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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시가 이탈리아 밀리노시를 자매도시로 소개하고 있는 홈페이지 화면.
 대구시가 이탈리아 밀리노시를 자매도시로 소개하고 있는 홈페이지 화면.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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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년간 이탈리아 밀라노시와 자매결연을 맺었다고 거짓 홍보해 온 대구시가 최근 공무원을 현지에 파견했으나 우호협력 관계라는 사실만 확인하고 돌아와 세금만 축냈다는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또 대구시는 아직도 누리집에서 밀라노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허위 사실을 홍보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대구시는 1998년 당시 문희갑 시장을 비롯한 학계와 경제계, 문화예술계 인사 등이 밀라노시를 방문해 교류협력 기본원칙을 정한 공동선언문에 서명한 후 '대구시와 밀라노시가 자매결연을 맺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오마이뉴스>가 당시 공동선언문은 자매결연이 아닌 우호협력관계를 나타내는 문서였다는 내용의 단독 보도를 내보내자 대구시는 지난 3일부터 배영철 국제통상과장을 비롯한 관계자를 밀라노시에 보내 자매결연 관계를 입증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대구시 관계자에 따르면, 밀라노시는 우호협력관계를 맺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시의회의 승인을 받는 절차가 이루어지지 않아 자매도시로 발전하지 못했다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배영철 과장은 "지난 5일 밀라노시 국제협력장(관)을 만나 자매결연을 맺은 자료를 요구했으나 1998년 공동성명 체결 이후 시장이 3번이나 바뀌면서 직원들도 많이 바뀌어 대구시가 요구한 자료를 찾을 수 없었다"며 "양 도시간 자매결연이 아닌 우호협력관계라는 입장차이만 확인했다"고 밝혔다.

배 과장은 "당시 가브리엘레 밀라노 시장이 자매결연을 맺었다는 서한을 보내오고 밀라노시의회 의장도 편지를 통해 축하했었다"며 자매결연 관계로 발전하지 못한 것을 밀라노시의 실수로 돌렸다.

배 과장은 그러나 "밀라노시는 제대로 된 절차를 통해 관계를 강화하자는 입장을 보였다"며 "자존심이 상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수단이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상호 도움이 되는 교류를 계속해야 할지, 그만 두어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밀라노시청 홈페이지에 소개되어 있는 자매도시. 밀라노시는 15개 도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데 대구는 빠져 있다.
 밀라노시청 홈페이지에 소개되어 있는 자매도시. 밀라노시는 15개 도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데 대구는 빠져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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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밀라노시는 자매결연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2년 동안 우호협약을 맺고 2년 후 다시 양해각서를 검토한 후 자매결연한다며 대구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사실이 없고 아무런 관계도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 13일 밀라노시 마르타 멘시니 대외협력관은 취재진과의 전화통화에서 "1998년 대구시와 밀라노시는 우호협약을 하는 공동선언을 했다"며 "우호협력 관계를 맺은 사실은 있지만 자매결연을 맺은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마르타씨는 "밀라노시는 15개 나라의 도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기 때문에 자매결연을 맺는데 상당한 절차를 두고 있다"며 "대구시가 우호협력관계를 자매도시 관계로 오해한 듯하다"고 말했다.

마르타씨는 "자매결연을 맺기 위해서는 두 도시가 공동목적 등 토론을 한 후 MOU(양해각서)를 작성하고 2년 뒤 다시 양해각서 활동을 검토한다"며 "두 도시간의 결과가 긍정적일 경우 MOU를 연장하고 그 이후 시의회 승인을 받아 자매결연을 체결한다"고 밝혔다.

이어 "자매결연을 맺기 위해서는 두 번의 협약이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보통 4~5년 정도 걸린다"며 "대구시와 자매결연을 맺는다면 우호협약을 맺은 적이 있기 때문에 좀 더 빨리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밀라노시와 자매결연 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아직까지 누리집에 자매도시로 소개하는 내용을 게재하고 있어 시민들의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이아무개(40)씨는 "이제까지 시민들을 속여왔으면 사실을 밝히는 게 순서"라며 "전화로 확인해도 될 것을 밀라노까지 가서 빈 손으로 돌아왔다"고 비난했다.

박인규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도 "다른 나라의 도시와 국제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미리 그 도시의 문화를 이해해야 하는데 대구시는 그런 절차를 무시했다"며 "상대 도시를 배려하지 않고 어떻게 자매결연을 맺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박 사무처장은 "밀라노까지 가서 국제적 망신만 당하고 왔다는 게 대구시민의 자존심을 더욱 짓밟는 것"이라며 당시 업무를 담당했던 공무원들에 대한 징계와 대구시장의 공식적인 사과를 촉구했다.


태그:#자매결연, #대구시, #밀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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