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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동해안 어민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다시 도루묵 판매에 애를 먹고 있다. 지난 겨울 도루묵이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이 잡히는 바람에 제철에 다 팔지 못하고 냉동창고에 산더미처럼 쌓아 두어야 하는 사태를 맞은 것이다. 그로 인해 동해는 지금 도루묵을 판매하는 일로 애를 먹고 있다. 어민들을 대신해 군청과 수협 등이 앞장서 수요처를 찾느라 분주하다.

도루묵은 복어, 양미리와 함께 동해를 대표하는 겨울철 3대 어종 중에 하나로, 그 맛이 담백하면서도 고소해 한겨울에 동해를 찾는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도루묵 알이 입안에서 터지는 맛이 일품이다. 그래서 겨울을 맞아 암놈 도루묵이 잡혀 올라올 시점이 되면, 동해는 항구마다 알밴 도루묵을 맛보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알밴 도루묵 구이.
 알밴 도루묵 구이.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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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는 어부들도 신이 난다. 바다에 나가 차가운 바다 바람에 맞서 싸우며 도루묵을 잡아온 보람이 있다. 하지만 그것도 도루묵이 적당히 잡혀 올라와 적정한 가격을 유지했을 때의 얘기다. 도루묵이 너무 많이 잡혀 올라올 때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지나쳐 가격이 뚝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나마 낮은 가격에라도 제때 다 팔아치우면 괜찮은데, 지난 겨울엔 그마저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창고에 보관 중인 도루묵이 6만 5천 박스, 4월말까지 모두 팔아야

부둣가에 쌓인 도루묵. 어부들이 도루묵을 그물에서 일일이 손으로 떼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2012년 12월 18일, 강릉 주문진항)
 부둣가에 쌓인 도루묵. 어부들이 도루묵을 그물에서 일일이 손으로 떼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2012년 12월 18일, 강릉 주문진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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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루묵은 겨울철에 동해 연안 가까이 해초에 알을 낳는 어류로, 5~6년 전만 해도 전량을 일본에 수출하던 고급 어종이다. 이후 그 도루묵이 서민들의 식탁에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최근 급격히 늘어난 어획량 덕분이다. 그런데 지금 그 어획량이 어민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강원도 고성군에 따르면, 지난 겨울 도루묵은 11월에 집중적으로 잡혀 올라왔다. 단기간에 어획량이 크게 늘어난 게 더 큰 문제를 불러왔다. 그 바람에 도루묵 풍년 소식에 들떴던 기분도 잠시, 도루묵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그러고 나서도 도루묵은 계속 잡혀 올라왔다. 지난 겨울 도루묵 가격은 지난해에 비해 3분의 2 수준도 안 되는 수치로 떨어졌다.

지난 겨울 고성군에서만 도루묵 어획량이 지난해에 비해 200톤 가량이 더 늘었다. 어획량이 늘면서 어부들은 더 고된 노동에 시달렸다. 그런데 보람도 없이, 소득은 오히려 지난해에 비해 30% 가량이 줄어드는 현상이 벌어졌다. 한겨울 바다와 싸워 그 같은 결과를 얻은 어부들의 심정이 말이 아니다.

남은 문제는 현재 냉동창고를 가득 채운 도루묵을 마저 다 판매하는 일이다. 그러자면 소비를 촉진해야 하는데 별 뾰족한 방법이 없다. 결국 올해 고성군이 택한 건 '알도루묵 팔아주기 운동'이다. 지역 어민들이 겪는 시름을 덜어주기 위해, 고성군은 올해도 "관내 유관기관, 사회단체, 출향단체 등과 유기적인 협조를 통해 범군민적으로 도루묵 팔아주기 운동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고성군은 이 운동을 오는 4월 30일까지 지속해 "그때까지 어떻게 해서든 도루묵이 쌓인 창고를 비운다"는 목적이다. 판로를 확보하는 데 전력을 다한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올해 말 다시 잡혀 올라오는 도루묵을 판매하는 데도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성군은 도루묵 팔아주기 운동을 2단계로 나눠 전개한다.

1단계에서는 "군청 산하 공무원, 유관기관, 단체 등의 참여"를 유도하고, 2단계에서는 "강원도 및 도 내 18개 시군을 비롯해 전국 시군구를 대상으로 동참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고성군은 또 수도권에서 판촉 활동을 펼치는 것은 물론, 대형마트와 홈쇼핑 등을 대상으로 도루묵 판매 활동에 나서는 것도 고려중이다.

고성군은 올해 들어 이 운동을 시작한 결과 11일까지 1692박스를 판매하는 실적은 올렸다. 하지만 이 수치는 아직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고성군이 판매해야 할 도루묵은 모두 6만 5천 박스다. 이 많은 양을 판매하려면, 고성군이 가진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이런 이유로 동해 어민들은 지금, 도루묵 맛을 알고 도루묵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기다리고 있다.

고성군이 판매하는 도루묵은 '냉동 알 도루묵'으로, 고성군 수협을 통해 시중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가격은 1박스 당 2두름(40마리)에 1만7천 원(배송비 별도)이다. 고성군 수협이 직접 포장하고, 배달까지 한다. 고성군은 "도루묵 가격이 떨어지고 판로를 미처 확보하지 못한 어민들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도루묵 팔아주기 운동에 동참해줄 것"을 부탁했다.

도루묵찌개.
 도루묵찌개.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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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도루묵, #고성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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