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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더이상 고장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 탈 많았던 내 차 그저 더이상 고장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 성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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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개발원이 운영하는 자동차 이력 정보 서비스인 '카히스토리' 이용 수수료가 4월 1일부터 현행 5000원에서 1000원으로 80% 내린다는 기사가 신문에 났다.

지난해 잔뜩 핏대를 세우고 인터넷을 뒤져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뭔 놈의 수수료가 오천 원씩이나 하는 거야!"라며 버럭 화를 냈던 기억이 있는 터라 몇 줄 안 되는 기사지만, 눈에 들어온 것 같다.

사실 오천 원이 아까워서 발끈했던 것은 아니다. 발급신청 절차가 복잡하거나 시간이 오래 걸려서는 더더욱 아니다. 의뢰한 중고 차량에 대해 일반사양, 용도변경이력, 자동차번호 및 소유자 변경 횟수, 자동차보험 특수사고(전손, 침수, 도난) 이력, 보험사고 이력 등 세세한 정보를 알 수 있는 유익함에 비하면 오천 원은 그리 과한 대가라고 할 수 없으리라.

문제는 적지 않은 돈을 내고 산 내 차가 이유 없이 말썽을 일으키고, 이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의심되는 전력이 튀어나옴에 따라 중고차 매매상과 '속여 팔았네''다 알려 주었네' 등 한바탕 혈압을 올린 후 공공 기관의 증명서를 찾다 보니 애꿎게 수수료가 타박의 대상이 됐던 것이다.

중개상만 믿고 산 차, 한 달만에 멈춰

차량이력을 상세히 볼 수 있는 유용한 서비스.
▲ '카히스토리' 차량이력을 상세히 볼 수 있는 유용한 서비스.
ⓒ 성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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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에 농장을 정리하고 이사하면서 굳이 RV 차량이 필요 없는데다 이미 주행거리도 30만km를 바라보는 노쇠한 자가용을 교체키로 마음먹고, 5~6년 전쯤 거래했던 중고차 매매상을 찾았다. 중개상 K씨는 잊지 않고 찾아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연발했고, 과거 소개받았던 차량이 나름대로 마음에 들었던 터라 믿고 맡기기로 했다.

K씨는 내가 원하는 차종의 2000cc급 LPG 차량이 현재 없다며 다른 차량을 권했다. 2500cc이상급 승용차인데 외관 상태는 출고 9년차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깔끔했다. 직접 시승해보라는 권유에 약 10분여를 직접 주행해 보았는데 역시 차령에 비하면 양호하다는 느낌이었다(늦게 깨달았지만, RV차량과의 근본적인 승차감 차이를 감안하지 않은 것이 실수였다).

차량 가격이 500만 원으로 당초 생각했던 것에 비해 적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타던 차를 판매한 금액과 상계하다 보니 부담감도 덜했다. 거래는 그렇게 쉽게 그리고 일사천리로 등록 절차까지 이루어졌다. 분에 넘친다는 생각에 잠시 찜찜했지만, 미끄러지듯 편안한 승차감과 중형차가 제공하는 안정감에 다른 것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주변에서도 좋은 차를 싸게 샀다고 한마디씩 거들었다. 그렇게 한 달여간 나름 호강하던 중 차에 이상이 생겼다. 잘 달리던 차가 갑자기 '덜덜덜'하며 엔진이 꺼져버린 것. 가까운 카센터에서 확인해보니 엔진오일과 냉각수가 남아있지 않았다. 사고도 없었고, 엔진상태가 아주 좋다는 중개상 말만 믿고 자주 점검을 하지 않은 게 화근이었다.

중개상 K씨는 "중고차 보증수리 기간은 한 달이므로 고쳐 줄 의무는 없다"면서도, 인심 쓰듯 자신의 지정 카센터로 가져가 일단 수리해 주었다. 엔진을 교환했는지, 일부 부품만 교체했는지는 알 수 없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냥 믿음이 훼손되지 않도록 알아서 조치해 달라는 부탁만 했을 뿐이다.

앞바퀴 탈선으로 사고위기, 썩어버린 차량 하부에 기절할 뻔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었다. 한 달도 못 돼 이번에는 오른쪽 앞바퀴가 말썽을 일으켰다. 주차했다가 시동을 켜고 진행하려는데 차가 움직이지 않았다. 내려서 확인해보니, 어찌 된 일인지 바퀴가 바깥쪽으로 90도 꺾인 채 핸들의 제어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주행 중이었다면 큰 사고가 일어났을 상황이었다.

견인차의 도움을 받아 정비공장에 도착, 리프트를 이용해 차량의 하부상태를 확인하는 순간 어이가 없어 입을 다물 수 없었다. 하부 거의 전체에 붉은 녹이 슬었고, 바퀴를 잡아주는 부위의 부품이 부식돼 작은 충격에 저절로 바퀴가 이탈했던 것이다. 뒷바퀴 쪽도 마찬가지, 이런 상태로 주행하고 다녔으니 목숨을 내어놓고 다닌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식은땀이 흘렀다. K씨에 대한 배신감이 밀려왔다.

