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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옥사 개관식의 모습이다.
▲ 여옥사 개관식 여옥사 개관식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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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이 서려 있는 여성 옥사(감옥)가 공개됐다.

1일 오후 2시 서울시 서대문구청 주최로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항일 여성독립운동가들이 갇혀 온갖 고난을 겪은 여옥사 개관식이 열렸다. 이날 개관식에는 애국지사와 후손, 학생, 서대문구청장, 서대문구의회 의장 등 관계자 300여 명이 참석했다.

장진주 아나운서의 사회로 시작된 여옥사 개관 행사에서 기념사를 한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이 땅을 지키기 위해 희생을 당했다"면서 "독립운동가들은 해방정국에서도 탄압을 받았는데, 당시 일본 부역 친일파들은 미국통치와 함께 했다, 이승만 독재정권은 친일파와 함께 반미특위를 해체하고 독립운동가를 탄압했다"고 밝혔다.

명인 이정희 선생이 제자들과 도살풀이 춤을 추고 있다.
▲ 도살풀이 명인 이정희 선생이 제자들과 도살풀이 춤을 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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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전통타아그룹 '도도' 식전 행사로 도도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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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구청장은 "친일파들은 잘 먹고 잘 살았고, 독립운동가들은 어렵게 살았다"면서 "현재의 독립운동 후손들까지도 어렵게 살고 있지만, 친일파 후손들은 좋은 대학가고 유학가 잘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전태일 열사 어머니인 이소선 여사는 아버지가 독립운동가"라면서 "독립운동가 후손인 딸은 평생 사회운동을 했고, 손자인 전태일 열사는 가난을 이기기 위해 청계천에서 재봉틀을 돌리다 산하했다"고 전했다.

그는 "일제부역한 지식인, 언론인들이 지금까지 이 땅에 권세를 누리고 있는 역사를 교정해야 하는데 안 되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이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자강의식을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문석진 구청장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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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녹진 서대문구의회 의장은 "역사 속에 교훈을 배워야하고, 역사는 미래를 밝히는 등불과도 같다"면서 "여옥사 개관을 계기로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고 올바른 역사를 갖게 하는 토대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그동안 남성위주의 독립운동가들만 많이 알려져 있는데 간호사, 학생, 노동자 등으로 일하면서 독립운동에 참여한 여성독립운동가가 많았다"면서 "여옥사 개관을 계기로 항일 여성독립운동가들을 새롭게 조명해 가자"고 피력했다.

이날 여옥사 개관 식전행사로 여성전통타악그룹 '도도'의 공연이 펼쳤다. 일제 치하의 독립운동가의 활약상을 담은 상황극 <그날의 함성>이 극단 '서라벌'의 공연으로 펼쳐졌다. 명인 이정희(한국전통춤협회 홍보분과 위원장) 선생과 그의 제자들이 중요무형문화제 97호인 도살풀이춤을 선보였다. 도살풀이춤은 나쁜 액운을 풀어주어 좋은 기운을 갖게 하는 살풀이춤의 일종이다.

헌시 낭송을 하고 있는 이윤옥 시인이다.
▲ 이윤옥 시인 헌시 낭송을 하고 있는 이윤옥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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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 여성독립운동가들의 독립운동을 그린 상황극이다.
▲ 상황극 일제시대 여성독립운동가들의 독립운동을 그린 상황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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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 여성독립운동가들을 추모하기 위한 헌시도 낭독도 이어졌다.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삶을 시로 조명해 온 이윤옥 민족시인과 과거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배화여고 후배 최민욱·박은선 학생이 추모 헌시를 낭독했다. 낭독한 추모헌시는 이윤옥 민족시인이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삶을 조명한 시집 <서간도에 들꽆피다>에서 골랐다.

총독부와 정면으로 맞선 간호사 '노순경'
(이윤옥 시인 작, 배화여고 최민욱 박은선 낭송)

내 동포 내 형제
일제의 총칼에 찔려
낭자하게 흘린 피

한 방울도 헛되게 할 수 없어
쓰라린 가슴 부여잡고
함께 흘린 눈물

피맺힌 한 씻어 내고
기필코 나라를 찾으리라
다짐하던 임이시여

흰 가운 붉게 물들 때까지
조국을 찾겠노라
다짐하던 그 맹세

돌보는 이 없이
숨져간 부모형제의
창백한 주검 앞에

붉은 장미 한 송이
곱게 바치던
나이팅게일의 순결한 사랑
빛 찾은 조국에서
영원하리라.

이윤옥 시인의 헌시가 전시돼있다. 한 방송사에서 이윤옥 시인을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이다. 멀리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 김영조 소장이다.
▲ 헌시 전시 이윤옥 시인의 헌시가 전시돼있다. 한 방송사에서 이윤옥 시인을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이다. 멀리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 김영조 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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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의 여공 착취에 항거한 오뚜기 '이효정'
(이윤옥 시인 작, 직접 낭송)

나라가 없는 판에 시험이 다 무엇이냐
백지동맹 앞장서던 겁 없는 열여섯 처녀
광주학생 만세 함성 듣고
피 끓어 떨치고 일어선 종로거리 만세운동

경성 트로이카 열혈 청년 이재유 도와
노동자 권리 찾다 고등계형사에 잡혀
갖은 고초 당했어도 의연한 자세
죽음을 불사한 민족차별 철폐운동 후회는 없어

폐병 견뎌가며 쟁취한 해방된 이 땅에서
안락을 구걸한 적 없다마는
사회주의 남편 빨갱이로 몰려 숨죽여 살던 삶

어린 삼남매 부여잡고
떠돌던 시절을 더는 묻지 말라

영혼 떠나버린 빈 껍질 홀로 추슬러
마산 딸네 집 허름한 뜨락의
이름 없는 들꽃을 사랑하다
두 권 시집 남기고 홀연히 떠난 자리
오늘도 목백일홍 저 혼자 외롭게 피어있네

감목에 갇힌 유관순 열사의 흉상이다.
▲ 유관순 상 감목에 갇힌 유관순 열사의 흉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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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옥 시인의 헌시가 행사장 주변에 전시돼 있다.
 이윤옥 시인의 헌시가 행사장 주변에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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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시 낭송이 끝나고 애국지사, 독립운동가 후손, 서대문구청장, 시의회의장 등이 참여한 가운데 여옥사 개관식이 열렸다. 이어 여옥사 전시관 지하 감옥,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초상과 활약상, 여간수 사진, 감옥에 갇힌 유관순 열사 흉상 등의 시설 관람이 이어졌다. 이날 행사장 주변에는 이윤옥 시인이 쓴 30여 명의 여성독립운동가들의 헌시가 전시됐다.

서대문형무소 여옥사는 1918년 전후 신축해 1979년 철거했다. 1990년 명지대 한국건축문화연구소에서 지하옥사에 대한 발굴조사를 실시했고, 1992년 유관순 열사의 추모의미를 담은 보호각을 조성했지만 2011년 철거했다. 2011년 여옥사 건물을 복원했고, 2012년 여옥사 전시공사를 시행했다. 2013년 4월 1일 역사적인 여옥사를 개관했다.

이 행사를 주최한 서대문구청 문화체육과 관계자는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여옥사 개관은 여성독립운동가의 조국 독립을 향한 숭고한 희생정신과 열정을 기억하고, 여성독립운동 역사를 새로이 조명하는 계기로 삼고자한다"고 밝혔다.


태그:#여옥사 개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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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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