는 지금 혼자서 놀고 있다.

물레방아주변에 있는 토끼장에는 암수토끼가 서로 사랑을 하고 있다. 그리고 나그네가 뜯어다 준 풀을 잘도 먹는다. 그리고 수목원 중앙에는 오계 3마리, 황계 한 마리, 백계 한마리가 유유히 먹이 사냥을 하고 있다. 이것이 생태하천을 낀 자연과 인간의 만남이며, 새봄은 여기서부터 시작하는구나. 자연아 고마워, 네가 있어 즐겁다.


태그:#부산남구, #평화공원, #수목관리원, #생태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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