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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인사청문회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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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환 국토부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 분양가 상한제 폐지 의사를 밝혔다. 주택공급을 위축시키고 주택 품질을 떨어뜨리며, 민간부문 주택건설사업 활성화를 저해한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혹시 분양가상한제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은 게 더 문제가 아닐까?

현재 정부는 건설경기 부양을 위해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건설업체가 손해 보지 않는 '분양가 상한제'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를 지난 1989년 처음으로 실시했다가 1999년에 폐지하고, 2007년 아파트 분양가가 터무니없다는 여론에 따라 다시 전국적으로 부활시켜 분양 가격의 투명한 산정을 위해 실시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2009년 분양가 폐지를 추진하다가 실패했는데, 이후 세부 규정을 고치면서 건설업체의 적정 이윤을 보장해왔다. 주택건설업체가 요구하는 각종 비용 인상분을 분양가격에 포함하도록 한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를 규정한 법은 주택법이다. 주택법과 이에 따른 국토해양부령 및 분양가격 산정규칙과 시행지침에는 아파트 분양가격을 정부가 고시하는 기본건축비(지상건축비+지상건축비) 및 가산비, 택지비 및 택지가산비를 합쳐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가산비 항목이 엄청나게 많다. 택지비에 따르는 가산비만 해도 연약지반공사비, 암석지반공사비, 흙막이 및 차수벽 공사비, 특수공법 사용료, 방음시설 설치비, 택지비용 이자, 제세공과금, 등기수수료, 택지 명의변경비가 포함된다.

건축비 가산비는 건물 구조별로 추가되는 비용과 테라스 설치 추가 비용, 주택성능등급을 인정받은 경우나 우수업체로 선정된 경우 추가로 인정되는 비용, 법정 면적을 초과해 설치한 복지시설 비용, 각종 전자장비 추가 설치비용, 초고층 구조물 안전 확보비용, 특수 설계 적용 비용, 공사비 이자비용, 친환경 건축 추가비용 등이 포함된다. 하여튼 업체 입장에서 분양가에 포함해야 할 것은 다 산입되도록 해놨다.

국토해양부는 매년 3월과 9월 기본건축비를 공시하는데, 업체의 사정을 잘 반영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건설업체는 실제로 택지비와 건축비가 고시가격보다 적게 들어도 기준만 충족시키면 되기 때문에 분양가를 높이려는 유혹을 받게 된다.

유명무실한 분양가 심사위원회

주택법과 이에 따른 하위법령들은 분양가를 제한하기 위해 자치단체장이 '분양가심사위원회'를 설치토록 하고 운영에 대한 세부 규정을 정하고 있다. 분양가 심사위원회는 건설업체가 제시한 분양가격이 규정에 맞게 산정됐는지를 심사하는데, 시민단체와 건축 관련 협회나 학회 등 외부단체의 추천을 받아 주택관리 및 경제학 분야 전공 교수, 토목건축 또는 주택건설·관리 분야 전문직 종사자, 5급 이상 공무원 또는 변호사, 회계사, 감정평가사, 세무사 등 10인 이내로 구성한다.

주택법(제38조의4)은 심사위원들이 업무를 수행할 때 "신의와 성실로써 공정하게 심사하여야 한다"고만 규정해놓고, 이를 어길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해 놨다. 그런데 공정하게 심사했는지를 필터링하는 장치를 전혀 마련해놓지 않고, 선언적인 의미로만 공정하게 심사해야 한다고 돼 있다. 있으나마나한 규정이다.

국토해양부령(시행령)도 엉뚱하기는 마찬가지다. 시행령(제42조의10)에는 "(분양가 심사)위원은 회의과정, 그 밖의 직무수행 상 알게 된 사항으로서 공개하지 아니하기로 한 사항을 누설해서는 안 되며, 위원회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했다. 어떤 점을 공개하지 말아야 하는지와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가 무엇인지, 누가 행위를 판단해야 하는지는 규정이 없다.