"어떻게 이런 차를 소개할 수 있습니까? 이건 사람 목숨을 위협하는 행위 아닌가요?"

중고차가 다 그런 거 아니냐는 답이 돌아왔다. 알아서 점검하고 타야지 두 달이 넘은 지금 무슨 소리냐며 법적으로 책임질 일이 없으니, 마음대로 하라는 말을 뱉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제야 언젠가 들은 적 있는 중고차 구입 시 챙겨보아야 한다는 '중고 자동자 성능∙상태 점검 기록부'가 떠올랐다. 끓어오르는 부아를 삭이며 다시 전화를 걸어 성능기록부를 요구했더니 언제든지 와서 가져가라고 했다.

법대로 하라는 당당한 중개상, 성능기록부 서명도 위조

차량 구입 시 왜 챙겨주지 않았냐고 따지니 깜빡했다며 그게 뭐 대수냐는 식이다. 확인해볼 게 많으니 당장 팩스로 보내라고 했다.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겨우 식별될 수 있는 깨알 같은 글씨들과 검사소 명칭도 알아볼 수 없는 2장짜리 문서였다. 생소하기만 한 자동차 부위와 부품 명칭들에는 모두 '정상' 또는 '양호'표시가 돼 있다. 형식적인 검사기록일터이니 새삼 놀랄 일도 아닌 듯했다.

문제는 받은 차량 구입자, 즉 내가 확인하고 날인해야 하는 위치에 웬 낯선 필체로 내 이름이 쓰이고, 날인란에는 정체불명의 서명까지 버젓이 들어가 있는 검사기록표였다. 어찌 일인지를 따져 물으니 이제는 아예 법대로 하라며 내놓고 막무가내다. 물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세상 물정 모르는 헛소리 하지 마라'는 답이 돌아왔다.

매수인 란에 누군가 제 이름과 서명을 대신했습니다.
▲ 성능기록부 매수인 란에 누군가 제 이름과 서명을 대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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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한 달여동안 폐차장을 수소문해 겨우 수리를 마쳤다. 100만 원이 넘는 수리비가 들어갔다. 괘씸하고 분한 마음에 참을 수가 없었다. 중고차 사고 이력 정보 '카히스토리'는 법적 대응 방법을 찾던 중 우연히 알게 됐다. 오천 원을 결제하고, 정보보고서를 받아 본 결과 이 차의 또 다른 문제점을 발견했다. 자동차 용도 변경 이력이 있었던 것.

보고서에 의하면 이 차는 2003년 영업용 승용차로 최초 등록되었다가 1년 만에 자가용 승용차로 용도가 변경되며 소유자도 바뀌었다. 영업용 택시가 1년 만에 용도 변경됐다면 더 이상 영업용도로 사용할 수 없는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었음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영업용도 사용이력이 나와 있습니다.
▲ 용도변경 이력 영업용도 사용이력이 나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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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참을 수 없는 것은 통상 영업용도로 출고됐던 차량은 중고가격이 자가용보다 훨씬 싸게 거래된다는 것이다. 중고시장을 잘 아는 지인에게 물었더니 이 차량의 경우 100만 원 정도밖에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영업용으로 출고됐던 차량임을 속이고 무려 다섯 배나 비싼 값을 받고 판매한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정리해 환불 또는 수리비라도 변상해 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한 달여 만에 내용 증명으로 답변서가 날아왔다. 차량 이력에 관해 고지했으며, 성능기록부 서명 조작은 매수자가 편의상 대신하라고 전화상으로 말했다는 황당한 답변이었다. 답변서는 형식이나 문장 등으로 미루어 이러한 일을 대행하는 전문기관에 의뢰한 것으로 보였다. 말미에는 오히려 '속여 팔았다'는 주장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는 경고까지 곁들였다.

법적조치 준비하다 '카히스토리' 알게 돼... 용도 변경 사실 드러나

법적 책임을 면하려는 그럴듯한 거짓 답변서에 화가 치밀었지만, 결국 마음을 정리하기로 했다. 현실적으로 중개상의 '내놓고' 하는 거짓말을 입증할 방법이 없었다. 당초 매매상을 지나치게 신뢰한 것 그리고 중요한 확인들을 거치지 않았으니 그 책임도 내게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저 더 이상의 고장이나 없기를 바라며 상태를 수시로 점검해가며 타는 수밖에.

내 경우에 비추어 중고차 구입 단계에서 '카히스토리(중고차 사고이력정보 보고서)' 서비스를 이용했더라면 이 같은 피해를 충분히 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서비스가 있다는 것을 소비자들이 모르고 있다는 것. 차제에 중고차 매매시 고객에게 카히스토리 서비스를 반드시 안내해 주어야 한다든가, 또는 아예 차량 서류에 이를 첨부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함을 제안하는 바이다.

덧붙이는 글 | 정직하게 중고차 중개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불필요한 오해가 없었으면 합니다.



태그:#중고차, #카히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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