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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일부 중국 유학생들의 유민(流民)화가 구조적으로 심화되면서 전문화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학비와 생활비를 위해 대학 수업 시간에 수업은 뒤로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일부 유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미래를 위해 공부하지 않고 유흥비를 벌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로 전락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 중국 유학생들이 국내 대학생들과의 원만한 관계 형성을 하지 못하는 것도 해결해야 할 난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들이 국내 유학생활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보다 구체적이고 안정적인 언어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경제적으로 어려운 유학생들이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아르바이트 혹은 일자리 제공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중국유학생과 국내 대학생들의 원만한 교류 형성 프로그램 등을 지자체와 해당학교 당국에 요구하고 있다.

유학생들의 공통 목표는 안정적인 취업

중국유학생들의 페스티벌 한 장면. 일각에서는 중국유학생들이 현지 한국생활에 잘 적응 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언어교육 프로그램 진행과 이들의 국내 취업과 사회적응 프로그램 양성화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주장한다.
 중국유학생들의 페스티벌 한 장면. 일각에서는 중국유학생들이 현지 한국생활에 잘 적응 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언어교육 프로그램 진행과 이들의 국내 취업과 사회적응 프로그램 양성화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주장한다.
ⓒ 신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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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리뷰>는 18일 저녁 청주대 인근에서 중국 유학생 3명을 만나 그들의 대학생활과 진로에 대한 고민들을 자세히 들었다.

한국이 좋아 한국에 온 왕아무개(청주대 경영학과·24)씨의 한국 대학 생활은 기대보다 상처로 얼룩져있다. 한국에서 어학 1년을 거쳐 올해 한국생활 5년째에 접어든 그는 "우리 중국 유학생들이 엘리베이터를 타면 한국 학생들은 타지 않는다, 길을 물어보면 한국 학생들 이상한 표정을 짓는다, 중국 유학생이랑 말 거는 거 자체도 기분 나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 4학년인 그는 그동안 가고 싶었던 MT를 한 번도 못 갔다고 했다. MT 일정이 생겨도 자세한 일정 소식을 전해 들을 수도 없고 가고 싶어도 어떻게 신청해야 하는지 몰라 가지 못했다고 한다.

왕씨가 한국에 온 가장 큰 이유는 취직에 대한 꿈 때문이었다. 그는 만약 한국에서 취직이 안 되면 졸업증을 받아 중국에서 좋은 직장을 찾으려고 한다고 했다. 하지만 왕씨는 중국에서 공무원은 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아마도 중국 정부의 생각(사회주의 국가관)과 충돌해서 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일하고 싶어도 중국인 유학생 선배들에게 전해 듣기로는 중국에 있는 한국기업에 소개를 받는 것이 전부라고 한다. 한 번은 담당 교수가 그에게 추천을 해 준다고 해서 교수실을 찾아갔는데, 신문에 난 광고를 보고 자신에게 가서 알아보라고 했다고 한다.

그는 현재 일부 중국유학생들이 학교생활 뒤로 한 채 아르바이트생활을 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오후 6시부터 오전 1시까지 대학 주변 노래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주경야독을 하고 있다. 단순히 유흥비를 벌기 위한 것이 아닌 학비부터 생활비까지 그야말로 생계형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그는 합법적으로 일하고 싶어도 출입국 가서 사진 찍고 학과 교수의 추천과 국제교류처의 승인 도장 등 절차가 복잡해 대부분의 중국유학생들이 힘들어 한다고 전했다.

그는 "아르바이트로 중국어를 가르칠 수 있는 자리가 많았으면 한다"면서 "학교당국이나 지자체에서 합법적으로 유학생들이 일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편입생 이아무개(청주대 경영학과·24)씨는 중국에서 한국이 좋아 한국어를 전공했다. 한국에 가고 싶어 한국어능력시험 3급도 통과했다. 소극적이었던 그는 한국어를 배우며 조금씩 늘어가는 실력에 자신감을 찾았고 한국어를 배우면서 한국이 더욱 좋아졌다고 한다.

이후 그는 한국에서 공부하고자 1년 전 편입까지 했지만 "너네는 사람도 먹냐"는 한국 대학생의 터무니없는 말에 상처와 충격을 받기도 했고, 한국 대학생들과 친해지고 싶어도 좀 처럼 쉽지 않아 속상하다고 했다. 또 졸업 이후 취업 진로에 대해서 고민이 많다.

