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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리어답터라는 적절치 않은 표현으로 기사를 썼다가 징글징글하게 집요한 댓글로 혼났다(관련기사 : <나름 얼리어답터 자신했던 나, 통신사 '봉'이었네>). 그후 나는 본격적으로 '통신봉'에서 탈출하겠다는 전투의지를 불태웠다. 앞 기사에서 썼듯이 이동전화, 태블릿(아이패드), 와이브로, IPTV를 포함한 인터넷 등을 합친 한 달간 내 통신료는 근 20만 원을 상회했다.

습관처럼 쓰던 기기나 네트워크를 끊으면 불편한 점은 없을까 고민했지만 통신기기는 중복된 기능이 많기 때문에 의외로 불편한 것도 없었다. 말 그대로 그냥 남들이 하니까 따라하는 과소비였다.

카드할인으로 연결되어 더 많은 혜택을 볼 수 있었다
▲ 필자의 2월 이동전화 통신료 카드할인으로 연결되어 더 많은 혜택을 볼 수 있었다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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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상하게 요금이 많이 나오던 핸드폰을 바꿨다. 이전에 쓰던 기기는 아이폰 4였는데, LTE폰으로 나온 신형 기기로 갈아탔다. 기기를 바꾸자 인터넷 속도도 빨라지고, DMB를 볼 수 있는 등 별다른 불편함이 없었다. 가장 많이 이용하던 팝캐스트 이용도 별다른 장애가 없었다. 반면에 요금은 10만 원 전후로 사용하던 것이 5만8000원으로 굳어졌다. 데이터 사용량 5G 사용이 가능한 6만2000원 요금제를 쓰지만 기자가 쓰는 신용카드와 연동되어 1만3000원이 할인되기 때문에 이 정도 요금이 나왔다.

와이브로도 해지했다. 필자가 주중에 사는 숙소는 유선 인터넷이 없어 와이브로를 사용해야 노트북의 인터넷 사용이 편리했다. 하지만 이전에 쓰던 테더링 서비스를 생각해냈다. 테더링 서비스는 이동전화의 인터넷 접속 네트워크와 노트북을 연결할 수 있는 편리한 서비스다. 이전에는 속도가 느렸지만 LTE폰은 속도가 빨라 테더링 서비스도 그만큼 속도가 잘 나왔다.

다음으로는 집에서 사용하던 인터넷(IPTV 포함)을 바꾸었다. 마침 아파트 단지에서 한 통신회사가 판촉행사를 벌이고 있었다. 한 달 이용료 2만 원가량에 유선 인터넷과 1500원에 유선전화가 가능하다는 조건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판촉료로 제공하는 현금 10만 원과 7만 원의 상품권도 있었지만 이는 이전 통신사를 해지하면서 부담해야하는 위약금(사실 이 내용도 납득할 수 없지만)과 상계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 이전에는 인터넷과 인터넷 전화를 합쳐 3만8000원가량을 내야 했던 것에 비해 휠씬 수월했기 때문에 맘 편히 바꿀 수 있었다.

이렇게 시작된 통신 비용 다운사이징 작업에서 가장 힘든 것은 구입한 지 11개월밖에 안 된 아이패드였다. 아이패드를 구입할 때 필자의 명분은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글쓰기'였다. 하지만 현실을 달랐다. 윈도우 환경에 익숙하던 필자에게 아이패드는 키보드나 저장에 있어서 상당히 불편했고, 실제로 아이패드에서 쓰는 글은 메모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더욱이 내 통신비용과의 전쟁에 발발점이 된 것도 아이패드에서 이유 없이 사용된 데이터였기 때문이다.

오른쪽 상단을 보면 이 내역이 215페이지중 두번째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고, 12월2일부터 10,240kb(10메가)씩 정기적으로 사용된 것을 알 수 있다.
▲ 통신료와의 전쟁의 시발점이 된 정보사용료 오른쪽 상단을 보면 이 내역이 215페이지중 두번째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고, 12월2일부터 10,240kb(10메가)씩 정기적으로 사용된 것을 알 수 있다.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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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기사 이후 이유 없는 데이터사용 청구에 너무 수동적으로 대처한다는 댓글 때문에 필자는 KT플라자에 가서 데이터 사용 기록을 뽑았다. A4용지 215페이지에 인쇄되어 나온 내 데이터 사용은 말 그대로 납득을 할 수 없었다. 2012년 12월 2일부터 10메가바이트가 분당으로 계속 사용됐는데 그 원인을 알 수 없었다.

통신회사 상담자들도 알 수 없다는 해명만 계속했다. 결국 수십차례 전화를 해서 통신사 책임자에게 까지 가서 나온 말은 해당 아이피는 알려줄 수 있으니 직접 해결해보라는 것이었다. 몇 자리 숫자로 된 아이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데이터 이용료는 고스란히 부담했다.

그 일이 지나고도 한 달가량 아이패드를 계속 사용했다. 그런데 더 확실하게 느낀 것은 실제로 필자가 태블릿을 사용하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사무실에서는 데스크탑을 썼고, 팝캐스트도 이동전화를 통해서 쓰면 충분했다. 한 달에 4만2380원씩 꼬박꼬박 빠져나가는 태블릿 비용도 커보였다.

드디어 해지를 결심하고 통신사에 전화를 거니 11만6000원 가량의 위약금이 있다고 통보했다. 거기에 남은 할부금을 생각하면 고민스러웠지만 실제로 효용가치가 떨어지는 물건을 붙잡을 이유가 없었다. 그날로 대리점을 직접 찾아가 계약을 해지했다. 위약금은 두 달여 치 통신료라고 생각하고, 남은 할부금은 가지고 있는 태블릿을 중고로 내놓으면 해결될 정도다.

두 달여가량 계속된 내 통신료와의 전쟁은 이렇게 해서 정리됐다. 이제 내가 부담해야 하는 통신료는 이동전화(5만8000원), 인터넷(IPTV 포함 2만 원), 유선전화(1500원)를 포함해 한 달에 8만 원 정도다. 19만 원 정도였던 두 달여 전에 비하면 월 11만 원이 줄어든 것이다. 1년으로 치면 132만 원으로 적지 않은 돈이다. 이 돈을 아끼지만 실제로 내가 느끼는 통신의 불편은 거의 없다. 그간 나는 정말 통신사의 봉이었던 셈이다.

이런 과정을 돌이켜보니 내가 그간에 얼마나 많은 통신 과소비를 했는가를 알 수 있었다. 그 과소비의 배경에는 기기나 통신서비스 광고, 그리고 그들의 도움을 받은 언론 보도 등이 자리하고 있다. 필자의 이전 기사 댓글에 많은 이들은 필자가 너무 과소비를 한다고 지적하는 글들이 많았다. 하지만 곰곰이 자신의 가정을 돌이켜보면 이 과소비에서 자유로운 가정은 얼마나 될까.


태그:#통신료, #아이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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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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