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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에 즈음하여 오마이뉴스는 '코리아연구원'과 공동으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북한의 교체된 리더십의 대외정책에 대해 분석 및 전망하고, 한국 새정부의 대외 및 대북정책 방향에 대해 제언하는 특별기획을 마련하였습니다. 지금까지 미국, 중국, 북한, 러시아의 정책을 분석하였고, 다섯번째로 일본의 대외정책에 대한 성공회대 양기호 교수의 글을 싣습니다. [편집자말]
강한 일본을 지향하는 아베정권의 목소리가 국제 여론의 관심을 끌고 있다. 아베 수상은 2월 28일 국회 시정방침 연설에서 세계의 경제성장 견인차로서 일본,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 일본, 세계에서 가장 안전, 안심국가 일본 등, 세계 제일 일본을 7번이나 언급했을 정도다. 강한 일본을 만들기 위한 헌법개정과 집단적 자위권 논의도 노골적으로 가속화시키고 있다.

아베정권의 반동적 내셔널리즘

지난해 11월 29일 일본 정당 지도자 토론회에 참석한 자민당 총재 아베 신조.
 지난해 11월 29일 일본 정당 지도자 토론회에 참석한 자민당 총재 아베 신조.
ⓒ 연합뉴스/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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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치러진 총선거에서 민주당의 '외교패배'를 여러번 비난했을 정도로 아베정권의 우파성향은 외교전략과 국방정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미-중 양국이 이끌어가는 글로벌 G2체제와 중국GNP의 일본 추월, 센카쿠열도 분쟁과 독도문제 등 주변국과의 영토갈등은 3·11 동일본대지진으로 침체된 일본인들의 반동적인 내셔널리즘을 부추기고 있다.

일본자민당은 선거공약에서 북한핵무기 개발과 미사일발사, 주변국과 영토분쟁에 대응할 수 있는 국방군 창설을 천명하였다. 아베정권은 취임 후 평화국가 일본의 빗장이었던 무기수출 3원칙을 포기하였다. 무기를 생산하고, 판매하고, 보유하면서 유사시 적극적인 군사적 대응을 가능케 할 '보통국가 일본'을 주장하고 있다.

장기디플레에 지친 일본경제를 되살리기 위하여 2% 인플레목표를 상정하고 엔저유도로 경기를 활성화시키려 하고 있다. 지난 2012년 12월 총선에서 거둔 압승과 70%가 넘는 높은 내각지지율을 유지하면서, 7월 참의원선거까지 승기를 몰아간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아베정권은 미일동맹하에서 고도성장을 거듭해 온 자민당과 전후일본의 재현을 염두에 두고 있다. 20년 이상의 경기침체와 3·11 동일본 대지진에서 벗어나 일본의 활력을 다시 살려 최고국력을 구가했던 1980년대 일본을 재현하고 싶은 욕망이 여기저기서 엿보인다.

심화되는 중국과 갈등

그는 2월 23일 취임 후 워싱턴에서 처음 열린 미일정상회담에서 "일본이 돌아왔다(Japan is back)"고 선언하였다. 민주당정권하에서 크게 흔들렸던 미일동맹의 완전한 회복을 강조한 셈이다. 그는 미일동맹 강화를 재확인하고 TPP(환태평양경제연계협정)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아베정권의 외교정책은 어떻게 중국요인과 북한문제에 적극 대응해 갈 것인가에 집중되어 있다. 우선 코앞에 닥친 센카쿠열도 문제에 대하여 중국의 위협은 날로 높아져가고 있다. 2월 초 아베 수상은 오키나와를 방문한 자위대기지에서 일본의 영토, 영해, 영공을 지키고, 미군기지를 미일간 합의한 대로 오키나와 현내 헤노코로 이전하며, 방위비를 증액하겠다고 발언하였다.

그는 2월 21일 <워싱턴포스트>에서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중국내 정치구조에 뿌리깊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중국외교부가 강력 반발한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엄청난 재정위기와 국방비감축, 대중견제를 의식한 미국은 일본의 방위력증강을 지지하면서 미제무기 구입을 요구하고 있다.

