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덕성여대(총장 홍승용)가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등이 참여하는 강연을 불허해 논란이 일고 있다.

덕성여대 총학생회는 4월 5일부터 7일까지 '진보 2013'이라는 강연회를 개최하고자 지난 2월 대학본부에 장소 협조를 요청했다. 강연에는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 등이 초청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대학본부는 '진보 2013' 강연회를 불허한다는 입장을 3월 21일 총학생회에 전달했다. 정치활동으로 보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학생처장은 공문을 통해 "우리대학교 학칙은 학생의 정치활동을 금지한다, 해당 강연회가 정치활동으로 보일 수 있으므로 불허한다"고 밝혔다. 덕성여대 학칙 제62조 1항은 '학생은 학내외를 막론하고 정당 또는 정치적 목적의 사회단체에 가입하거나 기타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총학생회 "지난해에도 같은 강연 했는데... 재단 반대 따른 보복 아니냐"

진보 2013 강연회 포스터
 진보 2013 강연회 포스터
ⓒ 덕성여대 총학생회

관련사진보기


덕성여대 총학생회는 대학본부의 결정에 반발하고 나섰다. 총학생회는 1일 입장서를 통해 "강연회는 정치활동이 아닌 학술행사"라며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진보' 강연회는 지난해에도 우리 대학에서 개최됐다, 유독 올해 이 행사를 정치활동으로 보며 불허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항의했다.

정치활동을 불허하는 학칙도 꼬집었다. 총학생회는 "정치활동 금지 학칙은 학생들의 기본권과 자치권을 침해한다는 부분에서 비판을 받아와 실효성을 잃어버린 지 오래"라며 "우리 대학에서도 오랜 기간 학칙으로 학생들의 자치활동과 자율성을 제한한 적이 없다"고 질타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7년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대학 학칙은 학생의 기본권을 침해하므로 해당 조항을 개정하거나 삭제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당시 인권위는 "대학의 정치활동금지 조항은 정치활동을 부정적으로 보는 선입관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에서 합리적이지 않으며, 투표권을 부여받은 대학생들의 정치활동을 정당한 이유 없이 금지하므로 불합리하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총학생회는 대학본부의 갑작스런 강연 불허가 '옛 재단의 복귀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지난해 7월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대학 파행 운영 등으로 물러난 덕성여대의 옛 재단 쪽 인사들에게 정이사 추천권의 절반 이상을 배분했다. 사실상 학교 운영권을 돌려준 것이다. 이에 총학생회 등은 옛 재단의 복귀 및 새 총장 취임을 반대하는 농성을 벌여왔다.

이와 관련해 총학생회는 "학교 직원이 총학생회 집행부를 만나 '이 행사는 이미 해본 경험이 있어서 개최가 어렵지 않다, 총장 취임식 때 농성을 하지 않으면 행사를 하게 해주겠다'는 모종의 거래를 제안했다"며 "이 행사를 충분히 할 수 있음에도 자신들을 반대한 데 따른 보복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트위터 등에 비난 글 올라와... 대학본부 "학생들이 강연 반대해"

'진짜 보수주의자의 커밍아웃'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진짜 보수주의자의 커밍아웃'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강연회 연사로 참여할 예정이었던 표창원 교수도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표 교수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면학분위기를 방해할 정도로 지나친 정치활동이라면 불허를 이해할 수 있다"며 "일반적인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자유민주주의와 헌법의 권리를 권장하고 가르쳐야 할 대학이 거꾸로 가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트위터 등 인터넷에서도 덕성여대의 강연 불허 조치를 비난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tong*****'은 "정치학을 교육하는 대학이 정치를 대결의 수단 또는 범접해선 안 될 몹쓸 것으로 몰아가는 것은 학문에 대한 부정"이라고, 'est*****'는 "덕성여대 수준이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ange*****'는 "이명박·오세훈이 강연했던 덕성여대에서 표창원·이정희 등의 강연을 정치행사라 불허한다"고 항의했다. 덕성여대는 2004년 서울시장 신분이었던 이명박 대통령을 초청해 '세계일류도시를 향한 서울시 정책'을 주제로 강연을 열었다. 2008년에는 교양특강이라는 정규 교과목 시간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초청해 강연을 했다.

대학본부는 학생들의 반대 때문에 해당 강연회를 불허했다고 해명했다. 덕성여대 학생처 관계자는 "이번 강연회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다, 해당 강연회 유인물 밑에 '총학생회 정신 차려라' 등의 글을 써놓는 학생도 있다"며 "이정희 대표가 연사로 참여하는 것에 반대가 심한 것 같다, 한양대·전북대 등에서도 이 대표의 강연을 반대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태그:#덕성여대, #표창원, #이정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