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백 교수는 21세기 개신교인들이 신앙과 세속적 성공은 관련이 없다는 것을 '아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 백소영 교수 백 교수는 21세기 개신교인들이 신앙과 세속적 성공은 관련이 없다는 것을 '아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 뉴스앤조이

관련사진보기

개신교 목회자 가정에서 자란 이화인문과학원 백소영 교수는 어린 시절 신앙과 세속적인 욕망 사이에 끼어 괴로워하는 교인들을 자주 봤다. 사업에 실패하거나 가정에 불행을 겪은 교인들이 아버지를 찾아 한목소리로 말했다.

"신앙적으로 하나님께 신실했는데, 왜 이 모양인 건가요."

반복하는 현상을 지켜보며 매번 같은 궁금증이 떠올랐다.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이 왜 꼭 세속적인 복을 받는 것이어야 할까.'

어른이 된 백 교수는 "경건과 세속의 욕망 사이에는 신앙적인 연결 고리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지난 3월 <세상을 욕망하는 경건한 신자들>(그린비)을 펴낸 그는 신앙과 성공의 상관성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잘 믿으면 복과 구원을 얻는다'는 신앙은 부지불식간에 생겨난 것은 아니다. 역사 속에서 정치·경제와의 풍화작용을 거치며 생겨났다.

교회가 기복 신앙화 되어가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하지만 이를 비난하기보다 그들이 벗어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자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목회자들의 과감한 결단과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백 교수를 4월 4일 이화여자대학교 진선미관에서 만났다.

민주정부 수립 이후 교회 '정치화'... 경제적 욕망은 신앙과 결탁

신앙과 세속적인 욕망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개신교 운동'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백 교수는 말했다. "태어나는 순간 운명적으로 '신민'이 되고 '교구권자'가 되던 전통 사회의 비자발적 복종에 저항하며, 신앙도 삶도 자신이 선택하겠다는 주체의 선언"이 개신교 운동이라고 했다. 이 운동은 16세기 이후 유럽 전역에서 일어났는데, 대표적으로 청교도 운동이 있다 했다.

영국에서 뉴잉글랜드로 이주·정착한 1세대 청교도 목회자들은 경건이 성공을 보장한다거나 빈곤이 심판이라고 보지 않았다. 그러나 정착에 실패한 일부 청교도인들과 하층민들로 인해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자 2세대 목회자들은 가난을 죄와 빈곤으로 연결 지었다. 나아가 3세대 목회자들은 가난한 자들을 종교적인 잣대로 비난하기에 이른다.

청교도적인 색채가 강한 개신교 신앙은 한반도에 유입된 이후 '자본주의', '자유민주주의'와 견고히 결합했다. 이는 개화의 원동력도 됐지만, 사회 지도층의 근대화를 위한 도구적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백 교수는 "개신교 신앙을 유럽의 부르주아 개신교 신자들이 근대화 초기에 이용한 것처럼, 우리나라 사회 지도층도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일에 이용했다"고 했다.

<세상을 욕망하는 경건한 신자들> 표지
 <세상을 욕망하는 경건한 신자들> 표지
ⓒ 그린비

관련사진보기

한국교회는 정치화와 탈정치화를 반복하며 세속과 '밀당(밀고 당기기)'을 이어왔다. 다수 한국교회가 1987년 민주화운동 이전까지만 해도 탈정치화 체제를 구축한 채 개인 구원에만 몰두했다. 민주화운동을 외면하거나 무시한 이유는 상대적인 '박탈감'이 그들과 무관했기 때문이다.

그런 교회가 민주 정부 10년을 거치면서 정치 '노선'을 변경한다. 개신교 내부에는 근대화와 더불어 특권과 기회를 누린 부자·행정가·정치인·중산층이 많았다. 소위 말하는 '좌파 정부' 차원에서 부를 재조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그 대상으로 대형 교회의 기득권과 사학 재단의 부가 해당됐다. 이는 한국교회가 2000년대 이후 정치적인 목소리를 높인 배경이기도 하다. 백 교수는 "현재의 질서와 제도, 체제를 지켜야 할 필요가 있는 '근대 한국의 수혜자들'이었기 때문에 한국교회가 정치화됐다"고 덧붙였다.

교인들은 성실한 노동이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 신자유주의적 환경 속에서 영적·신체적·물질적 번영을 설교한 '번영 신학'에 의지하게 됐다. 금융자본주의와 투자 자본주의 속에서 소위 말하는 '대박'의 행운에 기댈 수밖에 없게 됐고, 이러한 욕망이 신앙과 결탁하게 된 것이다.

기능적 위계 앞세운 한국교회... 정체성 지우는 여성 교인들

"지금은 교회가 사회를 따라가지 못한다."

대화 도중 백 교수는 가득 담았던 아쉬움을 말과 함께 내뱉었다. 남녀평등 문제에서 교회가 사회에 한참 뒤처진다는 것이었다. 교회의 가정 담론이 '지도권을 가진 남편과 순종하는 아내', '일하는 남편과 가정의 천사 아내'라는 이중구조를 정당화한다고 했다.

양성평등을 넘어 사회 각층에서 여성 지도력이 빛을 발하는 21세기이지만, 여전히 한국의 대형 교회들은 '가정 회복 세미나', '어머니학교' 등을 앞세워 남편과 아내 사이의 기능적 위계를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가르침을 내면화해온 교회 여신도들이 창조적·독립적 자아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지우고, 한 남편의 아내이자 한 아이의 엄마로서만 기능하려는 부정적인 '진화'를 이룩했다고 했다.

백 교수는 21세기 개신교인들이 신앙과 세속적 성공은 관련이 없다는 것을 '아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목회자들의 설교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신앙과 세속적 성공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선포해야 한다고 했다.

예수가 12세에 성전의 율법학자들과 논쟁을 벌였던 일화를 든 백 교수는 "지금으로 따지면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인 예수가 과연 세상적 의미에서 성공을 거두었느냐"고 묻기도 했다. 신자들이 예수를 따른다는 것은 '성공'보다는 '실패'의 가능성이 더 클 수도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교수는 "경건의 이름으로 가져야 할 욕망이 있다면, 십자가까지도 '아멘'으로 받았던 예수의 하나님나라의 도래에 대한 '욕망'이다"라고 했다.


태그:#경건한 신자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교회 개혁을 꿈꾸며 진실을 말하는 언론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