또 같은 시행령 규정(제42조의7)은 심사위원회 회의진행은 공개하지 않되, 위원회의 의결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공개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공개를 원하는 위원들이 누가 있겠는가를 생각하면, 원천적으로 공개를 막은 셈이다. 또 시행령 규정(42조의 11)은 심사위원회가 개회일시 및 장소와 공개 여부, 출석위원 서명부, 상정된 안건 및 심의결과, 그 밖에 주요 논의사항을 간사(주택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가 회의록을 작성해 보존해야 한다고 규정했는데, 결국 회의록 공개 여부는 심사위원들이 결정하도록 했다. 따라서 특별·광역 또는 기초자치단체 의회나 시민단체가 분양가 심사가 제대로 됐는지 회의록 공개를 요구해도 거부하면 그만이다. 

다만, 국토해양부가 만든 '공공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시행지침' 제 7조에 "분양가 심사위원회는 분양가격의 구성 항목별 비용이 과다 또는 축소 계상되지 않도록 철저히 심사해 합리적인 비용이 분양가격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문제는 또 있다. 시행령(제42조의7)에는 단체장이 심사위원회 회의를 소집할 경우 회의 개최일로부터 2일 전까지 회의와 관련된 사항을 심사위원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되어 있는데, 기간이 너무 촉박하다. 게다가 건설업체와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외부전문가를 초청해 의견을 들을 기회도 없다.

이어 시행령(제42조의7)은 분양가 심의 과정에서 필요할 경우 해당 사업장의 사업주체나 관계인 또는 참고인을 출석게 하여 의견을 듣도록 하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이해관계인이기 때문에 변명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법령을 만들어 놓고,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가 이제 필요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법령을 고쳐 제대로 실시해야

강남은 고가 아파트들이 많아 정부의 9.10 대책 수혜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은마 아파트. (자료사진)
 강남은 고가 아파트들이 많아 정부의 9.10 대책 수혜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은마 아파트. (자료사진)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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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아파트 분양가는 분양가 심사제도는 분양가 심사위원회가 주택건설업체를 대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따라서 분양가 심사제도는 폐지해야되는 것이 아니라 투명한 심사, 업체의 이익이 과도하게 대변되지 않게 하는 심사과정, 심사 후 회의록 공개 등을 통해 공정한 심사가 이뤄지게 하는 것이 급선무다.

분양가 상한제가 주택공급을 위축시키고, 품질을 저하시키며 주택건설사업 활성화를 저해시킨다는 서승환 장관 후보자의 설명은 설득력이 없다. 주택공급이 위축되는 원인은 미분양 때문이다. 미분양이 과도하게 나오는 이유는 실수요가 없기 때문이며, 수요가 없는 이유는 주택의 과도한 공급에도 원인이 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아파트를 매입할 중산층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높은 청년 실업으로 수요가 더욱 부족해지고 있다. 수요가 부족해지니 아파트 값이 오르지 않고, 아파트 가격이 오르지 않으니 부동산 가치가 하락한다. 그러다 보니 더욱 아파트를 사지 않게 되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장관 후보자는 주택공급 위축이 분양가 상한제 때문이라는 논리만 내세운다.

앞에서 분양가 심사제도를 살펴봤듯이 현재의 분양가 심사제도는 업체의 이익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분양가 심사제가 아파트 건축의 저해 요인은 아니다.

현재 서울과 수도권은 주택경기 침체와 아파트 미분양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가 문제였다면 왜 미분양 사태가 일어나는 걸까? 오히려 주택 부족에 시달려야 하는 것 아닐까? 이제부터라도 정부와 국토부장관 후보자는 '우물에서 숭늉 찾기' 놀이를 멈추고, 내수경기 활성화와 서민·중산층 살리기에 매진해야 한다. 그래야 경기도 살고, 미분양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태그:#서승환 , #분양가심사제, #아파트 , #인사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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