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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3차 핵실험 강행 이후 잇따르는 한반도의 긴장 상황과 관련하여 언론들은 수많은 기사를 쏟아 내고 있다.

특히,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와 관련하여 중국 정부의 입장 발표는 한반도 상황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언론들이 중요한 뉴스로 취급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을 통하여 정례 브리핑 시간에 중요한 외교 사항에 관한 자국의 입장을 언론에 전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중국 정부의 입장을 보도하는 한국의 언론들은 마치 자신들의 희망 사항(?)을 넣어 그 내용을 각색하고 있어 언론의 진실 보도 사명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최근 한반도 상황과 관련하여 거의 매일 입장을 발표하고 있는 중국 정부는 8일(현지시각)에도 외교부 화춘잉 대변인을 통하여 "'관련국들이' 냉정심과 자제심을 유지하는 가운데 정세 긴장을 격화시키는 행동을 취하지 않기를 호소한다"고 말하며 "중국은 관련 보도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필자가 언급한 중국 정부의 이 발표는 <연합뉴스>의 해당 보도를 그대로 인용한 것으로 베이징 주재 해당 특파원은 비교적 자세하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표 내용을 보도했다. 이 보도는 나아가 "화 대변인은 '당사국들이' 대화와 협상을 견지하는 가운데 6자 회담의 틀 안에서 한반도 비핵화 및 동북아의 장기적 안정을 도모할 근본적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이어<연합뉴스>는 "화 대변인은 안보리 추가 제재가 북중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중국과 조선(북한)은 정상적인 국가 관계를 맺고 있다"며 "동시에 우리는 조선의 핵실험을 단호히 반대하고 단호히 반도의 비핵화를 주장한다"고 강조했다"며 "그는 북중 우호협력 상호원조조약이 여전히 유효한지를 묻자 "나는 (이 조약에) 어떤 변화가 있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위 보도 내용을 있는 그대로 종합하자면 최근 한반도 정세 긴장을 격화시키지 않도록 '관련국'들이 냉정심과 자제심을 유지해야 하며 중국은 최근 북한에 대한 안보리 제재에도 북중 우호협력 상호원조조약은 유효하며 양국은 정상적인 국가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관련국에 냉정심과 자제 당부' => '북한에 긴장 격화 행동 자제 촉구'로 둔갑

그런데, 이러한 보도 내용이 편집과정에서 이상한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해당 특파원이 이 기사 첫 문장에서 "북한이 연일 '선제 핵 타격'을 거론하며 긴장을 고조시키는 가운데 중국이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고 다소 모호하게 표현한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북한에 대해' 중국이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고 보도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원래 기사 내용의 제목은 '중국 "긴장 격화 행동 말라" 촉구'였는데, 기사의 내용은 그대로 두면서 편집한 후의 제목은 '중국 북한에 "긴장 격화 행동 말라" 촉구'로 '북한에'라는 글자가 슬쩍 첨가되어 버리면서 기사 내용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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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3월 8일자, 세계면 누리집 .
ⓒ <연합뉴스>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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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는 동참했지만, 혈맹 관계에 있는 북한에 대해 직접적으로 격화된 행동을 하지 말라고 외교부 대변인을 통하여 공식적으로 발표할 수 없다는 것은 외교의 기본 상식이며 글자 한 자 한 자에 매우 민감한 외교관이 이러한 발표를 했을 리도 만무하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이러한 입장은 이틀 전인 6일에 같은 외교부 대변인이 ""현재 한반도 정세가 복잡하고 민감한 만큼 '당사국들이' 반도와 지역의 평화 안정이라는 대전제에서 출발, 냉정과 절제를 유지해야 한다"며 "정세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는 '어떠한 행동'도 취해서는 안 된다면서 한반도의 안정을 위해 '관련국들이' 대화와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는 <연합뉴스>의 보도를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연합뉴스>는 6일 보도에서 더 나아가 "아울러 화 대변인은 "장기적으로 볼 때 우리는 평화 체제로 정전 체제를 대체해야 한다고 여긴다"고 언급했다"며 안보리의 대북 조치와 관련해 화 대변인은 "북한 핵실험에 대한 필요하고 적절한 대응을 지지한다"며 "안보리의 대응은 반도의 비핵화, 반도의 평화 안정에 도움이 되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러한 <연합뉴스> 자체의 보도로만 보더라도 중국 정부는 한반도 긴장을 조성할 수 있는 '관련국들의 행동을 자제'하기 바라며 6자 회담으로 복귀하고 한반도 비핵화 및 동북아의 장기적 안정을 도모할 근본적 방법을 모색해야 하며 장기적으로 볼 때는 평화 체제로 정전 체제를 대체해야 한다는 입장임을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이러한 입장은 중국 정부가 '북한에' 긴장 조성을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는 <연합뉴스> 편집부의 각색으로 말미암아 그 내용이 전혀 왜곡되고 말았다. <연합뉴스>가 한국 언론에서 자치하는 비중이 큰 만큼 타 언론사에도 이러한 왜곡된 각색 편집의 영향은 그대로 전해지고 있다.

