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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기적이다

여린 풀꽃들이 어떻게 갑자기
돌 같이 언 땅을 뚫고 피어나는지

어린 새들이 어떻게 갑자기
차갑게 언 공기를 뚫고 지저귀는지

봄은 기적이다

무거운 책가방을 맨 아이들이
어떻게 갑자기 웃으며 재잘대는지

불안한 생계를 짊어진 사람들이
어떻게 갑자기 나누는 손을 내미는지

봄은 기적이다
삶은 기적이다

참사람의 숲에서
박노해 2013.03.05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 박노해 사진전 '께로티카'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 원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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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둘째 주 내 전자우편으로 날아온 '나눔문화' 박노해 시인의 시다.

박노해 시인은 <노동의 새벽>으로 우리에게 기억된 사람이다. 그는 대한민국의 시인이자, 노동 운동가 그리고 평화 운동가다. 지금은 '사진가'라는 타이틀을 하나 더 추가해 이곳저곳을 다니며 행복의 맨얼굴을 렌즈에 담고 있다. 그의 사진은 그의 시처럼 건강하고, 단단하며 땀내음이 난다.

그가 세운 나눔문화는 국내외 빈민지역 아이들을 돕고, 전쟁과 가난으로 고통받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지속적인 평화나눔 활동을 펼치고 있는 단체다. 13년째 정부지원과 재벌의 기부를 받지 않고 순수한 회비로만 운영해오고 있다. 더불어 지난해부터 서울 종로구 부암동 산책길 중턱에 카페 겸 갤러리 '라'를 열어 그의 사진들을 무료로 전시하고 있다.

지난 3월 1일 새롭게 시작한 안데스 사진전(7월 10일까지)에서는 '지상에서 가장 높은 께로 마을'의 사진들이 전시됐다.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 '께로'에서 안데스의 토종 감자를 기르고 알파카를 치며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의 모습에는 문명이 피해간 우울도, 욕심에 찌든 삶의 얼굴도 없다. 다만 인간의 원초적인 행복과 건강한 노동의 모습들이 사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상에 조금의 해악도 주지 않고 물질적 한계를 기꺼이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사람들, 이들은 마치 께로 마을에 핀 꽃 '께로티카'처럼 푸르르다.

봄이 살아있다고 재잘대기 시작하는 3월, 우리가 늘 함께하는 문명의 품에서 잠시 벗어나 안데스의 께로족과 잊고 있던 삶의 건강한 기쁨을 함께 해 보는 건 어떨까. 서울 종로구 부암동 산책길의 여유는 보너스다.


태그:#박노해, #사진전, #께로티카, #안데스,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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