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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춘 보훈처장
 박승춘 보훈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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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의 유임을 놓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원칙하에 이명박 정부 때 임명된 장차관을 교체하고 있지만, 박승춘 처장은 예외적으로 유임됐다. 그가 부적절한 언행으로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올랐고 국회에서 자격 시비가 일었던 점을 감안하면, 그의 유임에 의문이 제기된다.

박승춘 처장과 함께 유임된 3명의 장차관급 인사의 경우, 모두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김병관 후보자의 낙마로 인한 안보 공백을 막기 위해 유임됐다. 양건 감사원장은 헌법에 4년 임기가 보장돼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해임할 수 없다. 이성보 국민권익위원장의 경우, 지난해 12월에 임명돼 직무를 3개월밖에 수행하지 않은 점이 고려됐다.

청와대는 지난달 14일 유임 발표를 하면서 특별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박승춘 처장도 당시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유임될 거라는 생각은 못했다"고 말했다. 국가보훈처가 1961년 설립 이후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당시를 제외하면 보훈처장이 정권 교체기에 바뀌지 않은 경우는 없다.

박 처장이 이례적으로 유임된 배경은 뭘까? 정치적인 이유가 고려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박승훈 처장 '부적절한 처신'으로 여러차례 구설수, 하지만...

박승춘 처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보훈처를 이끌면서 여러 차례 입길에 올랐다. 특히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호실장을 지낸 안현태씨가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도록 심의위원회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위증한 사실이 드러나 큰 비판을 받았다.

2011년 8월 안현태씨가 국립대전현충원에 기습 안장돼 사회적으로 큰 비판이 나왔다. 앞서 국가보훈처는 서면심사를 통해 안씨의 안장을 의결했다. 안씨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12·12 군사반란에 참여했고,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공수여단장을 지냈다. 이후 전 전 대통령의 경호실장으로 있으면서, 뇌물을 받고 비자금을 조성하는 데 관여해 실형을 살았다.

국회의원들은 박승춘 처장을 국회로 불러 안씨의 현충원 안장이 부당하다고 따졌다. 야당 의원들이 박 처장에게 심의에 부당한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고 묻자, 박 처장은 부인했다. 이후 국회는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고, 감사원은 2012년 5월 박 처장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감사보고서를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박승춘 처장이 국립묘지 안장대상 심의위원회 위원인 유아무개 보훈선양국장에게 "고인은 안장하는 데 큰 무리가 없는 사람인 것 같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이후 유 국장은 정부 측 위원 4명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서면 심의에 관여했다. 이는 위원회 운영을 담당하는 공무원과 소속 기관의 장은 심의 안건에 대해 위원들의 의사 표시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관련 법규를 위반한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국회에서 위증을 한 박승춘 처장을 고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새로 꾸려진 19대 국회에서 박 처장을 고발할 수 없다는 법적 논란에 따라 고발은 이뤄지지 못했다. 19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박 처장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지만, 박 처장은 "19대 국회에서 논의하기 적절하지 않다"며 끝내 답변을 피했다.

2011년 10월에는 국가보훈처가 한국전쟁 전사자의 사망보상금을 5000원으로 결정한 사실이 알려져 큰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보훈처의 결정에 "위법 부당하다"고 판정하기도 했다. 특히 박승춘 보훈처장은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해 6월 국회 정무위 업무보고에서 당시 한나라당 권택기 의원이 박 처장에게 한국전쟁 사망 보상금이 얼마인지 묻자 "검토해본 바 없다", "몰랐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지난해 7월에는 국가보훈처의 재향군인회 부실 관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재향군인회는 무리한 투자 등으로 5000억 원이 넘는 빚더미 위에 올라섰다. 지난해 6월에는 부실기업에 대한 보증으로, 790억 원을 날리기도 했다. 김기식 의원 등 여러 의원이 질타하자, 박승춘 처장은 "보훈처도 지금 반성하고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식 민주통합당 의원은 "국감이나 상임위에서 보여준 박승춘 처장의 업무 파악능력이나 국회에 답변 태도는 여당 의원들도 질책할 정도였다, 박 처장의 교체는 기정사실이었다"고 밝혔다.

본인도 깜짤 놀란 유임... "정치적 이유로 유임됐다" 의혹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박근혜 대통령이 박승춘 처장을 유임시킨 것이다. 정무위 소속 민병두 민주통합당 위원은 "박승춘 처장이 찾아왔을 때, 이임 인사를 하러 온 줄 알았는데, 유임됐다고 했다, 본인도 깜짝 놀라 했다"고 밝혔다. 국가보훈처 대변인실 관계자는 "박승춘 처장 유임에 대해 할 수 있는 말이 없다"면서도 "유임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깜짝 놀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지난달 14일 박승춘 처장의 유임을 발표할 당시, 특별한 이유를 내놓지 않았다. <오마이뉴스>가 청와대에 박 처장의 유임 배경을 묻자, 4일 청와대 대변인실 관계자는 "잘 모르겠다"면서 "전문성을 중시했고, 경력을 본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자격 시비가 나올만큼 그가 보훈처장 업무를 제대로 수행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청와대의 설명은 궁색해보인다. 

그렇다면, 실제 유임 배경은 무엇일까? 박승춘 처장의 발언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그는 유임 발표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2년 동안 젊은이들이 균형 있는 역사의식을 갖도록 하는 나라사랑 교육에 역점을 뒀는데 그 일을 더 열심히 하라는 취지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가 말한 나라사랑 교육은 '박정희 찬양 DVD' 보급으로 상징된다.

국가보훈처가 배포한 동영상 세트에는 촛불시위를 종북세력의 반정부 투쟁으로 폄훼한 내용이 담겼다.
 국가보훈처가 배포한 동영상 세트에는 촛불시위를 종북세력의 반정부 투쟁으로 폄훼한 내용이 담겼다.
ⓒ 정호준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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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임의 이유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옹호했기 때문이 아니냐 하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보훈처는 2011년 말 박정희 정권을 찬양하는 내용 등이 담긴 동영상 DVD 세트 1000개를 제작해 학교와 시민단체에 배포했다. 동영상에서는 박정희 정권의 업적을 신화로 표현했고, 박정희 정권에 맞선 민주화 투쟁에 대해 "(종북세력이) 유신체제 하에서 사회주의 건설 목표를 숨긴 채 반유신·반독재 민주화투쟁을 빙자해 세력 확산을 기도했다"고 표현했다.

2012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박승춘 처장에게 관련 자료를 요구했지만, 박승춘 처장은 자료 제출을 거부해 논란은 더욱 거셌다. 당시 국정감사에서 박승춘 처장은 대선을 1년 앞둔 2011년 12월 광복회 워크숍 강연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대선 개입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종걸 민주통합당 의원은 "박 처장이 당시 '오늘 우리가 이 정도로 살게 된 것은 다 박정희 대통령의 공이다, 다가오는 대선에서 누구를 뽑아야 할지 다들 아시겠죠?'라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박 처장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박승춘 처장이 정치적인 이유로 유임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기식 의원은 "그의 유임에 여야 의원 모두가 의아해했다"며 "박정희 정권을 미화하고 민주화운동을 종북세력이라 매도한 DVD를 배포하는 등 그의 정치적인 처신이 유임의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태그:#박승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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