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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국민의 힘으로 대통령직선제를 되찾은 지 만 25년, 우리는 다섯 번째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직접 뽑았고 인수과정을 거쳐 새정부가 출범하고 있다. 많은 국민이 박근혜 정부가 국정비전으로 약속한 '국민행복, 희망의 새시대'를 제대로 열 것인지 기대 반 우려 반의 눈길로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이 정황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물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우리는 지켜보기만 할 것인가? 우리 국민이 해야 할 일은 없는가? 과연 대한민국은 정부만의 나라인가? 4천만 국민의 미래를 정부 정책에만 맡겨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과 함께 문득 19세기 초 피히테(Johann Gottlieb Fichte)의 목소리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다시 펼쳐든 '독일국민에게 고함'의 한 구절이 가슴 깊이 울린다.   

"자신의 자주성을 상실한 자는 동시에 시대의 흐름 속에 뛰어들어 그 내용을 자유롭게 결정할 능력도 상실한다. 이러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면, 그 시대뿐만 아니라 시대와 함께 자신의 운명까지도 그의 운명을 지배하는 외세에 의해 결정된다. 또한 그는 앞으로도 스스로의 시대를 갖지 못할 뿐만 아니라 다른 민족과 다른 나라의 사건 및 시대 구분에 따라 자신의 연대를 계산하게 된다." (J.G.피히테 지음, 손문수 옮김, <독일국민에게 고함>, 범우사, 1997, 8쪽)

우리의 갈 길이 고민되면 늘 J.G.피히테의 『독일국민에게 고함』이 떠오르곤 한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아직 많은 울림을 주는 고전임을 알 수 있다. 독일은 여러 면에서 우리에게 거울같은 역사를 지닌 나라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진은 네이버에서 검색해 본 J.G.피히테의 모습과 그의 강의록을 담은 『독일국민에게 고함』 번역서.
 우리의 갈 길이 고민되면 늘 J.G.피히테의 『독일국민에게 고함』이 떠오르곤 한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아직 많은 울림을 주는 고전임을 알 수 있다. 독일은 여러 면에서 우리에게 거울같은 역사를 지닌 나라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진은 네이버에서 검색해 본 J.G.피히테의 모습과 그의 강의록을 담은 『독일국민에게 고함』 번역서.
ⓒ 이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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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초 독일 프로이센은 1806년 프랑스 나폴레옹 군대에 대패하고 국민은 절망에 빠졌다. 생활은 피폐해지고 고난을 극복할 한줄기 희망도 보이질 않았다. 암울했던 이 시기 독일 국민에게 민족적 자긍심과 자부심 그리고 가능성과 희망을 일깨운 이가 바로 철학자 피히테였다.

프랑스 군 점령 하의 삼엄한 베를린 학사원 강당에선 그의 용기 있는 강연이 진행됐다. 1807년 12월부터 매주 일요일 열네 차례에 걸친 강연 내용이 비로 독일뿐만 아니라 오늘날 세계인의 교양 필독서로 전해지는 <독일 국민에게 고함>이다.

피히테는 패전 후 독일국민에게 만연한 패배감·이기심·나태함을 지적하면서 국가 재건에 필요한 새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청년·노인·실무자·사상가·학자·문필가·영주 등에게 긍정적인 변화와 함께 각자의 소임을 완수하면서 분열을 극복해 나아갈 대통합을 절절한 목소리로 청원했다.

오늘 우리 대한민국은 겉으로는 외세의 지배하에 있지는 않다. 그러나 여전히 광복 이후 자주적인 통일시대를 열지 못하고 분단현실에 처해 있으며 북한의 준동 앞에 불안한 휴전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경제와 국익을 앞세운 중국·일본 등 보수적인 성향이 강화되고 있으며, 미국·러시아 등 동북아를 둘러싼 외교적 난제들이 눈앞에 놓여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2012년 우리는 세대와 지역, 계층의 반목과 갈등 속에서 대통령을 뽑았고 과반을 겨우 넘긴 표차로 선출한 박근혜 정부의 출범을 맞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우리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고 우리 국민이 해야 할 일을 찾아야 한다. 우리 대한민국은 정부만의 나라가 아니며 우리 4천만 모두의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지켜보며 비판하고 반대할 권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행동하고 실천하며 함께 이뤄내야 할 사명과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명시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헌법 전문 제1조 2항)" 그렇기 때문에 우리 국민은 감시와 비판의 권리를 넘어서 미래 대한민국을 책임지고 건설해야 할 의무와 사명이 있는 것이다.

우리는 기억한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인권과 권리를 유보해가면서까지 이뤄냈던 성장과 전진의 역사를. 비록 위로부터의 국민운동이었지만 새마을운동을 비롯한 범국민운동을 통해 이룩한 성장과 전진이었다. 또한 그 시대에 성장한 50대 이상이라면 누구나 기억할 것이다.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로 시작하던 국민교육헌장. 비록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교육이었지만 그 교육을 통해 우리는 가난을 딛고 경제성장과 근대화라는 역사를 이뤘다.

광복 이후 1980년대까지를 인권과 권리를 유보한 성장의 시대라 한다면, 1987년 6월민주항쟁 이후는 오늘까지 만 25년가량의 역사는 민주화와 분배를 향한 전진이었다. 이제 오늘 우리 대한국민은 성장과 민주, 공정과 분배를 이뤄내야 할 의무와 사명을 가져야 한다. 

