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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정권과 노동조합 결성 보장부터, 호주제와 성폭력 친고죄 폐지까지.

105년 전부터 수많은 여성들의 피땀으로 조금씩 이뤄온 보다 성평등한 사회의 결과물들이다. 1908년 3월 8일, 뉴욕 루트거스 광장에 모인 미국의 1만 5천여 여성노동자들은 외쳤다. 여성도 어엿한 정치의 주체이자 노동의 주체라고. 그러니 참정권과 노동조합 결성권, 임금인상, 10시간 노동, 작업환경 개선을 당당히 요구한다고.

이 시위를 기념하기 위해 유엔은 1975년부터 3월 8일을'국제기념일'인 세계여성의날로 지정했다. 우리나라도 1985년부터 매년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

아직 가야할 길은 멀지만, 이들의 용기있는 외침과 이를 계승한 많은 여성들의 노력으로 인류는 조금씩이나마 성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한국 사회도 대표적으로 호주제 폐지며 최근 성폭력 친고죄 폐지 등의 성과를 이뤘다.

점차 정치, 노동, 성, 인권의 주체로 우뚝 서고 있는 여성들이 남성들과 함께 꿈꾸는 다음 세상은 무엇일까.

 3.8세계여성의날 기념 한국여성대회 전야제 문화행사 '유쾌한 묘비명 축제-삶을 노래하라'에 참여한 시민들이 적은 묘비명이 걸려 있다.
 3.8세계여성의날 기념 한국여성대회 전야제 문화행사 '유쾌한 묘비명 축제-삶을 노래하라'에 참여한 시민들이 적은 묘비명이 걸려 있다.
ⓒ 신한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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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7시 서울시청 신청사 8층 다목적실에서 열린 문화행사 '유쾌한 묘비명 축제 - 삶을 노래하라!'는 '묘비명'을 주제로 그 힌트를 찾고자 했다. 이 행사는 8일 열릴 예정인 제 29회 '3.8세계여성의날 기념 한국여성대회'의 전야제이기도 하다.

'토크 콘서트' 형식의 이날 행사는 배우 권해효씨가 사회를 맡고,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작가 배순탁씨와 영화감독 장항준씨, 그리고 코미디언 김미화씨가 출연했다. 소리꾼 이자람씨도 축하공연을 했다. 이날 행사는 모두 무료로 관람할 수 있었다.

 3.8세계여성의날 기념 한국여성대회 전야제 문화행사 출연자. 왼쪽부터 배우 권해효씨, 영화감독 장항준씨, 소리꾼 이자람씨, 코미디언 김미화씨.
 3.8세계여성의날 기념 한국여성대회 전야제 문화행사 출연자. 왼쪽부터 배우 권해효씨, 영화감독 장항준씨, 소리꾼 이자람씨, 코미디언 김미화씨.
ⓒ 신한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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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하필 '묘비명'일까. 한국여성단체연합 활동가 유일영씨는 "묘비명이라고 해서 음침한 분위기로 죽음을 고민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통념을 뒤집어 시민들과 함께 유쾌한 분위기로 삶을 고민하는 기회를 갖고자 했다"며 취지를 밝혔다.

사회자 권해효씨도 "묘비명을 고민한다는 것은 죽음을 생각하며 현재의 삶을 고민하는 것"이라며 "삶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세상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하지 않을까"라고 행사 주제를 소개했다. 105년 전 여성들의 용기로 더 나은 세상이 찾아왔듯이, 우리도 한번쯤 자신의 묘비명을 생각해보며 더 나은 삶을 마음에 품어보면 곧 세상의 변화로 이어지지 않겠냐는 것이다.

