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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경북 경산시에서 고교 1년생 최아무개(15)군이 학교폭력 피해를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그동안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폭력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지난해 6월까지 전국 1만1000여 개 학교에 한 곳당 9대씩 모두 10만여 대의 CCTV를 설치해 학교주변 CCTV 설치율을 98%로 끌어올렸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대부분 감시 인력이 없어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초기 대응 효과가 전혀 없는 실정이고,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설치된 CCTV 대부분이 사람 얼굴조차 구별이 힘들어 무용지물이라는 점이다.

서울시 교육의원인 나는 요즘 큰 사회적 물의를 빚어 특별감사를 받고 있는 영훈국제중 CCTV 현황자료를 서울시교육청에 요구했다. 그랬더니 사람 얼굴과 차량 번호판은 알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서울시내 학교의 CCTV 현황'을 받아 분석해보니, CCTV 대부분이 화소수가 낮아 사람의 얼굴이나 차량 번호판 식별이 어려워 실효성에 의문을 갖기에 충분했다.

서울시내 1321개교(2012년 11월 16일 기준)에 1만8179대의 CCTV가 설치되어 있는데, 대다수의 CCTV가 해상도가 50만 화소 이하이고, 학교별로 편차가 큰 것으로 밝혀졌다. 1만8179대 중 93%에 해당하는 1만7013대의 CCTV가 50만 화소 미만이었다. 40만 화소 미만의 저해상도 CCTV는 10미터 이상 떨어진 거리의 사람 얼굴과 차량번호를 식별하기 어렵다.

50만 화소 CCTV도 그것과 큰 차이가 없다. 최근 출시되는 핸드폰 카메라가 800만 화소 이상인데, CCTV 무용론과 함께 예산만 낭비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출시되는 핸드폰 카메라가 800만 화소  이상인데, 얼굴이나 정확한 번호판 식별조차 어려운 50만화소 미만의 CCTV가 대다수여서, CCTV 무용지물론과 함께 예산만 낭비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 CCTV 현황(2012.11.16) - 화소 / 적외선 가능 최근 출시되는 핸드폰 카메라가 800만 화소 이상인데, 얼굴이나 정확한 번호판 식별조차 어려운 50만화소 미만의 CCTV가 대다수여서, CCTV 무용지물론과 함께 예산만 낭비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 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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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별로 편차가 심해, CCTV가 1대만 있는 학교도 2곳이 있었으며, 반대로 하나고의 경우는 136대나 있었다.
▲ 학교별 CCTV 수 분포 학교별로 편차가 심해, CCTV가 1대만 있는 학교도 2곳이 있었으며, 반대로 하나고의 경우는 136대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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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학교별로 편차가 심해, CCTV가 1대만 있는 학교도 2곳이 있었으며, 반대로 하나고의 경우는 136대나 있었다. CCTV 설치장소는 ▲ 정문 8% ▲ 후문 6% ▲ 중앙현관 6% ▲ 운동장 8% ▲ 실내 41% ▲ 기타 31%로, 주로 실내에 많이 설치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CCTV 설치시기는 ▲ 2009년 이전 32% ▲ 2009년 15% ▲ 2010년 18% ▲ 2011년 18% ▲ 2012년 18%로, 매년 CCTV를 새로 설치하거나 보수하고 있었다.

▲ 2009년 이전 32% ▲ 2009년 15% ▲ 2010년 18% ▲ 2011년 18% ▲ 2012년 18% 에 설치되었다. 즉, 매년 CCTV를 새로 설치하거나 보수하고 있었는데, 실효성이 떨어져 예산 낭비가 우려되었다.
▲ CCTV 현황(2012.11.16) - 설치장소, 설치년도 ▲ 2009년 이전 32% ▲ 2009년 15% ▲ 2010년 18% ▲ 2011년 18% ▲ 2012년 18% 에 설치되었다. 즉, 매년 CCTV를 새로 설치하거나 보수하고 있었는데, 실효성이 떨어져 예산 낭비가 우려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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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CCTV의 자료를 보존하는 기한도 문제가 있어 보였다. 자료 보존 기한이 '7일 이내'인 학교가 전체의 6%였으며, '7일~30일'인 학교는 83% 정도에 이르렀다. CCTV 자료를 사건이 일어났을 때, 바로 보는 경우가 없는 것을 감안한다면, 자료 보존기간이 짧아 보였다. 특수학교인 서울명수학교는 예외적으로 365일 동안 CCTV 자료를 보존하고 있었다.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CCTV가 필요하다 하여, 의회에서는 시민의 혈세인 많은 예산을 책정하여 내려보냈다. 그런데 이처럼 거의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에 실망과 충격을 금할 수 없다. 물론 CCTV에만 의존하는 학교안전정책은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기왕 예산을 들여 설치하는 거라면 그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감당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예산만 낭비한 생색내기식 전시행정에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덧붙이는 글 | 김형태 시민기자는 현재 서울시의회 교육의원입니다.



태그:#CCTV, #김형태 교육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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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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