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14일 검찰총장에 내정된 채동욱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
 지난 14일 검찰총장에 내정된 채동욱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박근혜 정부 첫 검찰총장에 채동욱(55·사법연수원 14기) 서울고검장을 내정한 것은 지역 안배보다는 조직의 안정에 우선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사회적 과제로 떠오른 검찰 개혁을 수행할 적임자인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극심한 지역편중으로 탕평인사와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채 고검장이 검찰총장에 내정됨에 따라 검찰총장과 경찰청장(이성한)·국정원장(남재준) 모두 서울 출신이 차지하게 됐다. 김덕중 국세청장 내정자가 대전임을 감안하면 새 정부의 4대 권력기관장 중 호남은 모두 배제된 상황이다.

청와대쪽도 이런 상황이 부담이다. 15일 인선발표에서 윤창중 대변인은 지역 안배 등 탕평인사와는 거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채동욱 검찰총장 내정자의 인선 배경 중 하나는 지역을 고려한 것"이라며 "채 내정자는 서울 출생으로 돼 있지만 아버지가 5대 종손이고 선산이 전북 군산시 옥구군 임실명에 있다, 매년 선산에 다니면서 그 지역 사람을 알려졌다"고 답했다. 지역 편중 논란에 맞서 '집안의 선산'까지 끌어들여 반론한 것이다.

'특수수사통'으로 내부 신망... 육군 중위 제대, 재산신고액 11억

채 내정자가 최종 낙점된 배경에는 특수수사통으로 내부 신망이 있는 점, 병역과 재산 등에서 비교적 흠결이 적은 점 등이 꼽힌다.

세종고(1977년)와 서울대 법학과(1981년)를 졸업한 채 내정자는 1982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대검 마약과장(2001년), 서울지검 특수2부장검사(2003년), 대검 수사기획관(2006년), 전주지검 검사장(2008년), 대전고검 검사장(2009년), 대검 차장검사(2011년)을 거친 검찰 조직 내 대표적인 '특수수사통'으로 통한다.

1995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비사금 사건 수사에 참여했고, 2003년에는 굿모닝시티 분양 비리를 파헤쳐 당시 집권 여당이던 민주당 정대철 대표를 구속했다. 2006년에는 현대차 비자금 사건과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을 수사하기도 했다.

병역은 1988년 1월 육군 중위로 만기 전역했다. 2012년 재산신고액은 11억1925만5000원으로 대부분은 서울 강남구 일원동 아파트와 전세권이다. 2008년 이후 4년간 재산 증가액은 약 3억 원이다.

'스폰서 검사' 진상조사단장 당시 자체 개혁 실패

반면 이명박 정부 들어 검찰이 최악의 상황을 맞는 데 채 내정자가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최대의 단점이다. 2007년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검사장이 됐던 채 내정자는 검사장 시절 대부분을 이명박 정부 시기에 보냈다. 2011년 8월부터는 대검 차장검사로 지난해 말 불명예 퇴임한 한상대 전 검찰총장의 핵심 보좌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초유의 '검찰 내분 사태' 당시 한 전 총장을 밀어내는데 총대를 매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1월 29일 채 내정자를 비롯해 대검 부장들이 총장실에 찾아가 용퇴를 건의했을 때 노발대발한 한 전 총장은 "너희는 책임이 없느냐, 내가 나가면 너희도 같이 나가자"고 고함친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 책임이 있으니 같이 옷을 벗자는 총장의 말에 당시 간부들은 거부했고, 결국 채 내정자는 4개월 뒤인 현재 검찰총장으로 지명받게 됐다.

2010년 터졌던 '스폰서 검사' 사건도 채 내정자에게 큰 흠결이다. 부산·경남지역 건설업자 정용재씨로부터 25년에 걸쳐 전·현직 검사 백여 명이 뇌물을 수수하고 성매매 행위까지 했다는 폭로에 대해 비난 여론에 떠밀린 검찰은 진상조사단을 꾸려 감찰에 들어갔다. 당시 조사단장은 대전고검장이었던 채 내정자였다. 하지만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 내부 비리를 도려내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가 많았고, 결국 특검이 구성됐다.

이 사건은 그해 참여연대가 선정한 검찰권 오남용 사례 15가지 중 '제 식구 감싸기식 수사'에 이름을 올랐다. 정용재씨는 "당시 검찰이 올바르게 자체 개혁을 했더라면 반복되는 검찰의 비리가 없었을 것"이라며 "그런 사람이 어떻게 검찰 개혁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채 내정자는 인선 발표 직후 낸 입장문에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검찰의 위기 상황에서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더욱 겸허한 마음으로 향후 예정된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태그:#채동욱, #검찰총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