이제 우리 대한민국은 '너'와 '나'이기 이전에 '우리'여야 한다. 비단 피히테의 목소리만이 아니라 일제강점기의 암울한 상황에서 우리 민족의 가슴을 울렸던 단재 신채호 선생의 목소리가 함께 우리 가슴을 울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역사는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의 기록"이라는 명제로 시작하는 단재 선생의 <조선상고사>. 그리고 광복 이후 단재의 민족사관을 다시 펴낸 민족주의자 안재홍 선생의 서문이 새롭게 가슴을 울린다.

"조국의 민족사를 똑바로 써서, 시들지 않는 민족정기가 자유 독립을 꿰뚫는 날을 만들어 기다리게 하자."

네이버에서 검색한 단재 신채호 선생과 1931년 『조선일보』 학예란에 연재를 시작한 영인본의 모습. 이후 1948년 종로서원에서 단행본으로 발행되었는데 원래 『조선사』 서술의 일부분이었으나, 그 연재가 상고사 부분에서 끝나 『조선상고사』로 불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단재 심채호 선생의 『조선상고사』는 일제의 우리 역사 왜곡, 그리고 ‘동북공정’ 등의 질곡 속에서 참된 우리 주체적인 사관을 향한 소중한 기록이다. 최근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과 함께 널리 읽히고 있어 반가운 마음이다.
 네이버에서 검색한 단재 신채호 선생과 1931년 『조선일보』 학예란에 연재를 시작한 영인본의 모습. 이후 1948년 종로서원에서 단행본으로 발행되었는데 원래 『조선사』 서술의 일부분이었으나, 그 연재가 상고사 부분에서 끝나 『조선상고사』로 불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단재 심채호 선생의 『조선상고사』는 일제의 우리 역사 왜곡, 그리고 ‘동북공정’ 등의 질곡 속에서 참된 우리 주체적인 사관을 향한 소중한 기록이다. 최근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과 함께 널리 읽히고 있어 반가운 마음이다.
ⓒ 이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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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 대한민국은 바로 이러한 민족사의 연장선상에 서 있으며 이제 우리는 미래 대한민국을 향한 투쟁과 전진의 각오로 아(我)를 넓혀 '우리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하는 준엄한 역사적 사명 앞에 서있다. 

단재 선생이 <조선상고사>에서 '소서노'를 '창업 여대왕'으로 기록하고 있는 것은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 시대에 더욱 의미 깊게 들린다. '소서노'는 고구려의 동명성왕 주몽을 있게 했다. 이후 그는 온조와 비류, 두 아들을 이끌고 남하하여 백제를 창건하게 한 인물로 단재 선생은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소서노는 조선 역사상 유일한 창업 여대왕일 뿐더러, 고구려와 백제 두 나라를 세운 사람이었다."(단재 신채효, <조선상고사>)

고구려 중흥에 기여했고 이후 비류, 온조 두 아들을 이끌고 남하하여 백제를 세운 ‘소서노’를 ‘여대왕’이라 칭하며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여 기록한 단재 신채호 선생의 『조선상고사』 지면. 헌정 사상 최총의 여성 대통령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고구려의 중흥에 기여했고 백제를  창건한 ‘소서노’의 여성 리더십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고구려 중흥에 기여했고 이후 비류, 온조 두 아들을 이끌고 남하하여 백제를 세운 ‘소서노’를 ‘여대왕’이라 칭하며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여 기록한 단재 신채호 선생의 『조선상고사』 지면. 헌정 사상 최총의 여성 대통령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고구려의 중흥에 기여했고 백제를 창건한 ‘소서노’의 여성 리더십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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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를 처음으로 성공한 정부로 만드는 것은 정부만의 힘에 있지 않다. 바로 우리 4천만 국민의 힘에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대한국민에 고함'이라는 제하에 우리 사회 곳곳에서 묵묵히 진정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고 함께 이뤄내고자 하는 이들을 만나고자 한다. 그리하여 그 목소리를 통해 대한민국의 희망찬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고자 한다. 때론 비판과 질타의 목소리도 있을 것이고 또한 때론 격려와 질정의 목소리도 함께 할 것이다.

오늘 우리에게 분명한 것은 아(我)와 비아(非我)를 넘어서, 투쟁과 갈등을 넘어서 상생과 화합의 대한민국을 향해 함께 나아가야 한다는 목표다. 내가 글을 쓸 때마다 가슴에 새기는 단재 신채효 선생의 절절한 여망이 담긴 목소리를 다시 한 번 되새긴다.

"문명의 등불은 육주(六洲)에 찬란하고 자유의 종은 사방에 요란한데, 우리들은 무슨 죄가 있어 홀로 이 지옥인고. (중략) 이 책(<이태리 건국 삼걸전>)의 소개로 대한중흥 삼걸전, 아니 삼십걸전, 삼백걸전을 쓰게 되는 것이 나 무애생(無涯生)의 피 끓는 영원한 염원이다."

이제 이 땅 대한민국의 미래를 개척하는 우리 곳곳의 목소리들을 모으고 전하며 우리 스스로가 진정한 대한중흥의 영웅으로 함께 전진할 것을, 그리하여 박근혜 정부의 성공이 우리 국민 모두의 성공으로 이어지기를 여망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이명수님은 충남아산 지역구 국회의원(새누리당)입니다.



태그:#대한국민, #이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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