 YTN 등 여타 언론 각색된 제목을 아예 기사 내용으로 둔갑 보도...

상황이 이렇게 되자 YTN은 관련 보도에서 아예 제목을 <연합뉴스>의 각색을 이어받아 "중, 북한에 자제 촉구'로 보도하면서 앵커는 아예 보도 첫 마디에서 "중국은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에 지지를 표시하면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북한에 대해 자제를 촉구했습니다"라고 전하면서 해당 특파원의 보도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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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TN 3월 8일 자, 보도 내용 갈무리 .
ⓒ YTN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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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해당 특파원의 보도 내용 어디에서도 <연합뉴스>의 보도와 마찬가지로 중국 정부가 '북한에' 자제를 촉구했다는 내용은 없었다. YTN은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언급한 내용을 화면과 함께 그대로 전했는데, 앵커가 말한 '중국이 북한에 자제를 요청했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었음에도 앵커는 이렇게 중국 정부의 입장을 돌변시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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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표를 그대로 보도하는 YTN .
ⓒ YTN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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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은 민영 통신사인 <뉴스1>도 관련 보도에서 "중, "안보리 결의안 균형 잡혔다"라는 제목에 부제는 "북한 등 주변국 "긴장 격화 행동 피하자"로 정확히 보도했으나, 기사 첫마디에서는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 후 북한이 내놓은 핵전쟁과 정전협정 파기 위협에 대해 "진정하고 자제하라"고 촉구했다"라고 보도함으로써 주변국은 빠지고 중국 정부가 북한의 최근 도발적인 행동에 대해서만 자제를 공식 요청한 것으로 보도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뉴스1> 보도 첫 문장 다음에 바로 이어진 내용인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일 베이징에서 한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관련국들에 진정하고 자제하며 긴장을 더 격화하는 행동을 피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는 내용이 중국 정부의 입장이지만, 기사 첫 마디는 북한의 최근 위협()을 중국이 자제하라고 촉구했다고 각색되어 버린 것이다.

 언론 보도는 무엇보다도 사실(fact)을 중시해야... '희망 사항' 기사화는 곤란

필자 또한, 개인적으로는 중국 정부가 실제로 북한에 대해 도발 자제의 압력을 넣고 공식적인 외교부 성명에서도 북한이 도발을 자제하라고 촉구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국제관계가 우리의 바람처럼 그리 단순한 것이 아니며 중국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입장 또한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하면 미묘한 상황이기도 하다.

<연합뉴스>가 같은 날 (8일) "<"중국 화났다"…대북제재 새 국면>"이라는 제목으로 현지 특파원의 또 다른 보도를 통해서 중국 정부가 북한에 화가 날 정도로 많은 불만을 가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보도는 '한 외교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이기에 그 진실 여부에 관해서는 알 길이 없고 이를 인용한 보도가 잘못되었다고는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이러한 추측성 보도가 아닌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을 전하는 언론의 기본 보도 태도는 진실(fact) 보도 추구라는 언론의 기본적 사명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그 내용이 각색된다면 이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언론 기관의 보도를 통해서만 미국, 중국 등 주변국의 입장을 알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한반도의 긴장이 더욱 높아져 가고 있는 시기, 3월 8일 저녁에 대한민국의 우리 국민들이 <연합뉴스>에서 시작된 각색된 기사를 인용하는 많은 여타 언론들의 보도를 보면서 "아! 중국도 이제 북한에 대해 공개적으로 도발 자제를 촉구했구나!"하고 안심(?)했다면 그 책임은 과연 누가 질 것인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진실의 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연합뉴스, #미디어 비평, #진실 보도, #중국 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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