이씨는 "한국 친구도 많이 사귀고 싶었는데 쉽지가 않다, 수업 때 따로따로 앉아 있다, 두 학기가 지났는데도 같은 과 친구들을 거의 모른다, 한국 대학생과 친하고 싶고 한국어도 더 배우고 싶은데 그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면서 "한국에서 취업하고 싶은데, 취업도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교환학생으로 온 오아무개(청주대 중문과, 21)씨는 주변에 있는 한국 대학생들은 자기를 무시하는 일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또한 "중국유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음에도 교수들이 중국인들이 무식해서 미국과의 관계를 잘못 만들고 있다는 등의 발언을 계속하고 있고, PPT로 수업을 진행할 때도 중국의 옛날시절 사진을 쓰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국으로 비춰 보자면 1960~70년대 어려웠던 보릿고개 시절의 사진을 쓴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외국인에게 중국어를 가르치는 국제중국어교육을 전공한 그는 한국에 온 지 불과 8개월 밖에 안 되었지만 한국어 듣기 이해력도 좋고 곧잘 한국말도 잘 한다. 하지만 그의 고민 역시 취업이다. 

그는 "중국에 오는 많은 외국인들 중 한국인에게 중국어를 잘 가르치기 위해서 공부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의 교육방식을 배우고 싶어 한국에 왔다"며 "학교에서 중국 유학생들을 애쓰는 것은 알지만 우리들이 이곳에서 잘 배우고 취업 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공 아니면 취업 비자 안 나와

학교 당국은 최근 이런 문제점들을 개선하고 해결해 나가고자 노력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청주대 국제교류처 정치섭 처장은 "이전까지는 자격 제한 없이 중국 유학생들을 받았지만 지난해부터 토픽(한국어능력시험) 3급 이상 돼야 유학생들이 입학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었다. 또 국내 학생들은 '교양중국어'를, 중국유학생들에게는 '한국문화의 이해'를 필수 과목으로 듣게 했다. 이후 2학년 때 이들을 묶어 한반에서 수업을 한다"면서 "큐큐방(우리나라로 치자면 포털 사이트에 해당함)을 통해서 모든 것을 공개하고 학기 중 하루 100통 이상 중국유학생들의 고민과 상담도 들으며 개선 방안을 만들고 있다. 이런 하이브리드 교육방법은 전국을 통틀어도 우리처럼 하는 곳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처장은 또 취업과 관련해서는 "매년 중국의 한국상회(상공회의소)에 가서 우리 대학 졸업생들의 이력서를 모두 보여주며 한국 기업과 연결해서 취업을 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유학생들의 국내 취업에 대한 문의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정 처장은 "한국에 있는 한국기업 얼마든지 추천할 수 있다. 하지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면서 "법적인 문제가 걸려 있다. 경영학과 졸업생이 호텔관련업에 취업하고 싶다고 해도 안 된다. 자기 전공이 아니면 취업 비자가 안 나오기 때문이다. 우리도 굉장히 안타깝다"고 말했다.

중국유학생들의 아르바이트와 관련해서도 "이제 법적으로 학기 중 에는 평일 20시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또 방학 때라든지 주말은 시간은 몇 시간이든지 할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학교에서 학생들의 아르바이트 방을 만들 수 없게 되어 있다. 거꾸로 대학에서 하고 싶다. 국제교류처 통해서 중국유학생들의 아르바이트와 알선 양성화가 된다면 그들을 관리하는데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유학생 페스티발 거품 빼고 합니다"

[미니인터뷰] 박응용 차이나맘 학습센터 대표

박응용 차이나맘 학습센터 대표.
 박응용 차이나맘 학습센터 대표.
ⓒ 신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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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유학생들이 현지 한국생활에 잘 적응 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언어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또 이들의 국내 취업과 사회적응 프로그램 양성화도 절실한 시점입니다. 현재 대부분의 중국유학생들은 매일 밤낮 생활비와 유흥비를 벌며 한국에서 유민(流民)처럼 떠돌고 있습니다."

박응용 차이나맘 학습센터 대표는 "중국유학생들은 국내에 거주하는 중국노동자보다도 더 불리한 상황이다. 취업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이들은 마치 낯선 한국 땅에서 파도 앞에 맨 몸으로 서 있는 것과 같다. 현재 사회적 안전망이 없는 상태에 버려져 있다"고 안타까워하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표는 또 매년 지자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중국인 유학생 페스티발에 대해 '기만적이고 전시적인 행정'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유학생 축제 다음에 그들을 위해 하는 것이 있는가. 아무 것도 없다. 마치 그들을 풍선처럼 부풀어 놓았다가 패대기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전제 한 뒤 "화려하지 않아도 실질적으로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작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페스티발 예산의 10분의 1만 투자해도 그들을 위한 국내 교육 적응 프로그램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청주대 또한 중국 유학생 학비로 벌어들이는 것의 5%만 그들을 위해 재투자를 해야 오랫동안 고착되어 있는 문제의 고리를 풀 수 있다"며 "하지만 아직도 지자체와 대학 당국은 서로 부하뇌동(附和雷同)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박 대표는 "이제는 지자체와 대학 당국이 거품을 빼고 아프더라도 속살을 드러내고 보여 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며 "지금 제대로 개선하지 않으면 중국 유학생들을 유민들로 만들며 사회적 문제를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지역시사주간지 <충청리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차이나맘 학습센터 박응용 대표, #충청리뷰, #중국유학생, #청주대, #유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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