최근 <웃기고 자빠졌네>라는 자신의 묘비명을 제목으로 책을 출간한 김미화씨도 "어떻게 죽겠다는 다짐을 정하면 정말 그대로 살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3.8세계여성의날 기념 한국여성대회 전야제 문화행사에서 김미화씨가 토크 콘서트를 하고 있다.
 3.8세계여성의날 기념 한국여성대회 전야제 문화행사에서 김미화씨가 토크 콘서트를 하고 있다.
ⓒ 신한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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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이 가장 빨리 죽는 이유가 스트레스라던데, 저는 묘비명대로 유쾌하게 살려고 마음을 먹으니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없다. 방송사들이 저를 얼마나 스트레스 줬는가. 하지만 전 미워하지 않는다. '재철이 오빠' 내가 얼마나 귀여워한다구. 재철이 오빠 사랑합니다~ 일부러라도 이렇게 말하면 미움이 없어진다. 저는 누가 흔들어도 내 묘비명은 '웃기고 자빠졌네'로 정했기 때문에 끝까지 웃으며 살 것이다."

그녀의 입담에 500여명의 관객은 정말 '웃기고 자빠지며' 환호를 보냈다.

토크 콘서트 중간에 예기치못한 '깜짝 손님'이 등장하기도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관객들의 박수 속에 무대로 잠시 올라온 박 시장은 "부근에서 행사를 하다 들렀는데 방해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멋쩍어했다. 박 시장은 "105년 전 여성의날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 빵과 장미가 구호였던데, 오늘 이럴 줄(방문할 줄) 알았으면 장미를 준비해올 걸 그랬다"며 "마음으로부터 장미를 드린다"고 3.8 세계여성의날 축하 인사를 전했다. 자신의 묘비명을 묻는 질문에는 "부인과 아이들에게 너무 못하고 있어서 '다음 생애에도 같이 살아줘'라고 쓰고 싶다"며 재치있는 답변을 했다.

 3.8세계여성의날 기념 한국여성대회 전야제 문화행사에 깜짝 등장한 박원순 서울시장.
 3.8세계여성의날 기념 한국여성대회 전야제 문화행사에 깜짝 등장한 박원순 서울시장.
ⓒ 신한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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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크 콘서트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3.8세계여성의날 기념 한국여성대회 블로그(38women.co.kr)에 남긴 묘비명들을 3가지 유형을 나눠  함께 살펴보기도 했다.

▲"수고했다"(한주미) "후회없다"(김진) "잘 왔다 간다"(박지희) "'가오'지키며 살았다"(백수연) 등 '만족형' ▲"고민만 하다 감"(손보경) "아직 해보지 못한 것이 너무 많다"(남궁자영) "애완동물로 태어날걸"(김수진) 등 '후회·반성형' ▲"오늘이 내 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이들) "아까운 년"(보람) "자 이제 시작이다"(김군택) "오늘을 즐기지 못하면 내일도 없다"(윤보미) 등 분류가 애매한 '미래지항형'이다.

백인백색(百人百色)의 묘비명을 보며 토크 콘서트 진행자와 관객들 모두 재미있어했다. 특히 "아까운 년"이라는 묘비명은 장항준 감독이 "캐릭터가 보여서 참 좋다. 얼마나 '아까우신 분'인지 한번 만나보고 싶다"며 극찬(?)하기도 했다.

 3.8세계여성의날 기념 한국여성대회 전야제 문화행사에 참여한 시민들.
 3.8세계여성의날 기념 한국여성대회 전야제 문화행사에 참여한 시민들.
ⓒ 신한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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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에게 직접 묘비명을 묻는 UCC도 공개되었는데, 그 중 가장 많은 답변은 "생각해 본 적 없다"는 것이었다. 권해효씨는 이에 대해 "묘비명이란 반대로 생각해보면 자신의 꿈인 것 같다. 많은 시민들이 묘비명을 얘기하지 못하는 것은 오늘 (우리 사회가) 꿈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평했다.

3.8 세계여성의날 전야제격인 문화제에 이어, 8일 오전 11시에는 같은 장소에서 '2013 성평등 걸림돌·디딤돌 시상식'과 함께 3.8세계여성의날 기념 한국여성대회 본행사가 열린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여성단체연합 퍼플기자단 활동으로 신한슬 기자가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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