2006년 11월 당시 아베 수상과 아소 외상(현재 부총리)은 미국의 신보수주의 입장을 반영한 가치관 외교를 주장한 바 있다. 일본과 인도, 호주, 뉴질랜드를 잇는 '자유와 번영의 호'(the arc of freedom and prosperity)를 제창한 것이다. 이것은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인권과 법치를 공통이념으로 중국을 봉쇄하는 일종의 해상방어선으로 비춰지면서 중국의 반발을 샀다. 영토문제에 공세적인 중국정부와 일본 국민 80% 이상의 대중국 불신,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한 위기의식 등, 공산주의 체제에 대한 일본정부와 매스컴의 불신은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아시아판 NATO 위해 박근혜에게 손짓하는 아베

아베 수상은 취임 후 영국, 호주, 인도네시아, 베트남 국가 원수와 전화로 의견을 교환하였다. 기시다(岸田文雄) 외상은 필리핀, 싱가폴, 브루네이 등을 방문하였다. 남사군도를 둘러싸고 중국과 갈등 중인 필리핀에서 일본의 재무장을 지지한다는 발언까지 나왔다.

유럽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관심이 높은 아베 수상은 해양상에서 중국을 봉쇄하면서 공동전선을 구축하는 아시아·태평양판 NATO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서 아소 부총리가 강조한 한일협력과 신뢰구축은 기본적으로 이러한 동아시아 외교전략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1절 담화에서 한일양국을 상호 협력해야 할 파트너로 보면서도, 진정한 화해협력과 미래지향적인 관계는 일본이 과거를 직시하고 인정할 때에만 가능하다고 강조하였다. 박정희의 친일유산을 안고 있는 박근혜정부는 일본 정치가의 위안부 강제동원 부인이나 독도영유권 주장에 강경 대응할 수밖에 없다. 야당과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중요도가 너무나 높기 때문이다.

북한핵실험 이후 남북간 군사적 갈등이 고조되는 시점에서 한국정부는 오히려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있다. 영토와 역사문제를 안고 있는 대일정책은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 갈 것이다.

금융완화, 재정지출, 성장전략을 통한 아베노믹스를 성공시켜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이겨야하는 아베정권은 표면적으로 한국, 중국과의 갈등을 피하려는 인상을 보여주고 있다. 시마네현의 독도기념일에 차관급 인사를 보내긴 했지만, 한국정부의 반발을 우려하여 선거공약대로 일본정부 행사로 치르지는 못했다.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1993년 고노담화 수정에 대해서도 아베 수상 본인은 언급을 피하고 있다.

7월 참의원 선거가 분수령

센가쿠를 둘러싼 중국과의 전면전을 방지하고자 수위조절을 하고 있다. 가장 중대한 사안으로서 중국문제의 장벽에 부닥치지 않은 상태이다. 7월 참의원선거에서 자민당이 압승을 거둘 경우, 아베정권은 헌법개정을 위한 국회내 움직임을 본격화시키고, 집단적 자위권을 안보기본법으로 대체인정하는 사실상 개헌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일본의 진짜 헌법개정은 현실적으로 그리 쉽지 않다. 중의원과 참의원의 2/3찬성을 얻어야 하고, 국민투표에서 과반수를 확보해야 한다. 개헌후 구체적인 일본의 국가전략이 일본매스컴과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지 않는 한, 성과없는 논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국가진로에 대한 명확한 장기전략과 비전이 결여돼 있는 점은 항상 그렇듯이 일본정치의 한계이자 맹점이다.

미일동맹에 끊임없이 의존하면서, 감정적인 대중견제와 개헌논의를 반복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국제분쟁의 군사적해결에 쐐기를 박은 평화헌법 9조, G2체제와 북핵문제를 우선시하면서 한일, 중일간 갈등을 관리하는 미국의 동아시아전략, 주일미군에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미일동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일본외교의 변신은 항상 일정한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덧붙이는 글 | * 이 글을 쓴 양기호 기자는 성공회대학교 일본학과 교수입니다.
* 이 기사는 코리아연구원 홈페이지(knsi.org)에도 함께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아베정권, #중일갈등, #일본이 돌아왔다., #평화헌법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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